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2023년 새해에도 남북관계에서 `강대강’ 대결 국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작된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관련한 긴장 상황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남북 강대강 구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반전 가능성은 없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새해 첫 날인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핵 위협이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전원회의 보고에서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을 지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남조선 괴뢰들이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무기 다량 생산의 중요성…”
북한은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2022년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에 각각 초대형 방사포 3발과 1발을 발사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습니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날 김승겸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휘관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어떤 도발도 확실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대통령은 4일 북한이 다시 한국 영토를 침범할 경우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윤 대통령의 대북 경고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북한 도발 양상이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는데 그게 더 과격해지기 전에 단호하게 막겠다, 그러자면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확실하게 경고를 하는 것 같거든요.”
전문가들은 올해 남북관계 전망이 상당히 어둡다고 말합니다. 지난해 시작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잇딴 발사로 인한 긴장 국면이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겁니다.
특히 남북관계는 올해 세 가지 문제를 둘러싸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오는 4월께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이나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지난 12월 밝혔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좌시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만일 북한이 4월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이나 ICBM을 발사할 경우 남북한과 동북아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I suspect April around Kim Il-sung’s birthday, we will see lots of tension”
남북한이 핵실험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핵 무력을 법제화했습니다.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무기 배치를 공언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실험, 그리고 재진입 기술 확보를 위해 ICBM 정상각도 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 한반도 위기는 정점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세 번째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입니다.
과거 북한은 미-한 연합훈련 기간 중에는 도발을 자제하다가 훈련이 끝나면 도발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이런 패턴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동해에서 한국 군과 연합해상훈련을 하자 탄도미사일을 쐈습니다.
또 11월에는 미한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겨냥해 20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쏘고 대규모 포 사격을 실시했습니다.
올해 미한 연합훈련은 더욱 확대될 방침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 쌍룡 연합상륙훈련을 재개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계획된 실기동 훈련만 20여개에 달하고, 하반기에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을 실시합니다.
이밖에도 미한일 3국이 공동으로 미사일 경보훈련과 탄도미사일 탐지, 추적 훈련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만일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에 반발해 무력시위를 벌일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될 전망입니다.
이 같은 남북관계 상황을 볼 때 올 상반기에는 북한의 도발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군사적 긴장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남북한 모두 강대강 국면을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북한의 최대 현안은 제재를 푸는 겁니다. 지금처럼 고강도 제재로 인한 경제난이 계속되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11.4%나 감소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북한으로서는 미국과 대화를 통해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서울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지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최선희 외무상 등 외교라인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머지않아 김정은 또는 대미 라인의 입장 표명 등이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미국과의 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새해 첫 날 공개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에 한국에 대한 위협과 비난은 상당히 많지만 미국에 대한 비난이나 언급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미북 관계를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같다며,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think North Korea thinking about diplomacy aimed United States…”
한국 윤석열 정부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담대한 구상’의 문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15일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대규모 식량과 의료 지원, 금융 지원, 그리고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를 제공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이같은 구상을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만일 미북 간에 대화가 재개되면 그 대화는 한국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기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열린 입장을 보이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공개된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은 국민이 식상할 것”이라면서도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으로서는 기존의 남북 대결 상황에서 갑자기 남북 대화로 국면을 전환하기가 어려울 수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남북 이산가족 카드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이영종 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하반기 중에는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또는 제3의 카드를 활용한 남북간 새로운 분위기 조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앞서 한국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으나 북한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듯 남북한은 새해 벽두부터 강대강 대결을 하면서도 출구를 찾아 긴장을 완화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긴장을 풀어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