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 요구에 각국 엇갈린 반응...유엔, 쿠데타 2년 맞은 미얀마 민주주의 지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30일 헤이그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지원 요청에 서방국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유엔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 2주년을 맞아 미얀마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증 발급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관련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투기 지원 문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신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주부터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미국의 4세대 전투기 F-16 같은 서방의 첨단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극적으로 서방의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는데요. 주요 서방국들이 의견을 달리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0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철도 터널 공사 현장을 방문하고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는데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No.” 아니라는 한 마디로 대답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과 함께 주력 전차를 제공하기로 한 독일 정부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독일도 단호한 입장입니다. 현재 남미를 순방 중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투기 관련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지난 25일, 독일의 주력 전차인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전투기는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전투기 지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어떤 나라들인가요?

기자) 우선 폴란드입니다. 폴란드는 지난해 미국이 대체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한다면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산 미그-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힐 만큼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30일 기자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전투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라비에츠키 총리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 전에 나온 것인데요. 나중에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그러한 이전은 나토 국가들과 완전히 협력하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나라가 있습니까?

기자) 프랑스와 네덜란드도 신중하지만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0일 네덜란드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 가능성에 관해, 군사적 지원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단 몇 가지 조건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어떤 조건인가요?

기자) 네. 마크롱 대통령은 먼저 우크라이나의 공식 요청이 있어야 하고, 어떠한 무기 지원도 확전으로 이어지면 안 되며,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네덜란드 총리 발언도 들어보죠.

기자) 네. 뤼터 총리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어 금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진다면 그건 정말 큰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뤼터 총리는 동맹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마크롱 대통령과 뤼터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언급이 있기 전에 이뤄진 것입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30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폴란드의 긍정적인 신호와 프랑스의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환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31일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과 만나고요.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과도 회담합니다.

진행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쪽 움직임도 살펴보죠.

기자) 네. 옌스 스톨텐베그르 나토 사무총장이 29일과 30일 이틀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 대신 인도주의적, 경제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는데요.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전차를 지원하기로 한 미국과 독일 등의 사례를 거론하고 “일부 국가는 교전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며 한국 정부의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30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면담하고 우크라이나 상황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진행자)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일본도 방문했습니까?

기자) 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31일과 2월 1일 이틀 일정으로 일본 방문 일정을 이어갑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31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와 중국 간 군사적 협력이 2차 대전 이래 가장 긴장된 안보 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나토와 일본의 관계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2월 크이우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2021년 2월 9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2년이 되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월 1일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2년이 됩니다. 지난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민간 정부를 축출하고 정권을 잡았는데요. 만 2년이 다 됐지만 미얀마의 위기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고요. 미얀마 군부는 장기 집권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유엔이 관련 입장을 내놨군요?

기자) 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지지했다고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구테흐스 총장이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미얀마의 위기 상황이 역내 불안을 더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군부는 왜 쿠데타를 일으킨 거죠?

기자) 2020년 11월 미얀마에서 있었던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게 군부의 주장입니다. 당시 선거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선출직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면서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게 됐는데요. 하지만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조사를 촉구했고요. 급기야 2월 1일 쿠데타를 단행했습니다.

진행자) 그리고 미얀마 정부의 주요 지도자들이 대거 구금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군부는 즉각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수치 고문과 윈민 대통령, NLD 주요 인사들을 구금했습니다. 이후 미얀마 전역에서는 쿠데타 반대와 수치 고문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하지만 군부가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유혈 사태로 번졌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인명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에 따르면 미얀마 군대와 경찰 등의 폭력으로 숨진 사람은 약 2천900명이고요.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사람도 수만 명에 달합니다. 또 쿠데타 이후 삶의 터전을 잃은 국내 실향민은 약 1만2천 명, 미얀마를 떠나 국외로 이주한 사람은 7만 명이 넘습니다.

진행자) 당초 미얀마 군부가 총선을 치르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쿠데타를 일으킨 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1년 후 국가비상사태를 종료하고 공정한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부는 그 후 6개월씩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해왔습니다.

진행자) 그럼 총선 계획은 없는 건가요?

기자) 미얀마 군부는 오는 8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한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군부는 최근 새 선거법을 제정해, 군부가 테러 집단으로 분류한 정당이나 후보의 출마를 금지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는데요. 이는 사실상 야권의 진출을 원천 봉쇄하고, 군부의 장기 집권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진행자)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의 재판 절차는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네. 수치 전 고문은 쿠데타 이후 그동안 코로나 방역법 위반, 무전기 불법 소지, 부패 등의 혐의로 기소돼 각각의 혐의에 대해 재판을 받았는데요. 지난해 30일 재판을 끝으로 모든 재판 절차가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재판에서 수치 전 고문에게 내려진 형량은 총 33년인데요. 수치 전 고문의 올해 나이가 77살로, 사실상 종신형을 살게 됐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의 반응도 볼까요?

기자) 네. 미국 국무부는 쿠데타 2주년 하루 전인 1월 31일, 유럽연합(EU)과 알바니아, 호주, 영국, 캐나다, 우크라이나, 한국 등 20여 개국 공동명의의 성명을 내놨습니다. 이들 정부는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에 폭력을 중단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재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회의' 전시장에 걸린 화웨이 로고.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미국 기업들이 수출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았다는 보도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가장 먼저 보도했는데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물건이나 기술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허가증 발급을 미국 정부가 중단했다는 내용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나온 뒤 미국 ‘블룸버그 통신’도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이 통신은 미국 정부가 해당 조처를 검토하고 있으며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미국 기업이 화웨이에 수출하려면 허가가 필요했죠?

기자) 맞습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2019년에 화웨이를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려서 미국 공급자들이 일부 물품이나 기술을 화웨이에 수출하거나 이전하려면 반드시 미국 정부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게 한 이유가 뭐였습니까?

기자) 기술 유출로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래서 화웨이에 수출된 미국 기술이 중국군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런 조처를 한 겁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화웨이는 이런 의혹을 일절 부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 기업들이 그간 허가를 받아서 화웨이에 수출한 경우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퀄컴이나 인텔 등 몇몇 기업이 상무부 허가를 받아서 4G 등 첨단 5G 통신망과 관련이 없는 기술을 수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보도가 맞는다면 이제 5G와 관련 없는 기술이나 물품도 수출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참고로 ‘로이터통신’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11월 사이에 공급자들이 610억 달러에 달하는 통신장비를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미국 정부 규제에 화웨이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네. 화웨이는 중국 내 기업과 정부 사업,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사업을 전환해서 생존을 모색했습니다. 지난 12월 화웨이는 2022년 총수입이 전해보다 조금 감소한 910억 달러였다고 발표했는데요. 2021년에는 미국 규제로 매출이 거의 3분의 1가량 줄은 바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현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미국 기술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반도체나 칩을 만드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미국 첨단 기술이 중국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과 한 합의가 눈길을 끄는데요?

기자) 네. 미국 정부가 최근 네덜란드와 일본으로부터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화웨이에 대한 수출 허가증 발급을 중단했다는 보도에 대해서 주무 부서인 미국 상무부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상무부 측은 언론의 논평 요청을 거부했는데요. 다만 관리들이 관련 정책과 규제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화웨이도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진행자) 해당 보도에 대해서 중국 쪽에서 나온 반응이 있습니까?

기자) 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비합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너무 광범위한 국가안보 개념을 남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조처는 시장경제 원리와 국제무역·금융 규칙에 반하며 국제 사회가 미국 사업환경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를 훼손한다”면서 “이는 노골적인 기술 패권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