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무력 강화와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한 외교장관과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잇따라 열립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의 도발 행위를 억제하는 역할을 끌어내기 위한 공조 외교를 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은 1일 미국을 방문해 오는 3일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올 들어 첫 회담을 갖습니다.
이번 회담은 미한 동맹 7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장관의 첫 대면회담인 만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올 상반기 중 미국 방문과 미한 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주요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선 무엇보다 북한이 핵 무력 강화 의지를 천명하고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면서 군사적 도발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데 따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최우선적인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번 미한 외교장관 회담이 토니 블링컨 장관이 오는 5~6일 중국을 방문해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가질 미중 외교장관 회담 직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한 외교 공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한 두 나라가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앞서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북 핵 문제와 도발 위협에 대한 흔들림 없는 공조를 확인할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 입장에선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미중 간에 만나서 매우 중요한 회담을 하는데 1차적으로 한국 정부 입장에선 어쨌든 거기에 한반도 의제가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두번째는 거기서 한발 더 진전돼서 어쨌든 미중 간에 한반도 문제를 갖고 협력 공간을 만들었으면 하는 그런 입장을 전달하려고 갔겠죠.”
박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의 핵 위협 증대에 따라 한국 내에서 자체 핵 보유 지지 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미한 외교장관 회담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도 앞서 31일 열린 미한 국방장관 회담에 이어 열리는 미한 외교장관 회담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미한 공조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블링컨 장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만남들은 한국이 우려하는 확장억제력에 대한 강한 신뢰성을 부여하는 데 일단 초점이 있어 보이고 또 한편에선 북한에게 한미가 얼마나 강한 억지 태세를 갖고 있는지를 강하게 어필하려고 하는 의미, 그래서 향후 북한이 어떤 도발 계획을 갖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 억지를 위한 양국의 협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전이 이번 미중 외교장관 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중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라는 측면에서 북한 문제를 협력 의제로 여길 수 있지만 두 나라 간 전략경쟁에 따른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중국의 미국에 대한 태도가 다분히 유연해지는 양상이라며 전략경쟁 구도 속에서 북한을 두둔했던 중국이 미국의 ‘중국 역할론’에 열린 태도로 임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중국은 내부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게 부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구축, 그리고 디커플링이 심각하게 추진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매력 공세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아마 미중 간에 특히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도발 국면을 중국이 좀 잠재워주길 바라는 그런 협의가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박진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만남을 통해 ‘중국 방문 때 북 핵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중국이 최우선적인 핵심 이익으로 보고 있는 타이완해협 문제 등에 대한 미한 외교장관 회담 결과가 북한 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태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이번 미한 외교장관 회담에선 미한일 3국 협력과 미한 간 인도태평양 전략 연계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중국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중국도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 행위가 미한일 안보협력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을 자제시키려는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북한 문제에 관한 미중 간 협력 공간이 열릴지 여부는 미한일 안보협력의 방향성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게 결국 북한 핵 위협, 지역 평화와 안정이 주된 목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중국 입장에선 중국 견제에 포커스가 더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있거든요. 한미일 안보협력이 어떤 방향성을 갖느냐에 따라서 중국과 미국과의 협력 공간이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들고요.”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이 치열했던 작년 한 해 북한 도발에 대해 ‘미국 책임론’과 ‘대북 제재 무용론’을 펴며 북한 편을 들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등 연이은 도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잇달아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