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전략자산 동원 연합공중훈련 실시…북한 “초강력 대응” 비난 담화

1일 한국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2023년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운데)와 F-22 전투기(위), 한국군 F-35 전투기(아래)가 동원됐다.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다짐한 미한 국방장관 회담 직후 두 나라 군이 한국에서 전략자산을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펼쳤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을 비난하며 초강력 대응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미한 공군이 1일 서해 상공에서 미 전략자산 전개 하에 2023년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훈련에 미국 측은 B-1B 전략폭격기와 F-22, F-35B 전투기를 , 한국 측에선 F-35A 전투기를 동원했습니다. 훈련은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미한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 이튿날 이뤄졌습니다.

당시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논의하고, 특히 오스틴 장관은 한국에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방부는 이번 연합공중훈련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양국은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연계한 연합훈련을 강화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기 위한 능력과 태세를 더욱 굳건히 갖추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일 한국 서해 상공에서 실시된 2023년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운데)와 F-22 전투기(오른쪽), 한국군 F-35(왼쪽) 전투기가 동원됐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의 핵 위협 증대로 한국 국민들의 자체 핵무장 여론이 비등해진 가운데 미국이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훈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미 국방장관의 방한에 맞춰서 B-1B 전략폭격기뿐만 아니라 일본에 있는 F-22 스텔스 전투기까지 동원해서 확장억제력에 대한 믿음을 한국 국민들에게 주기 위해서 훈련이 이뤄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미한 공군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상호운용성을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특히 북한 최고 지도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텔스 전투기들이 동원된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F-35, F-22, B-1B 다 스텔스기에요. 북한이 스텔스기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북한에 대한 압박 수단인 동시에 북한이 더 이상 도발을 하거나 핵실험을 하거나 아니면 핵무기를 가지고 남한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려는 한미 연합 조치다 이렇게 인식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일 미국을 비난하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대변인은 최근 미한 국방장관 회담에서 오스틴 장관이 ‘스텔스기와 핵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하겠다’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엔 정면대결로’ 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반도와 주변지역에 전략자산들을 계속 들이미는 경우 어김없이 견제 활동을 더욱 명백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달 예정된 미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과 규모와 범위가 확대된 미한 연합야외기동훈련 등에 대해 “전면대결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변인은 이와 함께 미국이 “인권과 제재, 군사 등 각 방면에서 전면적인 대북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이런 적대시 정책과 대결 노선을 추구하는 한 어떤 접촉과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며 한반도와 지역 정세 격화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북한 담화에 대해 대화에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위협과 도발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선택해야 하며 한국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호응함으로써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 가기 위한 대화의 길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담화에서 ‘정면대결’을 재차 거론한 만큼 미한 연합훈련에 대응한 도발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지난 1월 한 달 간 무력 도발을 중단했던 북한이 미한 국방장관 회담과 연합공중훈련을 빌미로 도발을 재개하려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북한이 원하는 대로 나와라, 그리고 이런 식으로 한미 연합훈련이라든지 그들이 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을 계속 한다면 더 강력한 수위의 대응을 할 것이라는 협박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차원의 잦은 전략자산 전개, 그리고 미한 연합훈련 규모의 확대 등은 북한으로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히는 등 핵 위협을 노골화한 데서 비롯된 상황 전개라며,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은 북한에게도 당황스러울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예상외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거든요. 결국 한국이 핵무장 얘기를 한다는 것은 북한으로선 가지고 있는 레버리지를 잃어버린다는 얘기이고, 실제 핵무장이 가능하진 않죠. 그러나 그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유리한 국면은 아니고요. 그러니까 이번 담화에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를 했다 이렇게 봐야겠죠.”

북한은 오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 순안공항과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에는 수만 명의 병력이 집결하고 수십 문의 무기가 동원된 동향이 속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열병식을 통해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들을 공개하고 이들 무기들을 추후 도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도발 수위를 높이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