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불법환적 정황 2건 포착...50m 선박 5척 등장

14일 초도 인근 해상에서 확인된 선박 간 환적 의심 정황 2건(원 안). 사진=Planet Labs

북한 서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으로 의심되는 행위가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올해 첫 두 달을 넘기기도 전에 벌써 16건이 쌓였습니다. 일상화되는 불법 환적 양상을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초도 남쪽 바다에 길이 50m 선박 3척이 선체를 바짝 붙인 채 떠 있습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500m 떨어진 해상에도 비슷한 길이의 선박 2척이 밀착해 있습니다.

모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14일 자 위성사진에 선명히 찍힌 불법 환적 정황입니다.

앞서 VOA는 올해 1월 이후 총 14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행위를 발견해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2건을 더하면 이 일대에서 발견된 환적 의심 사례는 올해 들어 벌써 16건으로 늘어납니다.

이 일대에 낀 구름으로 위성 관측이 어려웠던 날이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실제 건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연례보고서 등을 통해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초도 인근 해상을 주요 환적지로 지목했습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주로 환적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북한 영해에서 환적이 이뤄진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후 VOA는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것과 동일한 사례를 확인했고,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총 36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올해 확인된 14건을 합치면 지난해 4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이 일대에서 최소 50건의 불법 환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선박이 인근 항구를 놔두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가 선체를 맞대는 일은 흔히 발생하지 않습니다.

과거 북한 해역에선 어선으로 추정되는 20m 내외 길이의 소형 선박이 접선하는 장면이 포착된 적이 있지만 길이가 최소 50m에서 최대 100m가 넘는 선박이 이처럼 자주 맞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선박 업계 관계자는 앞서 VOA에 “일반적으로 배의 소유주(선주)들은 상호 접촉에 따르는 배의 손상 때문에 선박 간 환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 해역에서 포착된 사례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일대에서 접선한 선박이 어떤 물품을 거래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석탄이나 유류 등의 물품을 주고 받진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가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공해상 환적을 통해 물품을 건네받지 못하도록 한 만큼,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든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에릭 펜튼 보크 조정관은 지난해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서해상 환적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어떤 유형의 물품이 환적되는지, 선박이 어디에서 출항했는지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환적된 물품이 제재 대상이 아닐 가능성도 물론 있다”면서, 하지만 “북한 선박과 어떤 물품을 환적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2375호 11조에 따라 제재 위반”이라고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