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가 현장을 참관한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최소 6발 서해로 발사했습니다. 미한 연합훈련을 앞둔 무력시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9일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참관하면서 현지지도했다고 10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화력습격구분대들이 여러 가지 실전가상훈련들을 부단히 강화해 첫째 전쟁을 억제하고 둘째 전쟁의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 완벽을 기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훈련 목적에 대해 "적 작전비행장의 주요 요소를 가상해 설정된 서해상 목표수역에 위력적인 일제사격을 가해 실전대응 능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발사는 남포시 대동강 하구 일대에서 이뤄졌는데 이 매체가 공개한 사진엔 ‘신형 전술유도무기’ 이동식 발사차량, 텔(TEL) 6대에서 1발씩 총 6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텔에는 4발을 탑재할 수 있어 실제로는 6발 이상을 발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앞서 북한이 9일 오후 6시20분 쯤 남포 일대에서 서해 방향으로 여러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한반도 서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한국 합참 "여러 발 동시발사 가능성"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0일 초대형 방사포 2발 이후 17일 만으로,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확인된 미사일 도발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에 전략순항미사일 4발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미한 군 당국에 의한 확인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오는 13∼23일 펼쳐지는 미한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를 앞둔 반발 차원의 무력시위로 보입니다.
같이 보기: 미한, 13~23일 대규모 연합연습...북한 도발 가능성 대비북한은 특히 이번 훈련이 한국 측 공군비행장을 겨냥한 타격훈련이었음을 공개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미국과 한국이 최근 미 전략폭격기 B-52H와 B-1B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쌍매훈련 등 잇단 연합공중훈련과 연합 비상활주로 이착륙 훈련을 실시한 데 이어 이뤄진 겁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양상, 장소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거기에 맞춤형 대응을 하고 있고 또 할 것이다 그렇게 예측을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에 첫번째로 최단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지금 현재 실시되고 있는 훈련에 대해서 팃폿탯으로 실사격 훈련을 한 거다 해석을 할 수 있고.”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북한 탄도미사일 분류 중 사거리가 가장 짧은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 사거리가 극히 짧았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과 11월 이와 유사한 무기체계를 발사했는데 4월에는 고도 25㎞, 비행거리 110㎞, 속도 마하 4, 11월에는 고도 47㎞, 비행거리 240㎞, 속도 마하 4로 포착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발사 당시 이 무기체계가 전술핵 운용에 쓰인다며 소형 핵탄두 탑재가 가능함을 시사했습니다.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 여러 발을 25㎞ 안팎의 저고도로 동시에 발사할 경우 레이더상 궤적이 겹쳐 보이는 등의 이유로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통상 연발 사격을 하는 전술지대지 미사일을 의도적으로 동시 사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4연발 캐니스터를 연발사격하지 않고 일부러 6발을 동시에 사격하는 대량 사격 능력, 예를 들어서 저런 전술지대지 미사일은 6발을 동시에 쏘지 않습니다, 연발사격을 하지. 그렇게 본다면 한미에 대한 경고성을 극대화시키고 그리고 일반적인 훈련에 김정은이 참관했다는 얘기는 김정은의 의지를 강조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이 미사일이 비행종말단계에서 풀업 즉 활강과 상승 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23의 사이즈를 줄인 개량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 미사일이 터널과 나무숲 등에 숨어 있다가 개활지로 나와 연속 발사한 뒤 재빨리 은폐할 수 있어 미한의 현재 미사일방어(MD) 체계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이 미사일이 전방에 배치되면 한국의 수도권을 넘어 중부지역을 위협하는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신형 전술유도무기들이 기동하기 편하고 고체연료 추진이고 그리고 동시에 한 발이 아니고 복수로 발사되고 이게 저고도로 날아오잖아요. 전부 50km 미만이잖아요. 그러니까 진짜 위협적인 거죠.”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 발사 장소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 매체가 공개한 훈련 사진을 근거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지점이 남포에서 북쪽으로 10km가량 떨어져 있는 저수지 ‘태성호’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태성호’는 김 씨 일가의 특각이 있고, 인근에 평양골프장이 있는 관광지로도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곳을 발사시점으로 택한 것은 지난해 9월 저수지의 수중발사대에서 SRBM을 쐈을 때와 유사하게 마치 물속에서 비행체가 발사된 것처럼 보이게끔 유도하고 발사 원점 식별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신종우 사묵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지금 의외의 장소에서 발사됐죠. 호수 중앙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데 한미 정보 당국이 발사 원점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의외의 장소에서 발사했고 기습을 통해서 충격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혀집니다.”
‘노동신문’은 이번 훈련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현장에 동행한 사진도 공개했는데, 김주애가 지난달 25일 평양 서포지구 새 거리 건설 착공식장에 이어 또다시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겁니다.
같이 보기: 북한 김정은 딸 건설 현장에도 등장...한국 통일부 장관 "후계자설 아직 일러"사진 속 김주애는 다른 군 간부들이 김 위원장 옆에 도열해 탄도미사일 발사를 지켜본 것과 달리 김 위원장 뒤에 앉아 발사를 참관하는 모습입니다.
조한범 박사는 김주애가 군이나 경제 관련 행사성 이벤트가 아닌 훈련 현장까지 동행한 것은 단순한 ‘미래세대’의 상징을 넘어 후계수업이 진행 중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행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