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러시아, 북한에 식량주고 탄약 확보 추진"...러, 미국인 기자 2개월 구금 명령 "사유는 일급 비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식량·원자재 제공 등을 대가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쓸 탄약을 제공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백악관이 30일 밝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추가 탄약 확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새 정보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과 탄약의 대가로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제안된 거래의 일환으로 러시아는 24종 넘는 무기와 탄약을 평양으로부터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커비 조정관은 "이런 노력의 중심에 아쇼트 므크르티체프라는 무기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므크르티체프는 슬로바키아 국적자로서, 이날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추가된 인물입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므크르티체프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 20종 넘는 북한 무기와 군수품을 러시아에 판매하려 시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므크르티체프는 이 과정에서 북한 관리들과 접촉했다고 OFAC는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무기 제공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상업용 항공기와 원자재, 기타 상품 등 다양한 물자를 받아 북한에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고 부연했습니다.

므크르티체프가 다리 역할을 하면서,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탄약과 식량·원자재 등을 주고받는 거래가 추진됐다는 이야기입니다.

■ 연루자 계속 추가 조치

커비 조정관은 이에 관해,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직접적인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최근 성명을 주목하며, 면밀하게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 사안에 연루된 개인에 대해서도 계속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이나 다른 나라로부터 군수품을 확보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도 계속해서 찾아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므크르티체프가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에 대한 북한의 무기 공급에도 관여했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별개 이슈"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2월, 북한이 바그너 그룹에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 등 무기와 탄약을 판매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이를 부인하자 백악관은 지난 1월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같이 보기: 백악관, 북한-러 용병그룹 무기 거래 위성사진 전격 공개…“안보리와 정보 공유”

■ '북한 의용군' 또 우크라이나 파병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의용군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부 언론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30일 러시아 친정부 매체 '루스카야 베스나(러시아의 봄)'은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를 인용해, 보병과 포병 중심 북한 의용군 부대가 자체 무기와 포탄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돼 러시아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 매체 '아미인폼'은 전날(29일)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의 동맹으로 참전할 수 있는 국가로 북한을 들며 특수부대 파견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루스카야 베스나는 이어서, 러시아 측에서 이들과의 작전 공조를 위해 북한 언어(한국어)를 할 줄 아는 장교를 물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들 북한 의용군이 5월 말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특별군사작전' 지역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시점을 못 박았습니다.

특별군사작전은 러시아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익명으로 인용된 러시아군 총참모부 당국자는 "매달 북한 측 병력 1만~1만5천 명이 투입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리(러시아) 보병을 공격 임무에서 빼내 더 훈련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병력의 전투력에 관해 "현대적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는 데 있어 우리보다 더 잘 훈련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중국 승인 필요할 것"

최근 러시아 친정부 매체들은 유사한 이야기들을 잇따라 다루고 있습니다.

국영 '로씨야 1' 등에서 활동하는 알렉산드르 슬라드코프 전쟁전문기자는 지난 26일 유튜브 '슬라드코프 플러스' 채널을 통해, 북한이 특공대 병력 5만 명을 러시아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슬라드코프 플러스는 구독자 약 45만 명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채널입니다.

슬라드코프 기자는 다만, 북한의 파병이 실현되려면 중국의 승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 러시아 당국 아직 반응 없어

이같은 보도들에 러시아 당국은 아직 확인도 부인도 하지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군 10만 명 파병설이 나왔을 때 즉각 부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입니다.

당시 '로씨야 1'은 군사 전문가 이고르 코코첸코를 인용해 북한군 10만 명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면서,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도네츠크와 루한시크의 친러시아 반군으로 특별군사작전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외무부 '북한군 10만명 우크라이나 파병' 보도 부인...자포리자 원전 포격 계속

■ 북한, 우크라이나 침공 옹호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에 따른 러시아의 안보 위협과 미국·서방의 패권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러시아를 적극 옹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북한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세력이 세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 승인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조치 직후,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끊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북한과 전격 단교..."우크라이나 곡물 운송 조정센터 터키에 설립"

이후 이들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노동자를 파견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는 지난 28일, 북한과의 '경제·문화 협력 협정' 체결 74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북한의 지원에 각별한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국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북한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장기적인 안목을 보여주면서 러시아를 적극 지원해 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명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노비예프 국장은 이어서 "북한은 현재도 러시아에 전면적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러시아, 미국인 기자 2개월 구금 명령

러시아 법원이 30일 월스트리트저널 소속 미국인 기자에게 2개월 구금 명령을 내렸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가운데) 특파원이 30일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지방법원에서 비공개 심리를 마친 뒤 호송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지방법원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에서 일해온 에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에 대해 5월 29일까지 구금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습니다.

구금 사유는 '일급 비밀'로 표시한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그 밖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앞서,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을 간첩 혐의로 붙잡아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 시내 시설에 유치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같은 발표 직후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모스크바로 압송돼 레포르토보 법원에 출두했습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심리에서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심리 직후 모스크바 시내 FSB 미결수 시설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군산복합기업 기밀 수집" 주장

FSB는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의 혐의 구성 요건에 관해, "미국 지시에 따라 러시아 군산 복합 기업 중 한 곳의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고 이날(30일) 보도자료에서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미국 정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게르시코비치의 불법 행위를 중단시켰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혐의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월스트리트저널 지난 28일자에서, '러시아 경제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는 기사를 쓴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 바로가기)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감소, 인플레이션, 노동시장 경색, 정부 지출 증가, 예산 축소의 악순환으로 장기 침체 확률이 커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돈줄이 마를 것"이라는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특권층)의 증언도 담았습니다.

■ "언론인 아니지만 인증 사용"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에 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불행히도, 외국인이 저널리즘 아닌 활동(간첩행위)을 덮으려고 특파원 자격 또는 언론 비자와 인증을 사용하다 적발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이날(3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장했습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아울러 "잘 알려진 서방 측 인사가 불법행위를 현장에서 들킨 것도 처음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 크렘린 "꼼짝 못할 현행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관해 "우리가 아는 한, 그 기자는 꼼짝 못할 현행범으로 적발됐다"고 이날(30일) 브리핑에서 밝혔습니다.

그러나 역시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어서, 미국인 기자들의 현지 취재 활동에 관해 "정상적으로 취재하는 월스트리트저널 직원들의 업무 지속에는 아무 장애물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간첩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2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현지 매체들은 해설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을 놓고 미국의 수감자 교환에 나설지 여부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 마약류 소지 혐의로 10개월 가까이 구금됐던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브리트니 그라이너 선수가 러시아 무기상과 교환돼 풀려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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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전 이후 첫 사례

냉전 이후 미국 언론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구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요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32세인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은 러시아계 미국 이민자 부모를 두고 있습니다. 본인은 미국 국적자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러시아를 취재했고, AFP통신 모스크바 지국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30일) 성명을 통해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의 안전에 우려를 표하면서,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신망받으며 헌신해온 우리 기자가 즉각 석방되도록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이고 "우리는 에반,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