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국인 기자 간첩 혐의 체포...차이잉원 타이완 총통 뉴욕 도착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 기자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 방첩기관이 미국인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중미 국가 2개국 순방에 나서며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미국이 일부 이란 자산을 동결한 것이 잘못이라고 판결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최고 보안당국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고 30일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보도문에서, 월스트리트저널 모스크바 지국 소속 에반 게르시코비치 특파원이 현재 우랄산맥에 있는 도시 예카테린부르크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언제 체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기자의 이름이 러시아계로 들리는군요?

기자) 네. 현재 게르시코비치 기자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1991년생이라는 것과 미국 국적자라는 것 정도입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이번 주 현지에서 마지막으로 보도한 기사는 러시아의 경제에 관한 것이었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가 가해진 가운데 러시아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게르시코비치 기자에게 적용된 혐의가 간첩죄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기자) FSB는 보도문에서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미국의 지시를 받고 국가기밀을 구성하는 러시아 군산복합단지 업체 가운데 한 곳의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게르시코비치 기자가 만일 간첩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최고 20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진행자) 전에도 이렇게 미국 언론사 기자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일이 있었습니까?

기자) 미국 언론사 소속 기자가 러시아에서 체포된 일은 냉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AP 통신은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으로 가장 최근에 러시아에서 체포됐던 인물로는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씨가 있습니다. 그라이너 씨는 지난해 2월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돌아오다가 공항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됐는데요. 이후 미국과 러시아 간의 고위급 범죄인 교환 협상을 통해 지난해 12월 석방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기자) 관계가 더욱 경색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29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관련해 더 이상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지난달 미국과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러시아는 미국과의 모든 정보 교환을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은 양국 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핵군축 조약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해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조약 탈퇴가 아니라 중단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미국이 핵무기 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더불어 뉴스타트 조항에 따른 러시아 핵시설에 대한 사찰도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푸틴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군요?

기자) 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9일, 다음 달 27일 있을 ‘아쿠유’ 원자력 발전소 준공 기념식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튀르키예의 첫 번째 원자력 발전소인 ‘아쿠유’는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과 협력해 만든 것으로, 지난 2010년 양국 협약 후 13년 만에 준공식을 갖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푸틴 대통령에게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떨어져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ICC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불법으로 러시아 영토로 강제 이주시켰다는 혐의로 최근 체포 영장을 발부했는데요. 하지만 튀르키예는 ICC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을 체포해 ICC에 넘길 의무가 없습니다.

진행자) 푸틴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할까요?

기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할 수도 있고, 아니면 화상으로 준공식에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튀르키예 언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푸틴 대통령이 튀르키예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는데요. 크렘린궁은 지난 27일, 이같은 언론 보도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부각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국방부가 30일, 중국군은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 군대와 여러 전선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탄커페이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은 세계 안보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면서, 군사적 신뢰를 강화하고 국제적 공정과 정의를 함께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탄 대변인은 또한 양국 군은 향후 합동 해상∙공중 정찰과 합동 훈련을 더 조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29일 임시 숙소인 뉴욕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타이완 총통이 지금 미국에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열흘 일정으로 중미 2개국 순방에 나선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29일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전용기 편으로 뉴욕 JFK공항에 내렸고요. 오후 4시쯤 뉴욕 매디슨가에 위치한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이 뉴욕에는 얼마나 체류하는 건가요?

기자) 약 48시간입니다. 차이 총통은 31일 뉴욕을 떠나 과테말라와 벨리즈로 향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할 예정인데요. 공식 확인된 건 아니지만, 이 곳에서 케빈 매카시 미 연방 하원의장을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뉴욕에 있는 동안에는 어떤 일정이 있습니까?

기자) 29일 뉴욕에 거주하는 타이완 교민들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미국에서 사실상 타이완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타이베이경제문화대표부(TECRO)’는 차이 총통이 뉴욕에 머무는 동안 어떠한 행사도 언론이나 일반에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타이완 매체들은 차이 총통이 교민 행사에서 한 발언 등 동정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들어보죠.

기자) 네. 차이 총통은 타이완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속 수호할 것이라면서, 타이완을 지지하는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한 타이완이 직면한 엄청난 도전을 감안할 때, 미국을 비롯해 여러 민주주의 파트너들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연대를 강조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또 만찬석상에서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와 30분간 단독 회담을 가졌다고 타이완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중국은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의 미국 경유를 강하게 반대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국무원 타이완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만일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접촉한다면 중국은 단호하게 반격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주미중국대사관의 쉬쉐위안 대사 대리도 기자들과 만나 “중미 관계에 또다른 심각한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여러 차례 이미 미국에 엄중한 입장을 표명했으며 그에 따른 결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이런 주장에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관리들은 차이 총통이 재임 기간, 전에도 6번이나 미국을 경유한 적이 있다면서 이번 방문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중국이 타이완에 대한 공격적 활동을 늘리기 위한 구실로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중국이 온두라스 대통령을 초청했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네. 중국이 최근 국교를 수립한 온두라스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대통령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카스트로 대통령이 조만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온두라스 언론 보도와 관련해 카스트로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국 관계에 대해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문 일정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전경.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란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미국이 자국 자산을 동결한 것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네. ICJ는 30일 미국 정부가 불법적으로 자국 법원이 이란 회사 자산을 억류하도록 했다고 판결했습니다. ICJ는 그러면서 미국이 여기에 대해 배상해야 하고, 배상액은 나중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ICJ가 이란 손을 들어준 건가요?

기자) 이란이 완전하게 이긴 건 아닙니다. ICJ는 미국이 동결한 17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이란 중앙은행 자산에 대해서는 ICJ에 관할권이 없다고 봤습니다.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미국과 이란은 각각 승리를 주장했습니다. 이란 측은 미국이 “불법 행위”를 했다는 ICJ 판결에 방점을 뒀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ICJ가 이란이 낸 소송 대부분을 기각했다며 “미국과 이란 정부가 지원한 테러 희생자들의 승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란 자산을 동결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이란의 테러 관여 의혹 등에 대한 제재의 일환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란 중앙은행 자산과 몇몇 이란 회사 자산을 이란이 관여한 몇몇 테러의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배상하는 데 쓰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자 이란은 같은 해 이 문제를 ICJ에 제소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법원은 이란이 테러에 관여했다는 걸 인정한 거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83년 레바논, 그리고 199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테러 등이 들어가는데요. 하지만 이란은 이런 테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ICJ 심리에서 어떤 주장을 펼쳤습니까?

기자) 네. 이란은 미국 정부가 법원이 자국 자산을 동결하도록 허용한 건 두 나라가 지난 1955년에 체결한 우호 조약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을 겨냥한 제재 탓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이들 자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주장에 대해 미국 정부는 법정에서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네. 미국은 지난해 열린 심리에서 이란이 “깨끗하지 않은 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건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자산동결은 테헤란 측이 테러리즘을 지원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깨끗하지 않은 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란이 떳떳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ICJ는 이런 주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고, 또 두 나라가 체결한 조약이 유효하다고 판결한 겁니다. 미국은 지난 2018년에 이 우호조약에서 최종적으로 탈퇴했습니다. 하지만 ICJ는 이란 기업과 기관들 자산이 동결되는 시점에 미국이 조약에서 탈퇴했기 때문에 미국이 해당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진행자) ICJ 판결을 집행할 수는 있는 겁니까?

기자) 구속력은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데요. 하지만 판결을 강제할 수단은 없습니다. 참고로 미국과 이란은 과거에 ICJ 판결을 무시한 나라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지금 미국과 이란 사이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판결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주에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이 미군을 공격하자, 미군이 여기에 공습으로 보복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란산 드론(무인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이 이란 쪽 움직임을 바짝 경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