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과 일본 지도자들이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방문을 끝냈습니다. 프랑스에서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개혁법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안에서 미군이 주둔하는 기지를 추가한 결정을 옹호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요 며칠, 동북아시아의 두 주요국인 중국과 일본 정상이 각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 3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는데요. 바로 다음 날인 2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두 주요국인 중국과 일본 정상이 지금 한창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각각 방문한 것은 이들 국가에 대한 자국의 입장과 지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특히 기시다 총리의 방문은 사전 예고 없는 깜짝 방문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비밀리에 진행됐습니다. 일본 공영 NHK 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인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바로 폴란드로 이동했습니다. 이때 기시다 총리는 정부 전용기가 아닌 전세기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간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폴란드 남부 도시 제슈프에서 열차를 타고 크이우로 이동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했을 때 제슈프역에서 열차로 이동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주요 7개국(G7) 국가들 가운데서는 일본이 제일 늦게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까지 우크라이나를 찾으면서, G7 정상 가운데 크이우를 방문하지 않은 지도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만 남은 상황이었는데요. 앞서 일본 정부 측은 조만간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정확한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정상이 전쟁 지역을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진행자)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행보를 했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기자) 네. 기시다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먼저 크이우 외곽에 있는 ‘부차’를 방문했습니다. 부차는 지난해 4월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민간인 집단학살 정황이 드러났던 곳인데요. 기시다 총리는 이곳 정교회 성당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부차 방문을 통해 (러시아군의) 잔인함과 만행에 큰 분노를 느꼈다면서 일본 국민을 대신해 모든 희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3천만 달러 상당의 비살상 장비를 제공하고, 에너지 분야 등에 4억7천만 달러를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더불어 일본은 우크라이나 땅에 평화가 돌아올 때까지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고요. 또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 내용도 전해 주시죠.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를 국제 질서의 강력한 수호자라고 부르며 기시다 총리의 크이우 방문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한 기시다 총리의 G7 정상회의 초청에 대해서는 화상으로 참석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후 우크라이나를 떠났고요. 23일 일본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문은 G7 의장으로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향후 일본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쳤죠?
기자) 그렇습니다. 시진핑 주석도 22일 일찍 러시아에서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도착 첫날인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 4시간 반에 걸쳐 통역관만 대동한 일대일 비공식 회담을 했고요. 21일에는 양측 관리들이 배석한 가운데 소인수, 확대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진행자)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도 가졌습니까?
기자) 네. 두 정상은 회담 후 양국 간 포괄적,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성명과 경제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국빈 만찬을 갖기에 앞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구라고 부르며, 러시아와 중국은 좋은 이웃으로 상호 원조, 지원의 강한 유대 관계에 묶여 있으며 협력의 모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은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기자) 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솔직하고 우호적이며 성과 있는 대화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양자 관계와 공동의 관심사인 국제, 지역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으며,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과제였던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에 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시진핑 주석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이 지켜져야 하며, 국제법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두 정상은 또한 “어떠한 국가나 국가 집단이 군사적, 정치적, 기타 우위를 도모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합리적인 안보 이익을 해치는 것에 반대한다”는 문구도 담았는데요.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양국은 유엔안보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어떠한 일방적인 제재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조정소통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전쟁이라는 러시아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동맹이 아니라 ‘정략결혼’이라고 일축하면서 지난 몇 년간 양국 관계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적대행위에 기여하는 모든 조처의 중단을 촉구했는데,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방법은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러시아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경제 협력 부문도 있었는데, 어떻게 그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에너지와 경제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요. 그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가스관 건설 계획에 합의했습니다. 이 밖에 원자력 기업 간의 장기 협력 프로젝트 추진, 북극해 항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와 탐사 등이 향후 검토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군요?
기자) 네. IMF가 21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재정 상태가 심각한 우크라이나 정부에 156억 달러를 대출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IMF가 전쟁 중인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IMF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건전한 경제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예비 협의에서 합의된 모든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IMF에 따르면 이 대출 프로그램은 4년간 운영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프랑스에서 연금개혁법안을 둘러싸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법안이 지난 20일 사실상 통과됐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이에 반대하는 산발적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면서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사실상 통과됐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네. 앞서 연금개혁법안에 반대하는 야권은 지난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습니다. 총리 불신임안이 가결되면 내각이 총사퇴하고 연금개혁법안도 공중에 뜨는 상황이었는데요. 하지만 20일 프랑스 하원에서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되면서 정부가 제출한 연금개혁법안은 성립 직전까지 왔습니다.
진행자) 연금개혁법안은 표결 절차를 밟지 않습니까?
기자) 네. 정부가 하원 표결을 건너뛰는 헌법 특별 조항을 발동한 상태입니다. 다만 헌법위원회의 검토가 남아있는데요. 헌법위는 법안의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면 거부할 권한은 있지만,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진행자) 하원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는 건 지금 프랑스 의회 구성과 관련이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프랑스 의회는 여소야대 구도입니다. 지난해 6월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 연합 ‘앙상블’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고요. 반면 좌파 연합 세력과 극우 정당은 의석을 크게 늘렸습니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금개혁법안입니다.
진행자) 연금개혁법안의 주요 내용은 뭔가요?
기자) 핵심은 정년 연장입니다. 현행 62세인 정년을 점차 늘려 2027년에는 63세 3개월, 2030년에는 64세로 올리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또 연금을 100% 다 수령하기 위한 노동 기간은 현행 42년에서 43년으로 1년 늘리기로 했는데요. 반면 이 시행 시점은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게 됩니다.
진행자) 연금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죠?
기자) 맞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프랑스 역사상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는데요. 그러면서 1기 때 이루지 못한 국정 과제의 하나인 연금개혁을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야권과 노동조합,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정부는 이런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왜 연금개혁을 강행하려는 거죠?
기자) 재정 악화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연금 재정이 바닥나고 머지않아 적자 상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금 제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부 재정을 투입하거나 연금 수령액을 줄여야 하는데, 그보다는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나은 대안이라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뭔가요?
기자) 반대하는 사람들은 서민들 대다수가 피해를 보는 정년 연장 대신에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걷거나 부유층 연금을 줄이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 심각한 위기를 맞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 내 미군 배치 기지 문제와 관련된 결정을 옹호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르코스 정부가 지난 2월 미군 배치를 허용하는 기지를 4개 추가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마르코스 대통령은 22일 육군창설기념일 행사에서 이 결정을 옹호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정부가 미군 배치 기지를 추가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네. 대규모 미군 배치가 영토방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남중국해에서 주로 중국과 장기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은 영토방위를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마르코스 대통령은 22일 미군 배치 기지 추가가 특히 필리핀에서 가장 큰 섬인 루손섬 ‘동부’를 방어하는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루손섬은 중국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타이완에 가장 가까운 섬입니다.
진행자) 추가된 기지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네. 마르코스 대통령은 북부와 서부 팔라완 지역, 그리고 남부 등 여러 지역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중에서 팔라완 지역은 남중국해에 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군이 들어가는 기지가 있는 지역의 몇몇 지방 정부가 유사시 해당 지역이 중국군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미군 배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안에서 지금 미군 배치가 허용된 기지가 몇 개나 되나요?
기자) 네. 지난 2014년에 체결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지역 기지 5개가 이미 지정됐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모두 9개가 됩니다. 참고로 EDCA는 미군이 합동훈련이나 장비 사전 배치, 활주로나 연료저장고, 그리고 군사용 주택 등 건설을 위해 필리핀 기지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는데요. 하지만 영구주둔은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는 이렇게 필리핀에서 미군 배치 기지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중국 외교부는 22일 미국 측이 이 지역에 대한 군사 배치를 강화해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는데요. 역내 국가들이 경계해야 하고 미국에 이용당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도 성명을 내고 "이런 협력은 지역 평화와 안정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고 필리핀을 지정학적 분쟁의 나락으로 끌어들여 결국 경제 발전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미군과 필리핀군이 중국을 겨냥해서 최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곧 대규모 훈련이 진행되죠?
기자) 네. 다음 달에 두 나라 군이 합동 훈련인 ‘발리카탄’ 훈련을 하는데요. 이제까지 한 합동훈련 중에서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이 훈련에서는 실사격 훈련을 하는데, 그중에는 남중국해를 접한 해역에서 로켓을 쏴서 가상 적 함정을 침몰시키는 훈련도 포함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