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전술핵탄두 ‘화산-31’ 어떻게 봐야할까?

  • 최원기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00㎜ 초대형방사포와 순항미사일 화살-1형·화살-2형,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형 등에 탑재 가능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살펴봤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전술 핵탄두 ‘화산-31’ 실물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닌데요. 왜 그런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28일 ‘전술 핵탄두’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해 북한이 개발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시찰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중방]”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전술 핵탄두 ‘화산-31’의 실물 모습입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핵탄두 직경이 40-50cm 로 추정되며 전체적으로 국방색을 띄고 있고 앞부분에 빨간색이 칠해져 있습니다.

북한 핵무기연구소 벽에 걸린 액자에는 ‘화산-31 ‘로 명명된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투발 수단(무기) 8종이 제시됐습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로 불리는 KN-23과 KN-23 개량형 미사일, KN-24 미사일, 600㎜ 초대형 방사포, 핵 장착 무인수중공격정 (핵어뢰), 화살-1과 화살-2 순항미사일, 단거리 지대지미사일 등입니다.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술 핵탄두 공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없다는 분위기입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자신들의 핵, 미사일 능력과 관련된 과장된 발표와 언급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전술 핵탄두를 만들었다는 북한의 이번 발표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고 워싱턴의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국장]”Still some outstanding question exactly how far they are achieving goal.”

전문가들은 또 전술 핵탄두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북한이 실제로 전술 핵탄두를 그렇게 작게 만들었겠느냐, 하는 겁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나 순항 미사일 등에는 핵탄두 장착을 못했을 것으로 판단해왔습니다. 순항 미사일에 핵 탄두를 장착하려면 탄두 직경이 50cm 미만이어야 하는데, 이렇게 작게 만들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전술 핵탄두는 직경이 40-50cm 정도입니다.

한국의 무기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그정도의 핵탄두 소형화, 경량화를 이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북한이 그 정도의 소형화, 또 경량화가 더 중요한데, 순항미사일에 운용할 정도의 경량화를 이뤘는지는 사실은 미지수입니다.”

두번째는 핵탄두의 모듈(Module)화입니다. 모듈화란 핵탄두를 소형화, 표준화시켜 각종 무기에 장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전술 핵탄두, 화산-31은 탄도 미사일은 물론 순항미사일, 방사포, 무인수중공격정(핵어뢰) 등 8가지 무기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핵탄두를 소형화, 경량화를 한 것은 물론 표준화, 규격화를 이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하겠느냐 하는 겁니다.

세번째는 전술 핵탄두 실물을 왜 공개했느냐 하는 겁니다.

현재 전세계에서 핵 보유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입니다.

핵 보유국 최고 지도자는 핵정책을 결정하지만 핵탄두의 모습과 그 활용 방도를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어느 나라나 핵무기 관련 내용은 1급 군사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핵시설을 직접 방문해 핵탄두 모습과 장착할 수있는 무기 종류를 공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미국과 러시아같은 핵무기 선진국은 저런식으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핵은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 행보는 과시성 행보가 훨씬 크다.”

이런 이유로 한국군 당국은 북한의 전술핵 탄두 발표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이성준 공보실장입니다.

[녹취: 이성준/합참 공보실장]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을 성공해야 그 무기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아직 그러한 것들이 확인된 게 없기 때문에 무기로 활용이 가능한지 그런 것들을 평가하고 있다고...”

북한이 전술 핵탄두 공개에 이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과거 북한은 2016년 3월 핵탄두를 공개하고 5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또 2017년9월에도 장구 모양의 수소탄 핵탄두를 공개한 뒤 6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핵실험과 관련해 두가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술적 측면에서 전술핵탄두가 완성됐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7차 핵실험을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또 다른 요인은 ‘중국’입니다.

북한의 최대 정치적, 경제적 후원국인 중국은 7차 핵실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할 경우 미군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증강 배치돼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겁니다. 또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고 일본이 재무장에 나설 공산이 있습니다.

미국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중국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더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하려고 시도할 의무를 중국이 가졌다는 점을 시 주석에게 명확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ll, first of all, it’s difficult to say that I am certain that — that China can control North Korea, number one. Number two”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과 안 할 가능성 모두 50대 50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say 50 and 50, I am not going to say one way or another.”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단기간에 핵실험을 할 것같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핵실험이 필요한 상황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핵실험을 단행할 것같지는 않다, 만일 7차 핵실험이 필요했다면 벌써 했겠죠, 왜냐면 작년 3월부터 핵실험 설이 나왔고, 핵실험 카드는 계속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 현실적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북한의 전술핵 탄두 공개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