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벽에 부딪힌 북한 '5대 국방과업'

  • 최원기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600mm 초대형방사포와 순항미사일 화살-1형·화살-2형,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형 등에 탑재 가능한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살펴봤다며 관영매체가 다음날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이 전술 핵탄두를 공개하면서 2년전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국방과업이 하나 둘씩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국방과업은 현재 장벽에 부딪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는데요. 왜 그런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1월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대회에서 국방과업의 5대 핵심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과 초대형 핵탄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 잠수함과 수중 핵전략무기,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 등이 포함됐습니다.

현재 김 위원장이 제시한 5대 과업은 상당히 진척된 상태입니다. 우선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완성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2021년 9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처음 시험 발사한데 이어 2022년 1월에도 두 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방송]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극초음속 무기 개발의 대성공을 이룩한…”

또 북한은 지난해 7차례나 ICBM을 시험 발사했는데 이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를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추진력이 140tf(톤포스)에 달하는 고체연료 발동기 (엔진)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중 핵전략무기도 진전을 이뤘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자신들이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28일 미사일과 방사포 등이 장착할 수 있는 전술 핵탄두 ‘화산-31을 개발했다며 그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5대 과업’ 중 아직 완성이 안된 것은 핵잠수함과 고체연료 ICBM 그리고 초대형 핵탄두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하는 국방과업 5대 목표가 얼마간 진전을 이뤘지만 현재 각종 장벽에 부딪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우선 북한은 지난해 ICBM인 화성-17형을 7번 발사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성공한 것은 11월 18일 한번 뿐입니다.

또 북한은 최근 전술핵탄두 ‘화산-31’ 모습을 공개했지만 아직 그 위력이 입증된 것은 없습니다.

같이 보기: [뉴스 동서남북] 북한 전술핵탄두 ‘화산-31’ 어떻게 봐야할까?

한국의 무기 전문가인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북한이 그 정도의 소형화, 또 경량화가 더 중요한데, 순항미사일에 운용할 정도의 경량화를 이뤘는지는 사실은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북한이ICBM이나 전술핵탄두의 능력을 입증하려면 화성-17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ICBM 정상각도 발사와 핵실험은 미국은 물론 중국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할 경우 미군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증강 배치돼 중국의 안보 이익을 해친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과 안 할 가능성 모두 50대 50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say 50 and 50, I am not going to say one way or another.”

북한 수뇌부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자신들의 대미, 대남 강경책과 위협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8차례의 ICBM을 포함해 72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미국은 꿈적도 하지 않습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방부의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원자력 항공모함과 B-52폭격기 등을 한반도 주변에 보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군과 한국군은 지난 3월13일부터 ‘자유의 방패(FS)' 연합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대규모 상륙작전 ‘쌍룡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어 미한일 3개국은 3일 제주도 남쪽 공해에서 미 항모전단이 참가한 가운데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공군은 지난 5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미 정부 국가정보국(NIO)분석관 출신인 마커스 갈로스카스 애틀랜틱 카운슬 국장은 “김정은이 전술핵을 사용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커스 갈로스카스 국장] ”It is very important to deter Kim Jung-eun from believing tactical nuclear regime survival…”

한국도 북한의 대남 핵, 미사일 위협에 위축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1월11일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될 경우 자체 핵무장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미-한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은 지난 2월 워싱턴에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확장억제운용연습(DSC TTX)를 실시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대남 핵위협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북한의 대남 위협은 증가했지만 한미가 여기에 양보한 것은 전혀 없죠. 오히려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했거든요, 북한이 의도했던 소기의 성과는 달성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 민심입니다.

북한에서 핵, 미사일은 김정은 정권의 존재 이유입니다. 10년전 김정은 위원장은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약속했으나 정작 달성한 것은 경제발전이 아니라 핵, 미사일입니다.

문제는 핵,미사일 개발로 인해 북한의 경제난이 가중된다는 겁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1발 발사하는데 단거리 미사일은 300만 달러 그리고 ICBM은 3천만 달러의 돈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은 지난해 최소 3억2천만 달러를 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60만t 이상의 쌀을 중국에서 사올 수 있는 액수입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이 상당히 나쁘다고 말합니다. 당장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돈을 쓰고 있다는 겁니다.

평안남도 평성에 살다가 2011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탈북민 조충희 씨] ”가만 앉아서 미사일 놀이만 하지말고, 중국,러시아, 한국 미국에 대해 군사놀이 안할테니 도와달라고 하면 너도나도 도와주기 않겠습니까.”

북한이 5대 국방과업의 목표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남아있는 국방과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또 날로 악화되는 민심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