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른바 '수중핵어뢰'로 알려진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의 수중폭파시험을 또 다시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잠항시간과 거리를 더 늘려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 주장대로라면 한국은 물론 일본 내 미군 기지까지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연구기관에서 지난 4~7일 수중전략무기체계 시험을 진행했다고 8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오후 함경남도 금야군 가진항에서 시험에 투입된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2’형은 1천km의 거리를 모의해 동해에 설정된 타원과 8자형 침로를 71시간 6분간 잠항, 4월7일 오후 목표가상수역인 함경남도 단천시 룡대항앞바다에 도달했고 시험용전투부가 정확히 수중기폭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시험결과 수중전략무기체계의 믿음성과 치명적 타격능력이 완벽하게 검증됐다”며 “이 전략무기체계는 진화되는 적의 각종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고 위협을 제거하며 우세한 군사적 잠재력으로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해일’의 수중폭파시험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달 24일 ‘해일’을 처음 공개하면서 “노동당 제8차 대회 이후 지난 2년간 50여차례의 최종단계의 시험을 거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작전수역으로 잠항해 수중폭발로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해일-1형’의 수중폭발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첫번째 실험에서 동해에 설정된 타원과 8자형 침로를 80∼150m의 심도로 59시간 12분간 잠항한 후 함경남도 홍원만 수역에서 수중폭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두 번째 시험에서는 “600km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톱날과 타원형 침로를 41시간 27분간 잠항해 함경북도 화대군 앞바다에 도달했고 시험용 전투부가 정확히 수중 기폭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일-2형’의 잠항시간과 거리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미뤄 ‘해일-1형’을 대형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 주장대로라면 미한 정보 자산이 촘촘하게 감시하고 있는 한국 동해를 우회해 남해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1천km를 잠항거리를 늘린다는 것은 일단 동해에서 한미 해군 정보자산들이 감시를 하고 있으니까 공해상으로 돌아서 감시망이 취약한 남해 쪽이나 측면을 공격하겠다 그렇게 주장하면서 잠항거리를 강조한 것 같아요. 강조는 했는데 결국 북한의 주장일 뿐이고 이게 정확한 위치를 추적한다든지 배터리가 장시간 동안 잠항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지는 아직까지 의문이 드는 사항이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잠항거리 1천km라면 북한의 항구를 출발해 일본의 항구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고, 수상함정을 이용하면 괌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항구뿐 아니라 원거리의 항모단이나 상륙강습단을 은밀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한국의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도 해일-1형과 2형이 각기 다른 임무와 타격 대상을 두고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해일-2형’의 경우 특정 지점까지 선박으로 이동시킨 뒤 수중에 투입할 경우 공격 가능한 거리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해일-2형은 거리상으로 보면 1천km라는 것은 한국 내 항구 보다는 일본 내 미군의 해군 기지 또는 항모 그룹을 임무 목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선박에 탑재해서 어느 지점까지 간 다음에 거기서 투입을 하게 되면 사실 1천km, 71시간 정도면 충분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죠.”
북한이 이번 시험이 “적의 각종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고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 최근 이뤄진 미한일 연합 해상 훈련 등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미한은 최근 경북 포항일대에서 미 해군 경항모급 강습상륙함인 ‘마킨아일랜드’가 참가한 가운데 사단급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펼쳤습니다.
이어 미한일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국의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참가한 가운데 대잠전훈련과 수색구조훈련에 벌였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력실장입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항공모함 전단이 강습상륙함 뿐만 아니라 이것 자체가 항모 전단을 구성하는 거니까 거기에 엄청난 전력이 있게 되는 거잖아요. 순양함, 구축함, 전략잠수함, 보급함, 군수함 이런 것들이 다 붙어 있으니까 수중에서 핵 폭탄이 터지게 되면 함정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일대를 다 오염시키게 되는 거죠.”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시험 징후가 사전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사실 여부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해일이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달 27일엔 “미한의 분석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북한의 주장이 과장되고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탐지와 대응이 어려운 수중 침투 전력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향해해 다양한 핵 공격 능력을 위협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달 중 미한 대잠수함 훈련이 이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도 이에 대응해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 입장에서 봤을 땐 3~4월에 대한 자신들의 대비, 대응에 대한 일종의 카드들을 몇 가지 준비해 놨을 가능성이 있고 그것을 실험용과 결부시켜서 실험 목적도 달성하면서 대응용으로서의 위력도 과시하는 이 두 가지 용도를 다중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미한 군 당국은 북한 무인잠수정의 개발 과정과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