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통근 버스 운행 여전...무단 가동 정황 이어져

전자제품 생산업체 밀집 구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9일 자 위성사진. 제시콤(사각형 안) 부지에 버스로 보이는 차량 여러 대가 보이고, ‘에스제이-지에스’의 공장 앞 공터(원 안)에 하얀색 물체가 흐릿하게 포착됐다. 자료=Planet Labs

북한이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정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상 가동됐던 시기와 비슷한 차량 움직임이 계속 눈에 띕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9일 개성공단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밀집 구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차량 여러 대가 보입니다.

과거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인공치아 등을 생산했던 한국 중소기업 ‘제시콤’사가 위치했던 곳인데, 버스 여러 대가 주차하면서 건물 앞 공터 바닥 상당 부분을 가렸습니다.

앞서 VOA는 2021년 8월부터 제시콤 건물 앞에 버스 8~9대가 정기적으로 정차하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고화질 위성사진에 촬영된 한국 제씨콤 공장 부지. 버스 8대가 서 있는 모습(원 안)이 뚜렷이 보인다. 자료=Planet Labs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히 몇 대의 버스가 현장에 주차돼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전례로 볼 때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됩니다.

제시콤에서 발견된 버스는 현대 자동차의 에어로시티로 판명돼 북한이 한국 기업 소유의 공장에 근로자를 정기적으로 출근시킨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에어로시티 버스 1대당 적게는 25명에서 최대 50명(입석 시)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점으로 볼 때 이 장소에서 포착된 8~9대의 버스로 이동한 근로자는 최대 450명으로 추산됩니다.

현재로선 북한이 근로자를 동원해 제시콤 혹은 인근 공장을 무단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근 다른 건물 공터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앞서 VOA는 반도체 부품과 전자제품, 유공압 패킹 등을 생산하던 한국 기업 ‘에스제이-지에스’의 공장 앞 공터에 하얀색 대형 물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9일에도 희미한 하얀 물체가 공터 중심부에서 발견됐습니다.

과거 개성공단이 정상 가동되던 시절 이곳에선 동일한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당시엔 하얀색 트럭 여러 대가 공터에 주차하며 생긴 현상이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해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VOA는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제시콤과 별도로 ‘쿠쿠전자’와 ‘명진전자’, ‘만선’ 등이 운영되던 공장부지에서 북한의 무단 가동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권 장관은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친 우리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여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이는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와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이러한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6일 북한에 개성공단 내 한국 측 시설의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북한은 수령을 거부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전달하려던 통지문에는 “북한이 개성공업지구 내 한국 기업의 공장을 기업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동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이며 남북 간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는 물론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북한은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란 내용이 담겼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