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도발에 안보리 단호 대응해야"...북한군 최고위층 대미 위협 담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23일 북한 관련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는 북한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도발과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가 성과 없이 끝난 데 대해 안보리 차원의 단호한 대응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안보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군부 최고위층이 미국을 위협하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별다른 성과가 없이 끝난 데 대해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안보리 이사국들을 견인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임 대변인은 또 “북한이 다수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며 신형 고체 ICBM을 비롯한 연이은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역내 긴장을 심각하게 고조시키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부 이사국에 대해선 외교 양자채널을 통해서도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협의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앞서 1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첫 고체연료 ICBM 도발 시험발사 문제를 논의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연이은 탄도 미사일 도발에 유엔 안보리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일각에선 안보리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와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안보리 회부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그러나 미국과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중러의 북한 편들기가 한층 노골화하는 가운데 북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외교적 조치들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계속되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없지 않습니까.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아니면 G7 또는 EU 국가들을 기반으로 해서 그 국가들과 힘을 합쳐서 양자 즉 단독 제재를 계속 부과한다든지 하는 식의 실질적인 조치들이 뒤따라야 되는데 그런 건 없지 않습니까.”

이런 가운데 북한 군부 실세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안보리 회의 소집 직전인 1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안보리 회의 소집을 비난하는 대미 경고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대거 동원된 미한 연합훈련을거론하며 “신형 전략무기개발이 미국의 가중된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합법적인 자위력 강화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은 미국이 정치군사적 도발행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만일 미국이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한다면 더욱 분명한 안보위기와 불가 극복의 위협을 느끼도록 필요한 행동적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군 최고위층인 리병철 부위원장의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직접적으로 담았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이 외무성 대신 군부 실세인 리병철 명의로 담화를 낸 것은 향후 군사적 대응 위협 등 보다 강한 대미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결국 또 다른 도발을 예고한 것이라고 봐야겠죠. 그러니까 ‘강대강’ 국면, 핵을 이용한 전략적 도발 국면 이런 것을 계속 가져가겠다 그러니까 안보리와 관계없이 자신들의 마이웨이를 가겠다 이런 것으로 보여지고요. 그리고 지금 전략무기 개발이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시험도 계속 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사전예고다 이렇게 볼 수 있고.”

북한이 담화를 군 최고위층 명의로, 그리고 시점을 안보리 회의 개최 직전으로 선택한 데 대해 전 세계를 향한 고도의 선전전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북한의 입장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좋은 기회로 안보리 상임이사회를 활용했다, 내용상으로 보면 주로 군사적 문제이기 때문에 외무성이 아니고 리병철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 했다, 이를테면 북한이 자기 목소리에 힘을 실어서 세계에 전파하는 게 리병철 정도급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박원곤 교수는 안보리 소집을 계기로 군부실세가 직접 담화를 발표한 것은 한반도 정세 불안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의 군사훈련에 돌리면서 자위권 행사를 강조함으로써 북한 핵보유의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퍼뜨리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안보리가 또 다시 성과없이 끝나면서 중러의 편들기가 북한의 ‘강대강’ 전략의 뒷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재차 확인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북중관계 전문가인 박병광 박사는 북한의 도발은 미국에 대한 항전의지, 한국에 대한 압박 외에도 중국 러시아와의 대미 공동 전선 고착화를 겨냥한 다목적 노림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북한은 대미전선에서 중국을 끌어들임으로써 북중러 스크럼을 강고하게 만드는 게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고 중국은 무조건 북한을 감싸는 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패권경쟁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의 압박과 견제, 봉쇄를 돌파하기 위해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북한을 끌어안고 가는 게 중국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주석직 3연임을 서신으로 축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지난 12일 답전을 보낸 사실을 18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시 주석은 답전에서 “지금 국제와 지역정세는 심각하고 복잡하게 변화되고 있다”며 “전통적인 양국 친선은 오랜 기간 국제정세변화의 시련을 이겨내고 발전 추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왔으며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두 정상간 “전략적 의사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의 발전방향을 공동으로 인도함으로써 친선협조가 보다 높은 단계로 올라서도록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