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IAEA 사무차장 “풍계리 4번 갱도 보수, 핵탄두 다양화 위한 추가 핵실험 의도”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보수 공사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추가 핵실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이 진단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7차 핵실험은 3번 갱도에서 실시될 것이지만 아직 임박 징후는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8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여전히 추가 핵실험을 해야 할 필요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If I look at it from the program point of view, they are producing quite a lot of various types of nuclear warheads. So most likely they need still to do additional testing.”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에서 도로 보수 흔적 등이 위성사진에 포착된 것과 관련해 북한이 다양한 핵탄두를 생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핵실험 실시 가능 상태에 더 가까운 3번 갱도를 갖고 있지만 이 곳은 규모가 작고 갱도 안에 핵실험 가능 지점이 2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4번 갱도를 구축하려 하는 이유는 3번 갱도에는 많은 실험을 수행할 수 없는 일부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I think that there were only two test spots there in that imagery, if I remember correctly. So, there might be some limitations in tunnel three that you cannot do very many tests so that's why they may want to build tunnel number four.”

3번 갱도는 전술핵 개발을 위한 50~120kt 정도의 폭발을 감당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데 비해 4번 갱도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수소폭탄 실험 등 여러 다른 실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경량화 등 전술핵무기 개발과 함께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주요 과업으로 제시했고, 그 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과업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다만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이뤄진다면 그 장소는 4번이 아닌 3번 갱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발견된 이후 대부분의 작업이 3번 갱도 인근에서 벌어졌고 훨씬 진전된 핵실험 준비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위성사진에 포착된 4번 갱도 움직임 역시 한동안 진행됐던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라면서, 실제 핵실험의 갱도 굴착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건설 공사 등 제반 작업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I think that they have not yet started the real work and maybe not start very soon real work with tunnel number four, because they need also to build a small bridge across that ditch or tiny stream, which is there. Because when they start the excavation of the tunnel, they will get a lot of material, rock and spoils, which need to be transported to the other side of that tiny river.”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북한이 갱도 굴착을 시작하면 (갱도 인근) 작은 강 건너편으로 운반해야 할 재료나 암석 덩어리, 폐기물 등이 나올 것”이라면서,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도랑이나 작은 개울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는 북한이 4번 갱도의 굴착을 위한 준비 작업 정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7차 핵실험이 실시된다면 3번 갱도에서 이뤄지겠지만 현재 핵실험이 임박한 징후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핵실험 임박 징후로 평가받는 핵실험 제어 및 측정 건물이 아직 보이지 않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We don't have yet all the buildings in place. So, for example, the most important building which is not visible in this image is the building, which was called a measurement building which actually controls the detonation and events which will take place inside the tunnel. That doesn't mean that they need to rebuild it because they may do it in some other way compared to the past but it may still be that. Actually they are not entirely finished but most likely it will not take a long time if they want to proceed.”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북한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건물을 반드시 재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도, 일반적으로 핵실험 시 폭발력과 성공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건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해당 건물을 짓기로 마음먹는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과 물자, 장비의 이동이 포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실제 핵실험 실시 여부와 상관 없이 지속적인 풍계리 핵실험장 유지·보수 작업을 통해 외부 세계에 핵 억지력을 과시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7차 핵실험을 지렛대로 활용하려 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앞서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매체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4번 갱도에서 새로운 활동이 관측됐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4번 갱도의 무너진 입구로 이어지는 도로 보수 공사가 중단됐다가 최근 완공됐으며, 갱도 입구 주변 작은 건물 2채가 새로 건설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4번 갱도에서 포착된 새 움직임이 북한의 핵실험 능력을 더 확장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전략적 기만전술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관측된 활동들이 핵실험 임박을 보여주는 강력한 정황은 아니지만 7차 핵실험은 거의 틀림없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