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튀르키예 대선 결선 승부

오는 28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사진) 현 대통령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14일 튀르키예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가 있었습니다. 대선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는데요. 하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해 오는 28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리게 됐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과정과 대선 결과가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 짚어보겠습니다.

“5년 만의 선거”

이번 선거는 지난 2018년에 이어 5년 만에 치른 대통령 선거였습니다.

초반 여러 명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혔지만 최종적으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중심으로 4개 정당 연합 후보로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공화인민당(CHP)’ 등 6개 야당 연합이 내세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간 경쟁 구도로 압축됐는데요.

개표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득표율 49.5%로 1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4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과반을 얻지 못해 오는 28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습니다.

튀르키예는 대선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1, 2위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해 최종 승자를 정합니다.

“예상 밖 결과”

이번 대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는 대부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보다 우세했습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보다 10%P 이상 앞선 지지율로 기염을 토했는데요.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두 후보 간 격차가 급격히 줄어 막판에는 지지율 차이가 소수점 이하 초박빙이었습니다.

그래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에르도안 대통령이 0.3%P 차로 1위를 차지한 겁니다.

비록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현역 대통령이 야당 후보와 박빙 대결을 펼친 것 자체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굴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대선에서는 2위 후보를 20%P 넘는 차로 여유롭게 따돌려 결선투표 없이 승리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그만큼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에르도안 대통령 고전 이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고전한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튀르키예 경제 사정입니다.

지난해 10월 튀르키예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86%가 올랐습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에는 이 수치가 약 44%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여기에 튀르키예 경제를 더 악화하는 요인으로 서방 경제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저금리 정책을 지목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 탓에 물가가 폭등한 나라가 사실 튀르키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으려고 앞다퉈 금리를 인상한 것과는 달리 튀르키예는 저금리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계속 폭등하고, 그 사이 리라화 가치도 폭락하면서 에드로안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 불만이 쌓였습니다.
여기에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부를 덮친 대지진이 민심을 더 요동치게 했습니다.

이 지진으로 5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건물 수십만 채가 붕괴하는 등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는데요. 그러면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외로 지진 피해 지역에서 압승을 거둬 눈길을 끕니다.

일례로 최대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카흐라만마라슈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72% 득표율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크게 앞섰습니다.

“3위의 캐스팅 보트”

현재 튀르키예 매체들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 거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안 대표는 1차 투표에서 5% 득표하는데 그쳤는데요. 하지만 오안 대표를 지지했던 유권자 표심이 에르도안과 클르츠다로을루, 이 두 후보 중 누구에게 향할지에 따라 승패가 판가름 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안 대표는 튀르키예공화국 건국 이념인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 ‘세속주의’ 복원을 주창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년간 이슬람 정책을 강화하며 탈 세속주의 성향을 보였던 에르도안 대통령과는 대척 지점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안 대표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와도 결이 다른 극우 민족주의 성향 정치인입니다.

특히 튀르키예에서 민감한 현안인 쿠르드족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번 대선에서 쿠르드족 표심을 공략하고 있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대선이 주목받는 이유”

이번 튀르키예 대선은 국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튀르키예 국내적으로, 이번 대선은 에르도안 대통령 종신 집권이냐, 아니면 정권 교체냐는 갈림길이 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책임제였던 지난 2003년 총리로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20년 동안 집권했는데요.

올해 69살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면 사실상 종신 집권 길이 열리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튀르키예 선거 결과는 대외적으로도 큰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자랑하며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러 행보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을 찾고 있는 국제 사회에는 민감한 부분입니다.

튀르키예는 또 미국이 반대하는 러시아 방공미사일 도입을 강행하는 등의 조처로 미국과도 그동안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 왔는데요. 이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하면 이런 기조가 더 강화될 전망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954년생으로 흑해 연안 지방의 가난하고 보수적인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부모는 그가 13살 때 이스탄불로 이주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이슬람 학교에 다녔다고 하는데요. 그의 자서전이나 튀르키예 대통령 웹사이트는 에드로안 대통령이 이스탄불 소재 마르마라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981년 졸업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르마라 대학교가 설립된 게 1982년이라 사실이 아닐 거라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국터키학생연합’이라는 조직에 가입하면서 정치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됐고요. 이후 청년 지부장 등을 맡으며 정치적 기반을 넓혔습니다.

그는 1994년, 마흔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튀르키예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됩니다.

시장 재임 기간 이스탄불의 고질적인 상수도 문제, 교통 문제 등을 해결하며 행정가로서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에드로안 대통령은 어릴 적부터 철저한 이슬람 교육을 받은 강성 이슬람 원칙주의자입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약 4개월 동안 복역한 적도 있습니다.

2001년에는 이슬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정의개발당을 직접 창당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 선거에서 이 정의개발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2003년 총리가 됐습니다.

이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모든 공립학교에서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게 하는 등 이슬람 가치를 구현하는 정책을 도입했고
튀르키예는 점점 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에서 멀어졌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를 3차례 연임했고요. 총리직 4번 연임 조항에 막히자 개헌을 통해 임기 중 대통령 직선제로 바꿔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고요. 2017년, 5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안을 통과시켜 다시 권력을 잡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결선까지 가게 된 튀르키예 대선에 관해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