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성공' 남북한 위성 경쟁 가열...전문가들 "북한 명분·기술력 모두 뒤처져"

25일 한국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3차 발사 직후 시민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우주발사체로 자체 제작한 실용위성 을 처음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남북한 위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경고에도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강행하려는 북한은 명분은 물론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에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저녁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진 3차 발사에서 처음으로 실용급 위성을 계획된 궤도에 안착시켰습니다.

같이 보기: 한국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우주강국 G7 진입"

2021년 10월 3단 로켓 연소가 조기 종료되면서 실패했고, 지난해 6월엔 발사 연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시험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데 이은 성공이었습니다.

한국은 이로써 자체 제작한 위성을 자체 제작한 발사체에 탑재해 우주궤도로 올린 7번째 국가가 됐습니다.

누리호에는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8기의 위성이 실려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26일 누리호를 타고 고도 550km에 도달한 위성 8기 중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포함한 5기가 우주를 순항 중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선 새 발사대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북한이 공언해 온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가 속도를 내는 양상입니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 분야 5대 핵심과제 중 하나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일과 지난 16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 정찰위성 제작 완성을 선언하고 탑재 준비가 완료된 군 정찰위성에 대한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하는 등 발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군사위성 1호기 탑재 준비 완료...김정은 차후 행동계획 승인"

이런 가운데 한국이 전 세계 우주강국을 일컫는 이른바 ‘스페이스 클럽’ 반열에 오르면서 북한의 속내가 불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의 잇단 현지지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늦춰지는 양상이라며 기술력의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확보를 이미 8차 당 대회에서 목표로 설정했고요. 그리고 국가우주개발국이 4월에 첫 정찰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 거라고 이미 보고까지 해놨거든요. 그 상태에서 4월이 지났고 그 사이에 누리호가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체면을 많이 구긴 셈입니다. 그러니까 정치일정과 관계없이 준비되는 대로 발사할 가능성도 있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한국의 누리호 발사를 자신들의 군 정찰위성 발사를 정당화시키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핵 투발수단으로서 다양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의 평화적 이용 차원에서 위성 발사에 성공한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라며 위성궤도 진입 성공을 주장했던 2012년과 2016년 발사 때와는 달리 이번엔 처음부터 군사정찰위성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며, 미중 미러 간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정세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이번에는 좀 달라질 것 같아요. 계속 정찰위성이라고 얘기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도 어떤 명분이 될 것 같아요. 지금 미국과 중국과 관계가 아주 좋지 않잖아요.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관계 그래서 북한 입장에선 그냥 대놓고 하는 거에요.”

이번에 누리호를 통해 궤도에 안착한 위성들은 과학위성으로, 태양동기궤도를 돌며 우주 기상현상 관측과 북극 해빙 변화 탐지 등 임무를 수행합니다.

하지만 이번 성공으로 한국 군이 개발 중인 초소형 군사위성 발사에도 누리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한국이 우주로켓을 개발하면서 실패를 거듭했고요. 그에 대한 보완을 해서 처음으로 실용위성을 쏘아올린 우주로켓이잖아요. 동일한 형태의 설계를 가지고 추가 발사를 몇 번 더 한 뒤에 이보다 더 성능이 향상된 우주로켓을 가지고 군사정찰위성까지 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에 탑재되는 핵심 장비인 정찰자산의 해상도와 같은 기술력 측면에서 남북한 간 차이가 크다고 말합니다.

한국 군은 위성정보의 대외 의존에 따른 한계를 극복하고 독자적인 대북 감시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고성능 영상레이더, 싸(SAR)를 탑재한 위성 4기와 적외선장비(IR) 탑재 위성 1기 등 고해상도 중대형 군사위성 5기를 오는 2024년까지 도입하는 내용의 이른바 ‘425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에 누리호가 쏘아 올린 차세대 소형위성 2호에는 이미 한국이 자체 개발한 첨단 영상레이더가 탑재돼 있습니다.

영상레이더는 지상으로 전파를 쏘고 지상에서 산란해 돌아온 정보를 수신해서 이를 영상으로 복원하는 방식으로 지형과 지물을 인식하기 때문에 광학카메라와는 달리 기상 영향을 받지 않고 밤낮으로 지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에 사진으로 공개한 위성체 모습으로 미뤄 영상레이더는 탑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박사는 광학카메라 해상도 기술에서도 북한이 한국에 비해 많이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북한 것은 보기에 약 2~3m 이하의 해상도로 들어오기 힘들 것 같은데 한국은 이미 1m 이하로 충분히 들어와서 운용하고 있는 것도 있고 앞으로 발사할 것도 그럴 거에요.”

권용수 교수는 그러나 미-중·미-러 대립이 국제정세를 진영구도로 재편하는 흐름에 편승해 북한이 중러로부터 관련 기술을 지원받거나 광학카메라의 경우 아예 첨단 완제품을 들여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