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몰아낼 대반격 이번 주 개시"..."잃을 수 없는 역사적 기회, 실수 용납 안돼"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가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군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임박했다고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가 27일 밝혔습니다.

다닐로우 서기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고 러시아 점령군을 몰아낼 대대적인 공세가 "내일, 모레 또는 일주일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이날 영국 BBC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다닐로우 서기는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결코 잃어서는 안 될 역사적 기회이며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의 전체적 향방이 곧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대반격을 진행하는 정확한 날짜나 지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 "최고 결과 얻을 시점에 시작"

다닐로우 서기는 근래 한동안 방어에만 주력해왔던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로 돌아설 준비가 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준비가 돼있다"면서 "그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점에서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최근 러시아 본토에서 교전이 발생하고 기간 시설 파괴가 잇따라, 사실상 '대반격'을 이미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러시아 본토 대대적 공습"...폭발 후 열차 탈선·송전탑 폭파 등 잇따라 

다닐로우 서기는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의 통제소와 군사장비를 파괴하는 것은 언제나 우크라이나군의 임무였다"면서, 곳곳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공세가 '대반격'과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최근 러시아 본토에서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보이는 미사일 공격이 보도됐습니다.

전날(26일)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에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이 발생했고, 벨고로드 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공격해왔다고 러시아 측은 주장했습니다.

러시아는 이에 앞선 25일엔 모로조프스크 지역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 핵무기 이전 "놀랄 뉴스 아냐"

최근 러시아가 벨라루스로 전술 핵무기를 이전하는데 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다닐로우 서기는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핵 위협은 개전 이후 일상적인 일이었다면서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우리에게 그것은 전혀 놀란 만한 뉴스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하는 합의문에 양국 국방장관이 25일 서명했습니다.

다음날(26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핵무기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핵무기 나토 경계 가까이 이동 시작...벨라루스 대통령 "보여줄 수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저장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오늘 나에게 알렸다"면서 "핵무기 이전은 시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2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핵 선제 타격'을 언급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이전하려한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는 핵 선제 타격을 진행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핵 선제 타격 가능" 선언..."우크라이나 정부, 한반도식 38선 분단 추진"

벨라루스는 오는 7월 1일까지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예정입니다.

벨라루스에는 이미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폭격기가 배치돼 있습니다.

앞서 벨라루스군 조종사들이 러시아에 가서 관련 훈련을 마쳤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벨라루스 공군 핵무기 투하 훈련 완료"...태평양함대 최고 경계 태세 발령

어떤 전술 핵무기가 얼마나 이동하는지 상황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불과 1달여 뒤면 벨라루스에서 핵무기가 발사될 수 있는 것입니다.

벨라루스로 이동하는 핵무기와 관련,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장하지 않고 우리는 그런 종류의 무기 수십만 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핵 위협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최고조에 이른 상태입니다.

■ 핵 위협 속 '대반격' 개시

이같은 핵 위협 속에서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예고해왔던 '대반격'이 일주일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당국자가 밝힌 데 따라, 15개월 동안 이어진 이번 전쟁이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반격 이후 전개될 상황은 크게 세 갈래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한다면 계속 동쪽으로 진격하며 러시아군 점령지를 되찾고,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등지 친러세력 장악 지역을 수복할 기회를 잡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있는 도네츠크 주와 루한시크 주 위치. 아래 주황색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불법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그러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추가 군사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고, 이번 전쟁의 전체적인 주도권을 우크라이나가 잡게 됩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을 애리조나에 데려와 F-16 전투기 운용에 관한 시뮬레이션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난 3월초 알려진 바 있습니다.

하지만 3개월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F-16 지원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 미국서 시뮬레이션 훈련 중...F-16 전투기 지원하나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반격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낼 경우, F-16 전투기를 비롯한 최신 장비 지원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현장에서, F-16 등에 관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시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이 실제로 F-16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이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시작됐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F-16 전투기 조종 훈련 폴란드 등 여러 나라서 개시...'공군력 업그레이드' 전세 영향 주목

다만 이런 상황에서는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국지적인 핵무기 도발을 감행하거나, '더티밤'을 곳곳에 터뜨려 광범위한 방사능 오염을 일으키는 비대칭 전술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패배 시 치명타

반면 대반격이 실패하면 우크라이나는 지원 물자 허비와 함께 사기가 크게 꺾이게 됩니다.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 여론도 식을 수 있습니다.

그 뒤로는 서방 국가들의 군수 원조가 줄어들 수 있고, 점령지 탈환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젤렌스키 정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같이 보기: 젤렌스키 "대반격 준비, 전쟁 승리 가까워질 것"...드니프로강 동쪽 진지 구축·현대식 탱크 등 무장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물리친 기세를 몰아, 동부와 남부 점령지를 연결한 뒤 이웃나라 몰도바의 친러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진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우크라이나는 흑해로부터 차단된 내륙국가가 됩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주변 국가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몰도바에서 또다른 분쟁이 확산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전쟁 초기였던 지난해 봄, 몰도바 진격 계획을 공공연히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군, 몰도바 진격 계획...구테흐스 유엔 총장-푸틴 러시아 대통령 26일 회동

■ '무승부'일땐 정전 협상 압박

마지막 세번째 시나리오는 대반격 이후에도 전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력이 지금처럼 공습과 국지 전투를 이어가며 대치할 경우입니다.

그러면 이번 전쟁은 교착상태에 진입하게 되고, 국제사회로부터 정전 또는 휴전 협상 압박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가 최근 중재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입니다.

특사를 맡은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관련 국가들을 순방했습니다.

리 특사는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독일, 프랑스, 그리고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등을 방문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더 확산하기 전에 신속히 종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후이(오른쪽) 중국 유라시아사무 특별대표가 주러시아 대사 재임 시절인 지난 2015년 6월 모스크바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자료사진)

■ 중국 특사 '친러시아 행보' 의심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신속히 전쟁을 마무리할 경우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는 러시아 영향 아래 남게 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철군 없는 어떤 해법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 각국은 리 대표에게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재확인하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리 대표는 또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자율성을 주장할 것과 중국을 미국의 경제적 대안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통해 중국이 공정하게 중재 역할을 하려는 것인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유럽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방문도 매끄럽지 않아

리 대표의 순방 일정은 앞선 우크라이나 방문부터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중국 외교부는 리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 기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발표했으나, 우크라이나 측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리 대표에게 '러시아 점령지 반환 없는 종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러시아 점령지 반환 않으면 종전 불가" 중국에 통보...시진핑 '평화로 가는 4가지 당위' 제시

■ 러시아 "중국의 균형 자세 사의"

리 대표는 26일, 마지막 순방국인 러시아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면담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라브로프 장관이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분쟁을 정치적, 외교적으로 해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균형 있는 자세를 취하는데 사의를 표명하고 중국의 평화를 향한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외무부 측은 설명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자료사진)

아울러 "리 대표와 라브로프 장관은 양국이 외교 면에서 연대를 강화하기로 확인했다"고 외무부는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