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겼습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를 3일 연속으로 맹렬하게 공격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합의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에 경계심을 드러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많은 눈길을 끌었던 튀르키예 대선 결과가 확정됐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종 승자가 됐죠?
기자) 그렇습니다. 28일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승리했습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개표가 거의 마무리됐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52.2%, 그리고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47.8%를 얻어 과반 득표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종 당선자가 됐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선투표에서 이길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었죠?
기자) 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일단 1차 투표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1위를 차지하면서 힘을 얻었습니다. 또 대선과 같이 치른 의회 선거에서도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이 주도하는 세력들이 과반을 차지하면서 상황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습니다. 여기에다 결선투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1차 투표에서 약 5% 득표율로 3위에 올랐던 시난 오안 후보가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가 확정된 뒤에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카라에 있는 대통령궁 앞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이번 선거가 튀르키예 역사에서 중요한 선거 중 하나였다면서 “8천500만 명 전 국민이 승리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제 대선 기간 발생했던 분쟁과 분열을 한 쪽으로 돌리고 국가 목표를 중심으로 단합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 선거가 터키 역사에서 중요한 선거였다고 했는데요. 외부에서도 그렇게 보고 이번 선거를 면밀하게 주시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20여 년이나 계속되면서 튀르키예 국내외에서 무수한 논란을 빚었던 에르도안 대통령 치세가 이번에 끝나느냐, 아니면 연장되느냐를 두고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튀르키예가 두 번째로 맞는 세기는 ‘튀르키예의 세기’라면서 두 번째 세기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튀르키예는 올해 10월에 건국 100주년을 맞습니다.
진행자) 결선투표에서 진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했다고 선언한 뒤에 연설했는데요. 집권당이 자신을 겨냥해 나라의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면서 이번 대선이 “최근 몇 년 동안 치른 선거 중 가장 불공평한 선거였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결선투표 결과를 문제 삼지는 않았는데요. “튀르키예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찾아올 때까지 계속 투쟁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튀르키예 야당 진영에서는 이번 대선이 에르도안 체제를 끝낼 매우 좋은 기회로 여겼죠?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면서 권위주의적으로 나라를 통치한 탓에 국민들 사이에 피로감이 많이 쌓였습니다. 또 튀르키예 경제 상황이 말이 아니었는데요. 특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서 지난해엔 물가상승률이 최고 85%를 기록하는 등 튀르키예 사람들이 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거기에 결정타는 지난 2월에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동부에서 난 대지진이었습니다. 이 지진으로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는데요. 에르도안 정부가 이걸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인심을 많이 잃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번에는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말이 계속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야권이 에르도안 체제를 무너뜨리기에 힘이 부족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 진영은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 등 장기 집권하면서 확보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선거운동에 나섰고요. 또 성소수자(LGBT)나 쿠르드족 문제 등을 두고 야당 후보를 맹렬하게 공격한 덕에 보수 유권자들 표심을 다시 끌어올 수 있어서 야당 승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진행자) 결선투표 승리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 집권 토대를 더 단단히 다졌다고 볼 수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2028년까지 임기는 보장됐고요. 또 헌법 규정에 따라서 여기서 5년 더 집권할 방법도 있어서 에르도안 대통령 치세가 20년이 아니라 30년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장기 집권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일단 상황이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또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는 것에 반대하거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등 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관계가 좋지 않은데요. 이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 당선에 국제 사회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먼저 터키와 관계가 껄끄러운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에 “상호 현안이나 공유한 국제적 도전에서 나토 동맹국으로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 유럽연합(EU),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도 비슷한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쪽에서도 나온 반응이 있나요?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선 결과가 ‘친애하는 친구’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열심히 일한 결과라면서 두 나라 관계 강화에 기여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도 외교부 논평으로 축하한다면서 앞으로도 두 나라 관계를 더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다음은 우크라이나 소식입니다. 러시아군이 지난 주말부터 29일까지 우크라이나 몇몇 지역을 맹렬하게 공격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군이 드론(무인기)과 순항미사일을 대거 동원해서 크이우와 오데사 등 지역을 공습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새벽 사이에 대규모 드론 공격이 있었는데, 이제까지 봤던 것 중에 가장 규모가 컸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군 드론 공격은 주말을 지나 29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군 드론이 몇 대나 공격한 겁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군 설명으로는 주말에 59대였고요. 29일에는 35대였습니다. 29일에는 드론 외에 순항미사일도 40기 발사됐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측은 주말에 드론 59대 가운데 58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가운데 크이우에서만 36대가 떨어졌습니다. 또 29일에는 드론 35대 가운데 29대, 그리고 순항미사일 40기 가운데 37기가 격추됐다고 합니다.
진행자) 이번 공습으로 인명피해가 났나요?
기자) 네. 크이우에서 주말에 드론 공습으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는데요. 드론 잔해가 우크라이나 시각장애인협회 건물에 떨어져 건물이 손상되기도 했습니다. 또 동부 도네츠크 지역 토레츠크시에 29일 러시아군이 폭발력이 큰 폭탄을 떨어뜨려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5월 들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히 크이우를 자주 공습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러시아군이 이번 달에만 수도 크이우를 16차례 공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 공격에서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뿐만 아니라 이란제 자폭 드론을 많이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9일 공습에서는 크이우뿐만 아니라 남부 오데사와 서부 ‘흐멜니츠키(Khmelnitskiy)’시도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진행자) 오데사는 중요한 항구 도시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흑해엔 접한 항구 도시인데요. 우크라이나 곡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나가는 항구 세 곳 가운데 하나가 오데사항입니다. 이번에 오데사 내 기반 시설이 공격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흐멜니츠키에서는 군사시설이 공격받았다는데요. 활주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고 항공기 5대가 가동 불능 상태가 됐다고 우크라이나 측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최근 우크라이나군 반격이 임박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네, 서방이 제공하는 무기가 속속 도착하고 이제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곧 러시아군을 겨냥한 대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군도 공격보다는 우크라이나군 반격 대비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전문가는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자주 공습하는 것이 곧 반격을 시도할 우크라이나 쪽 기세를 꺾고 반격 능력을 약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합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최근 다자간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합의한 공급망 협정에 중국 정부가 경계심을 드러냈군요?
기자) 네. 29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마오닝 대변인이 이 협정에 관해 논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요. 그러자 마오 대변인은 “우리는 개방성과 협력, 그리고 상호 혜택이 아시아∙태평양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역 협력틀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던 차별적이거나 배타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고 포괄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새 협정이 배타적이거나 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다른 나라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마오 대변인은 또 “산업 공급망은 시장 역학과 기업의 선택에 의해 형성되고 개발된다”면서 “시장 기능 왜곡, 정상적 무역 활동 정치화, 그리고 반도체 협력같이 산업 협력을 저해하는 장벽 설정은 공급망 안전성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마오 대변인 논평은 이 IPEF 협정이 오히려 공급망 안정에 해를 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이 협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기자) 네. IPEF 참가국 14개 나라 무역 부문 장관들이 지난 27일 미국 디트로이트에 모여서 합의한 협정입니다. 핵심 내용은 국제 공급망을 더 탄력 있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공급망 활동을 조율할 협의체와 공급망에 문제가 생겼을 때 IPEF 회원국들에 빨리 경보를 전달할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공급망 활동을 조정하고 비상시에 조기 경보를 발령할 조직을 만든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새 협정은 특히 공급망 교란 시에 회원국들을 지원하고 위기 기간 더 긴밀하게 조율하면서 더 빨리 회복하기 위한 ‘비상 소통 채널’을 제공합니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미국 상무부 지나 레이몬도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기간 반도체가 모자라서 미국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고 노동자 수천 명이 일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위기대응 네트워크가 있었으면 당시에 정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은 이 협정이 국제 공급망 안정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군요?
기자) 맞습니다. 29일 마오 대변인 논평을 보면 반도체 협력을 산업 협력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말은 최근에 미국과 일본이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겨냥한 겁니다. 중국은 이런 움직임이 말은 협력이지만 결국 중국 기술 개발을 막아서 중국을 관련 공급망에서 퇴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진행자)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중국을 국제 공급망에서 퇴출하려는 뜻이 없다고 최근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자신들은 중국을 ‘디커플링(de-coupling)’, 분리시키려는 게 아니라 ‘디리스킹(de-risking)’, 즉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마오닝 대변인은 29일 미∙일 반도체 협력 등 일련의 움직임을 겨냥해 “나라 사이 협력은 삼자를 겨냥하면 안 된다”면서 “패권을 행사하거나 자국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