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벨라루스 내 핵무기 배치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상무부 장관이 만나 상대방 정책에 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두 국제 인권 단체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여성들에게 부과한 제한 조처들이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고 비난했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지난 3월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었는데요. 이 발표가 실행에 옮겨지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부 장관이 25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는 것을 공식화한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러시아 핵무기가 언제 벨라루스로 이동하는 겁니까?
기자) 네. 정확한 이동·배치 일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기자들에게 해당 협정에 따라 핵무기가 이미 이동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미 벨라루스에 도착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진행자) 핵무기가 몇 기나 벨라루스로 들어가는 건가요?
기자) 네. 그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 약 2천 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요. 여기에는 항공모함이나 단거리 미사일, 그리고 포탄에 탑재할 수 있는 것들이 들어갑니다.
진행자) 전술 핵무기라고 하면 전략 핵무기하고는 개념이 좀 다른 무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술핵은 전장에서 적군이나 무기들을 파괴하는 목적으로 씁니다. 반면에 전략핵은 주로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하는데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보통 전술핵은 전략핵보다 위력이 낮고요. 사정거리가 짧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자국 전술핵을 배치하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을 염두에 둔 조처죠?
기자) 맞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관리들은 이 조처가 서방의 적대감이 유발했다고 설명합니다.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비전략 핵무기 배치는 우리에 적대적인 나라들의 공세적 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서부 국경에서 극도로 빠르게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사·핵 분야에서 대응 조처를 하겠다는 결정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과거에 러시아 핵무기가 벨라루스에 배치됐던 적이 있었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냉전 시기에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그리고 우크라이나 등에 소련 핵무기가 배치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1년에 소련이 무너진 뒤에 미국이 중재해서 이들 세 나라에 있는 핵무기를 모두 러시아로 옮겼습니다.
진행자) 이번 협정 체결 소식에 외부에서는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미국 국무부 매튜 밀러 대변인은 해당 계획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그들이 보여준 무책임한 행동의 가장 최근 사례”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쓰면 이후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기존 미국 경고를 다시 환기했습니다.
진행자) 벨라루스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충실한 동맹 역할을 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는데요. 이번 전쟁 기간에도 러시아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가 벨라루스 경제뿐만 아니라 벨라루스군도 지원하고 있는데요.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재래식 탄두나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벨라루스군에 인도했고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일부 SU(수호이)-25 전폭기를 개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핵무기 배치 외에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문제도 큰 관심거리인데요. 미군 수뇌부가 이 문제를 언급했군요?
기자) 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나라들 국방장관과 화상으로 만난 뒤에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오스틴 장관은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에게 F-16 전투기 운용법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동맹국들이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그동안 F-16 전투기 문제와 관련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는데요. 최근에 변화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동맹국들이 F-16 전투기를 몰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훈련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그간 전투기 제공은 물론이고 훈련 제공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결국 태도를 바꿨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꼭 F-16 전투기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F-16이 전황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장의 무기라는 겁니다. 하지만 미군 측에서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밀리 합참의장은 이날(25일) 기자회견에서 “마술을 부리는 무기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F-16이 우크라이나 정부 말처럼 전지전능한 무기는 아니라는 말인데요. 오스틴 장관도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키려는 광범위한 노력에서 가장 필요한 무기는 전투기가 아닌 대공방어 체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26일에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해서 어떤 소식이 나왔나요?
기자) 네. 러시아군 미사일이 26일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에 있는 한 병원에 떨어져 적어도 2명이 숨지고 아이 2명을 포함해 모두 30명이 다쳤습니다. 또 26일 일찍 수도 크이우에도 러시아군 미사일이 떨어졌는데요. 이 공격으로 사상자가 나오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과 중국 상무부 장관이 워싱턴 D.C.에서 만났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왕원타오 중국 상무장관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에 참석하려고 미국에 왔는데요. 회의에 앞서 25일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을 만났습니다. 미 상무부는 두 사람이 양국 간 쟁점 현안에 대한 우려를 상대편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두 사람이 전달했다는 우려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먼저 미국 상무부는 레이몬도 장관이 중국 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조처에 우려를 제기했다면서 두 장관이 무역과 투자환경, 그리고 잠재적인 협력 분야 등도 논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왕 장관은 미국의 반도체와 수출, 그리고 무역 정책에 대한 핵심적인 우려를 전달했다고 중국 상무부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레이몬도 장관이 언급한 중국 측 조처가 뭔가요?
기자) 네. 중국 공안이 경영자문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와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사무소를 최근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국가안보에 위협을 준다면서 국내 주요 산업체들이 마이크론이 만든 반도체를 사는 것을 금지한 바 있는데요. 레이몬도 장관이 이들 조처를 문제 삼은 겁니다.
진행자) 최근 두 나라가 특히 반도체 기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관련 첨단기술이 중국군 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관련 기술이나 이런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한하는 조처를 속속 발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조처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개발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면서 이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는데요. 최근에 마이크론 반도체 수입을 금지한 것은 중국이 예고한 강경 대응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유출을 막으려는 것뿐만 아니라 무역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죠?
기자) 네. 중국이 세계 각지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대응해 원자재나 각종 공산품 공급에 있어 중국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있었던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런 노력을 ‘디리스크(de-risk)’란 말로 표현했습니다.
진행자) 최근에 서방 국가들 대중국 정책에서 디리스크 외에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말도 자주 등장했었는데요. 뜻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기자) 네. 디커플링이란 것은 중국을 국제공급망에서 제외한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물자 공급에 있어 중국에 일절 의존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최근에 미국 등 몇몇 나라가 이 디커플링을 자주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는 기조를 조금 누그러뜨려 디리스크란 말을 썼습니다.
진행자) 이번 두 나라 상무장관 회동에서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기자) 네. 미 상무부는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기술과 안보 등 쟁점 현안에서 진전은 없었다고 양측이 밝혔는데요. 그래도 레이몬도 장관과 왕 장관이 무역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왕원타오 장관이 26일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는데요. 타이 대표가 이 자리에서 양국 소통 경로를 유지하고 중국이 경제와 무역 부문에서 만들어 낸 심각한 불균형을 해소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USTR이 이날(26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여성 박해가 반인도적 범죄라는 비난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국제법률가협회(International Commission for Jurists: ICJ)’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탈레반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여성과 소녀들의 활동을 가혹하게 제한하는 것은 성별에 근거한 박해이며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는 겁니다. 두 기관은 성별에 근거한 박해를 반인도적 범죄로 기술한 국제형사재판소(ICC) 법령을 인용해 보고서 제목을 ‘여성에 대한 탈레반의 전쟁: 아프가니스탄 내 성별 박해의 반인도적 범죄’라고 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시 집권한 뒤에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억압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었죠?
기자) 맞습니다. 사실 탈레반은 처음에 이전보다 좀 더 온건한 규정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활동하거나 일하는 것을 거의 허용하지 않았고요. 또 여학생들이 6학년 위의 상급 학년으로 진학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또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탈레반은 구금이나 강제 실종, 고문, 그리고 기타 학대 등을 통해 어떻게 아프간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 단체는 이런 행위를 ICC가 규정한 반인도적 범죄로 보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또 여성과 소녀들뿐만 아니라 여성 언론인이나 사회운동가까지 강제로 탈레반 지휘관과 결혼시킨 사례가 있다고 전했는데요. 보고서는 이런 강제 결혼을 거부하면 납치나 협박, 위협, 그리고 고문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산티아고 칸톤 ICJ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이런 여성 박해가 거대하고 중대하며 체계적인 성질을 가진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아프간 여성 인권 상황이 나쁘다는 건 이미 외부에 잘 알려져 있었는데요. 인권 단체들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 것 같군요?
기자) 맞습니다. 칸톤 사무총장은 “우리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을 저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국제앰네스티와 ICJ는 ICC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사하고 있는데, 여성 박해 문제도 조사하고 법적 조처를 하라고 ICC 측에 촉구했습니다. 두 단체는 또 국제 사회에 보편적인 관할권을 행사하고 국제법에 따라 탈레반에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보고서가 이번에 여성 박해를 언급했는데요. 실제로는 성별 구분 없이 인권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고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인권 역시 적절하게 보장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보고서도 이런 상황을 언급했는데요. 탈레반이 ‘성소수자(LGBT)’ 집단이나 소수민족도 가혹하게 탄압한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진행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통치하기 시작하고 나서 국제 사회 승인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요. 이런 비판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아무래도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 받기 더 힘들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자세하게 알려지기 전에도 이미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국제 사회가 탈레반을 배척하고 있는데요. 방금 설명한 그런 가혹한 조처들이 다시 논란이 된 탓에 탈레반이 원하는 국제 사회 승인이 더 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