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승전 주장 "바흐무트에서 좋은 소식"...러시아군 점령지 댐 붕괴 "인근 주민 몰살 시도"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이 5일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주요 전선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대규모 공세에 나선 가운데, 전황 판단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의 승전을 연일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 격퇴 소식을 잇따라 발표하는 중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바흐무트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병들이 '좋은 소식'을 가져 왔다고 영상 연설을 통해 밝혔습니다.

다만 '좋은 소식'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바흐무트는 1년 가까운 전투 끝에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완전 점령을 선언하고 러시아 정규군에 통제권을 넘긴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에서 여전히 공세를 벌이며 전과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장병들이 바흐무트 전선에서 전진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은 일부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는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일부 지역을 우크라이나에 내줬다면서며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적(러시아)군은 바흐무트 방향에서 계속해서 현저한 손실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 군은 계속 싸워 승리할 것"이라고 텔레그램에 게시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총사령관 "바흐무트 되찾겠다...러시아군 현저한 손실"...'하이브리드' 전쟁 양상 돌입

■ '대반격' 격퇴 주장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점령지를 되찾기 위한 대반격이 임박했다고 강조해 왔는데, 실제로 시작했는지 여부는 전략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5일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예고했던 '대반격'을 전날(4일) 개시했으며, 러시아군이 공세를 격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러시아 국방부 "대반격 격퇴, 250명 제거"

이어서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날(5일) 텔레그램을 통해,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또 다른 대규모 공격을 저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독일제 레오파르트 8대를 포함한 탱크 28대를 파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이 1천500명이 넘는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러시아 측의 발표에 관해 우크라이나 당국은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직접적인 입장도 내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선전전을 비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략커뮤니케이션·안보정보센터(SPRAVDI)는 해당 성명에서 "러시아 선전요원들이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지역 사회를 오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 손실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바이든, 행운 기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행운을 기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열린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의 회담 현장에서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할 것으로 보냐는 출입기자 질문에 한 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를 교차하는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행운을 빈다'는 표현입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5일 백악관에서 회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잔인한 공격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옹호하는 것을 포함해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양국 간 방위 협력 협정을 마무리하는 것을 포함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함께 공동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유럽 관점에서 볼 때 범대서양 동맹에 헌신하는 미국 대통령이 있는 것은 항상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유럽에서 전쟁이 진행되는 지금, 동맹과 우방국이 뭉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 합참의장 "우크라이나 준비 잘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5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나는 우크라이나군을 대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말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변을 피했습니다.

한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잘 준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이날(5일)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겨냥한 반격을 매우 잘 준비했다"면서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반격 준비를 위해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훈련, 탄약, 정보 등을 제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밀리 의장은 현재 전황에 관해 "그들(우크라이나)은 생존에 실존적 위협인 전쟁에 처해 있다"면서, 이번 전쟁이 유럽과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남부 점령지 댐 폭파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시의 카호우카댐이 폭파돼 인근 지역에 홍수 위험이 고조되는 가운데,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습니다.

폭파 원인이 된 폭발은 6일 새벽 발생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댐 주변에서 격렬한 폭발과 함께 부서진 댐 잔해를 통해 물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친러시아 현지 행정 당국을 인용해 댐 상부가 포탄에 파괴됐다고 전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해설했습니다.

일부 매체에서는 포격 없이 댐 일부가 무너졌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중입니다.

러시아가 임명한 이 지역 행정 당국자는 인근 주민 대피가 시작됐으며 수위가 5시간 이내에 위험 임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댐 붕괴로 인근 약 80개 마을이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습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상대 소행 주장

우크라이나 측은 해당 지역을 점령 중인 러시아군이 댐을 자체 폭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군 사령부는 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호우카 댐이 러시아 점령군에 의해 폭파됐다"고 발표하고 "파괴 규모와 유속과 유량, 침수위험 지역이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현장 영상을 올리고 "카호우카댐 파괴는 우크라이나 땅 구석구석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 주는 일"이라고 적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서 국가안보국방회의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만이 안보를 되찾을 수 있다"며 "테러리스트들은 물과 미사일, 그밖에 어떤 것으로든 우크라이나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드리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은 러시아의 카호우카댐 파괴가 "수자원을 이용해 인근 주민들을 몰살시키려는 생태 학살(ecocide)"이라고 비난하면서, 댐 인근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력발전 시설이 있는 카호우카 댐은 옛 소련 시절인 지난 1956년 건설된 높이 30m, 길이 3.2km 규모 시설입니다.

북크름(크림) 운하와 드니프로-크리비리흐 운하를 통해 우크라이나 남부와 크름반도에 물을 대는 시설입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이곳의 저수시설에서 냉각수를 끌어다 쓰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자포리자 원전 안전에 즉각 위험은 없지만, 카호우카 댐 파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이날(6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