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위성 발사 국제 비난 여론에 예민 반응...주민에겐 '쉬쉬' 대조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31일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했다며 공개한 사진 (자료사진)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비등하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주민들에겐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한국 정부는 추가 위성 발사를 예고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미사일 발사로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북한은 위성 발사가 불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에 잦은 성명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일과 4일 연이어 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발표한 두 차례 담화를 포함해 북한은 지난 9일 동안 5건의 성명을 내며 국제사회 비난 여론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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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특히 전례없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낸 국제해사기구(IMO)와의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IMO 해사안전위원회는 앞서 북한이 위성 발사를 시도했던 지난달 31일 국제 항행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규정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같이 보기: IMO, 사상 첫 ‘북한 미사일 규탄 결의문’ 채택…“국제 해운 안전 위협”

이는 지난해 북한이 사전 통보 없이 여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높아진 IMO 내 비판 여론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관측입니다.

북한은 IMO 결의문에 대해 지난 4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밝혔고, 같은 날 김명철 국제평론가 명의의 글을 통해 앞으로는 위성 발사 시에도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또 8일엔 국가해사감독국 대변인 명의로 낸 담화를 통해 IMO의 북한 규탄 결의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특히 위성 발사시 세계항행경보시스템(WWNWS)에 올리면 된다고 주장하면서 선박 안전을 관할하는 IMO에 발사를 사전 통보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세계항행경보시스템은 회원국에 해상안전 경보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국제사회를 향한 이런 예민한 반응은 정찰위성 발사가 일회성으로 끝날 사업이 아닌 만큼 초기부터 여론전에서 밀려선 안된다는 절박함이 묻어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이 발사하는 것 자체를 상당히 관행화 시켜놓고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놔야 하는데 첫 발사 때부터 북한은 나름대로 통보하는 절차 등 여러 가지를 지켰다고 보는데 해사기구가 나서서 규탄하는 데 대해선 공정성 등 여러 가지를 문제 삼아서 초기에 일단 강력하게 대응해 놓겠다, 그래야 이후 자신들의 계속적 실험이나 개발을 정당화까진 아니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초기에 만들어놓겠다, 이런 의도가 굉장히 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잦은 담화로 말폭탄을 쏟아붓고 있는 북한의 행보는 당분간 내부정치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4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8형’ 시험발사 이후 무력 대응은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난 악화 속에서 이뤄진 지속적인 무력 도발에 따른 부담이 커진데다 내부 동요를 막고 ‘워싱턴 선언’ 등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해 숙고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은 사실 워싱턴 선언 이후에 한미 화력격멸훈련도 계속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무력 대응보다는 숨고르기 차원에서 정찰위성으로 대응하려고 했는데 그게 실패했고 그 상황에서 지금 일종의 담화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 전선이 IMO와 형성이 됐다.”

북한은 반면 대내적으론 위성 발사 실패 소식을 일절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의 대내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전 현지 지도를 통해 발사 준비를 독려하던 행보는 그때 그때 보도했지만 정찰위성 발사 실패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처럼 쉬쉬하는 게 주민 선전 차원에서 이 사업이 갖는 큰 비중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이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김 위원장의 지도자 이미지에 큰 손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정찰위성 날아가다 떨어졌는데 아느냐고 물어보니까 모른다고 대답했고, 그거 알려줄 수가 없죠. 김정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게 실패했다는 게 알려지고 그렇게 되면 거기에 따르는 주민 불만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가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9일 한국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4개 국책연구기관이 주최한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우리 안보의 실체적 위협이자 당면한 최우선적 안보 위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인권 유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소위 위성 명목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한 번에 쏟아부은 비용이 북한 전체 주민의 10개월치 식량에 해당한다”며 “이는 빈곤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을 위해 쓸 수 있었던 비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북한에 초여름 장마인 ‘보리장마’가 시작되면서 북한이 예고한 정찰위성 재발사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8일 밤 기상예보를 통해 이날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해서 올해 보리장마가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위성 실패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기상 문제가 발사 시점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춘근 명예연구위원] “연료체계라는 게 워낙 예민한 거잖아요, 잘못되는 수가 있고. 그 다음에 세워놨을 동안 연료 주입하는 거, 각종 측정하는 거 전기 이런 것을 쓰는 데 오작동이 일어날 염려가 있는 거고요. 올라가면서 또 비를 맞게 되면 통신에 지장이 있는 거고요.”

이와 함께 북한은 이달 상순 당 전원회의도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한 때문에 조기 위성 발사 보다는 상반기 결산과 농업 등 내치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