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갑자기 텅 빈 모습이 관측됐던 북한 열병식 훈련장 공터에 다시 차량 수백 대가 나타났습니다. 훈련장 중심부에는 열을 맞춰 이동 중인 병력 대열이 등장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열병식 훈련장 공터를 가득 채운 차량이 다시 포착된 건 10일부터입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이날 위성사진에는 열병식 훈련장 북서쪽 공터에 차량 수십 혹은 수백 대가 만들어낸 검은색 빛깔이 보입니다.
앞서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등은 지난달 15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이곳에 주차된 50~100대가량의 차량을 포착했습니다. 그러나 VOA는 약 일주일 뒤인 지난달 22일 차량이 일제히 사라지면서 공터가 다시 텅 비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10일 다시 공터가 차량으로 빼곡한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특히 검은색 빛깔의 면적이 지난달보다 더 넓어진 것으로 나타나 차량의 수가 더 많아졌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차량은 다음 날인 11일 자 위성사진에서도 이곳을 가득 채운 형태로 발견됐습니다.
10일 훈련장에선 병력의 대열로 보이는 점 형태의 무리도 포착됐습니다.
병력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김일성 광장의 연단을 형상화한 지점과 훈련장 중심부 등을 이동하고 있는 형태로 발견됐습니다.
병력 대열은 대략 15개로 집계됐습니다.
각 대열에 도열한 병력 수를 50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추정한 위성사진 전문가들의 이전 감식 결과를 고려할 때 이날 열병식 훈련장에는 약 750명에서 최대 4천400명이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과거 열병식 훈련장에선 소규모 차량 혹은 병력이 포착된 후 점차 그 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차량과 병력의 수가 오히려 대폭 줄어든 이후 약 보름이 지나서야 이전보다 많은 형태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병력을 철수시켰다가 다시 복귀시킨 배경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북한 내 일부 도시에서 열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당시 철수와의 연관성이 주목됩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RFA)’ 방송은 지난달 중순 북한 내 주민소식통을 인용해 평양과 평안북도, 양강도 등 일부 지역에서 독감, 폐렴 등 열병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나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열병식 훈련장에 다시 병력과 차량이 집결하면서 북한이 전승절 70주년을 맞는 7월 27일과 정권수립 75주년을 맞는 9월 9일에 열병식을 개최할 수 있다는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5년, 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의 기념일에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개최해 왔습니다.
북한의 열병식이 많은 이목을 끄는 건 현장에 동원되는 무기의 종류 때문입니다.
북한은 올해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즉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당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또 다른 ICBM인 ‘화성-17형’, 4연장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과 이스칸데르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5연장 순항미사일, 4연장 초대형 방사포, 그리고 각종 전차와 자주포 등이 공개됐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존재가 확인된 ‘전술핵 운용부대’도 처음으로 열병식에 참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