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를 논의하는 화상 회의가 열렸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납북자들을 모두 송환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한국과 일본 등은 이 사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9일 '납치 문제'를 주제로 열린 유엔 화상 심포지엄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We appeal to Pyongyang to bring peace to these families and allow all victims to return home. To start, the DPRK must release full information about all those kidnapped and unlawfully detained. And it must do so immediately.”
"우리는 북한 정부에 모든 피해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줄 것을 호소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먼저 북한은 모든 납치된 사람들과 불법 구금된 이들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어 "미국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인식을 지속적으로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유린에 관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권 유린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제공한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는 것입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Across the board, the United States will continue to raise awareness of the DPRK’s human rights violations. The evidence is clear – the DPRK engages in systemic, widespread, and gross human rights abuses – abuses which directly fund threats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We must hold them accountable – together...The United States strongly supports Japan, the Republic of Korea, and all countries whose citizens have been the victims of the DPRK’s enforced disappearances and have been unrepatriated prisoners of war. We will not rest until these grave injustices are resolved."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국은 자국민이 북한의 강제실종과 미송환 전쟁포로의 희생자가 된 일본과 한국 등 모든 나라들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우리는 이러한 심각한 불의가 해결될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오늘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해준 가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들의 이야기는 "산산조각 난 가족, 헤어진 형제자매, 부모 없이 자라야 했던 아이들과 같은 비탄의 사연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oday, I want to express my profound gratitude to the families who have shared their stories with us. Stories of immense heartbreak. Families shattered. Siblings separated. Children forced to grow up without their parents. This situation has been unresolved for so long that family members of some of these victims have passed away. Others are aging and may never see their loved ones again."
그러면서 "이 상황이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아 피해자의 일부 가족은 세상을 떠났으며 다른 고령의 희생자들도 사랑하는 가족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면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점을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이 공동 주관했습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는 "안보리가 공개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공식적으로 다룰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시카네 대사] "I also take this opportunity to emphasize that it is time for the security council to formally address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through an open briefing. The council should deliberate on the dprk'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including the abduction issue and the implications for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This step will strengthen the collective will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generate further momentum towards resolving the abduction issue."
"안보리가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침해와 유린, 그리고 이것이 국제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조치가 국제 사회의 공동 의지를 강화하고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이시카네 대사는 말했습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일본의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겸 납치문제담당상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용의가 있다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방침을 거듭 밝혔습니다.
[녹취: 마쓰노 관방장관] "That is the reason the prime minister has made clear that he is determined to directly face chairman Kim Jong un without any conditions attached. We will continue to seize every possible opportunity to convey the determination of prime minister Kishida's to Chairman Kim Jong UN from the perspective of resolving outstanding issues of concern in Japan-North Korea relations and jointly carve out a new era. At the same time Japan will press forward to engage in high level consultations through a team which directly reports to prime minister Kishida to bring about summit level talks at the earliest possible timing."
마쓰노 관방장관은 그러면서 "일본은 북일관계의 우려사안 해결과 새로운 시대의 공동 개척이라는 관점에서 기시다 총리의 결의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기회를 붙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북일 고위급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없는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북한은 일본이 “실현 불가능한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북일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평양에서 열린 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13명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8명은 사망했다며 5명만을 돌려보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납치 피해자가 적어도 17명이며, 북한 정권이 사망했다고 주장한 8명에 관해서도 설명이 매우 미흡하다며 북한 당국에 해명을 요구해 왔습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납치 문제의 시급성과 수십 년에 걸친 공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한 논의조차 일관되게 거부한 채 자국 영토에 납북자가 없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Regrettably, despite its urgency and our collective efforts over several decades now, we have seen little meaningful progress on these issues. In fact, the DPRK has consistently refused to even discuss this matter, falsely claiming that no abductees remain in its territory... In 2024, on the 10th anniversary of the COI
report on DPRK human rights, the Republic of Korea, as a Security Council member, will redouble its efforts to bring this issue into the spotlight in the Council."
이어 한국이 북한의 일부 인권침해를 반인도범죄로 규정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CO1) 보고서 발간 10주년이 되는 2024년 안보리에서 활동한다고 언급하며 "이사국으로서 한국은 북한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북한의 납치·강제실종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인들이라고 황 대사는 말했습니다.
지난 3월 공개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보고서에는 한국인 전시납북자가 10만 명, 미송환 국군포로 5만 명, 전후 납치·실종자 516명이라고 명시됐습니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치 파이필드 주유엔 호주대사는 "호주는 북한에 의한 납치와 외국인 강제 실종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해 왔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는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북한 정부가 납치 문제를 즉시 해결하고 자국민의 인권과 안위를 우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파이필드 호주대사] "We're deeply concerned that little has changed in that time. We urge the DPRK government to resolve the abduction issues immediately and to prioritize the well being and human rights of its citizens."
올로프 스코그 주유엔 유럽연합(EU)대사도 "우리는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을 때까지 유엔 결의안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문제의 시급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코그 EU 대사] "Until there is progress in resolving the issue we will continue to use the instruments available to notably UN resolutions to stress the urgency of the matter. Respect for human rights is an essential element in building peace and security. In our view. Therefore, the security council should address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the DPRK given the implications for peace and security in the region.
또한 "인권 존중은 평화와 안보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면서 "그런 만큼 안보리는 역내 평화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납북 피해자 가족들은 가족들의 조속한 귀환을 호소했습니다.
1977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 씨의 남동생이자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회' 대표인 요코다 타쿠야 씨는 "누나가 실종된 지 46년이 흘렀다"며, 북한에 인질로 잡혀 있는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발 우리를 구출해 주세요"라고 호소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타쿠야 씨/영어 통역] "46 years have passed since then. My sister Megumi and families’ brothers and sisters who are held hostage in harsh brutal conditions, I'm sure are shouting with suppressed voices. Please, please come and rescue us even as we speak right now. But the point is there is a time limit. The only result that we the association of families and the family association of missing persons probably related to the North Korea asking for is immediate return of all the abductees at the same time. Stepwise resolution or partial resolution are unacceptable neither are meaningless."
요코타 메구미는 중학생이던 1977년 11월 15일 일본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 하교 도중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습니다.
북한 측은 이후 메구미가 1994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유골을 반환했지만, 일본 정부의 DNA 감정 결과 메구미의 유골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메구미의 남동생 타쿠야 씨는 실종자 가족들이 북한 측에 요구하는 유일한 결과는 "납북자 전원을 동시에 즉각 송환하는 것"이라며 "단계적 해결이나 부분적 해법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무의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콜린 제임스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일본이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 두는 것이 옳으며, 이는 다른 나라들의 입장과도 잘 일치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크룩스 영국대사] "I think Japan is right to keep open the door to dialogue with North Korea without conditions. This is also well aligned with the position of other countries. And I think it would be wise to continue to make clear to North Korea that it will be strongly in the advantage of the DPRK to agree to dialogue and to enter into a good faith dialogue to resolve this situation. Finally, that's very much in North korea's interests."
주북한 대사로 근무했던 크룩스 대사는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선의와 함께 대화에 나서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라는 점을 북한에 지속적으로 분명하게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28일에도 외무성 일본연구소 리병덕 연구원의 입장을 통해 “일본 사람들이 말하는 납치 문제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의 아량과 성의 있는 노력에 의해 이미 되돌릴 수 없이 최종적으로 완전무결하게 해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