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해 추락 북한 정찰위성 '효용 전무' 판단...재발사 공언 북한 압박감 클 듯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잔해 일부를 한국 군이 서해에서 인양하고 있다. (자료사진=한국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국 군 당국은 서해에 추락한 북한 정찰위성과 발사체 인양 작업을 종료하면서 위성에 대해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평가가 향후 북한의 위성 재발사 일정에 압박 요인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5일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 위성체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정찰위성으로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품 혹은 장비를 인양해 그런 결론을 도출했는지에 대해선 일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인양된 물체가 ‘위성체 주요 부분’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분석할만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최상단에 탑재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2단부와 함께 한국의 군산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습니다.

한국 군은 2단부 동체는 인양해 공개했지만 이후 수거된 위성체에 대해선 노출을 삼가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한국 군, 북한 정찰위성 등 인양 종료 "군사 효용 없어"

카메라 등 광학장비 부품을 보면 북한이 자체 제작했는지, 외국에서 수입했는지를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해상도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군의 단정적인 결론으로 미뤄 위성체에 장착된 카메라 등 광학장비 부품을 인양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이번에 잔해를 건지고 보니까 광학카메라 등이 이것은 군사용으로 쓸 수 있는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할 수 없는 장비이기 때문에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여기서 군사적 효용성이란 차량이 있을 때 장갑차인지 전차인지 구분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수준도 안되기 때문에 쉽게 말해서 상업위성보다도 더 못한 수준으로 판단된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 센터장은 군 당국이 광학카메라의 제원과 구성 요소, 특성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군 당국이 분석한 결과 해상도가 북한이 작년 12월 미사일을 쏜 뒤 공개한 서울과 인천 지역 사진이 보여준 20m급 정도로 추정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위성시험품’을 탑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이를 통해 촬영했다고 주장한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위성체가 대기권을 통과하는 내구성과 충격 차단 장치를 갖춘 페어링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상당 수준 온전하게 인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정찰 또는 첩보 위성으로 쓰려면 1m 해상도 즉 가로와 세로 각 1m의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하는 수준보다 더 정밀한 ‘서브 미터’급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주어진 임무에 따라 해상도가 낮은 위성이라도 효용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권용수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미 항공모함 전단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의 위성이라면 북한에겐 군사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용수 전 교수] “전시에 항모를 중심으로 하는 지원세력의 조기 식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한다면 서브미터가 아니라 미터급만 돼도 충분히 군사적 효용성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거죠.”

이번에 수거한 천리마 1형과 만리경 1호 분석에는 한국 국방부와 합참, 해군, 국방과학연구소(ADD) 등의 전문가들이, 그리고 미국 측에서는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등 다양한 기관의 요원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추후에도 인양한 장비나 부품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남북한은 정전 상태에 있다"며 판단 근거 등을 공개할 경우 “우리가 가진 능력과 기술이 알려져 적에게 이로운 정보가 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군의 이런 태도는 지난 2012년 ‘은하 3호’와 2016년 ‘광명성호’ 로켓 잔해물을 수거했을 때와는 대조적입니다.

군은 당시 인양된 잔해물을 대부분 공개하고 그 분석 결과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보안을 더 중시하는 양상입니다.

이번에 수거된 2단 엔진의 경우 북한이 2017년 개발한 백두산 엔진을 기반으로 한 신형 모델로 추정되고 더욱이 위성체가 확보됐다면 미한으로선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이 재발사를 공언한 상황에서 분석 결과를 공개할 경우 북한이 이를 오류를 시정하거나 장비나 부품을 교체하는 등의 대응 능력을 키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군 당국의 이번 발표가 북한의 재발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같이 보기: 북한 정찰위성 발사 엔진 고장으로 실패..."가급적 빨리 2차 발사"

조한범 박사는 북한으로선 이미 기술이 노출된 상황에서 재발사를 급하게 밀어붙이기 보다는 신중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다시 재발사를 하고 싶겠지만 문제는 본인들의 기술이 다 들통이 났고 그리고 이번에 또 실패해서 또 다시 잔해가 수거가 되는 악몽이, 북한으로선 악몽이죠, 이게 재현된다고 하면 회복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럼 지금 시간이 어차피 몇 달 지연되는 상황에선 신속 발사보다는 안정적 발사, 그 다음에 개선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재발사가 너무 지연될 경우 지난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수립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치적으로 선전하려던 북한 당국의 계산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만약에 한국의 어떤 평가나 이런 것에 바탕해서 그것을 높이려 할 경우 훨씬 더 지연되는 겁니다. 그것이야말로 북한 입장에선 최악의 결과가 되는 거죠. 2021년부터 시작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이기 때문에 2023년 정도엔 상당한 진척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어쨌거나 올해 내에는 발사하려고 할 겁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재발사를 공언한 북한으로선 미한이 정찰위성 실체를 확인하고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압박감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