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름대교 공격 보복' 공언 직후 우크라이나 전역 공습..."북부에 10만 병력 집결"

러시아군이 18일 우크라이나 남부 거점 도시 오데사를 공습한 직후 주택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를 한 여성이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공격에 대한 보복을 예고한 지 몇 시간 만에 18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 거점 도시인 오데사와 므콜라이우 등지를 집중 공습했습니다.

올레흐 키페르 오데사 주지사는 "방공망이 여러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막아냈다”고 현지 매체들에 밝히고 "미사일 위협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름대교에 대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약 24시간 만에 오데사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이날 CNN은 보도했습니다.

현지시각 오전 2시께 공습 경보가 울렸고 도시 전역에 방공망이 작동했으며, 4차례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군이 18일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를 공습한 직후 파괴된 건물 안에 순항미사일 잔해가 떨어져 있다.

이어서 항구 주변에서 4번의 추가 폭발음과 일련의 대공포 발사 소리가 들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데사는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해상 곡물 수출이 허용됐던 흑해 3개 항구 중 하나입니다.

러시아는 흑해 곡물 협정 중 자신들에 대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전날 협정 종료를 전격 발표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흑해 곡물 협정 종료' 발표...크름대교 폭발, 차량 통행 전면 중단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인 17일 발생한 크름대교 공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방침을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크림(크름)대교를 목표로 또다시 테러 행위가 자행됐다"면서 "러시아 국방부가 이번 테러 공격에 대해 보복할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군사적 관점에서 무의미하고 잔인한 범죄"라고 사건을 규정하고, 해당 교량이 "오랫동안 군수품을 보급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며 민간 기간시설을 우크라이나가 타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서, 연방보안국(FSB)과 연방수사위원회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히고 "모든 정황이 파악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 "므콜라이우 심각한 화재"

올렉산드르 센케비치 므콜라이우 시장은 18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시내 주요 시설 중 하나에 매우 심각한 화재가 발생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히고, 더 자세한 내용을 곧 알리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헤르손과 자포리자, 도네츠크,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에서도 드론 공격을 막아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폴타바와 체르카시,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하르키우, 키로보흐라드에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을 경고했습니다.

◼︎ 하르키우 10만 병력 집결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북부 하르키우주 쿠피얀스크 지역에 병력 10만 명 이상을 집결시킨 것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이 파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 사령부 대변인은 18일 "적(러시아)은 10만 명이 넘는 벙력을 쿠피얀스크 지역에 집결시켰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아울러 "탱크 900대 이상, 다연장로켓(MLRS) 370기 이상을 리만-쿠피얀스크 라인에 집중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적들은 그 곳에 공수부대와 차량화 보병 부대를 배치했다"며 "추가 지원 병력으로 전투 예비군과 영토군, 스톰-Z 중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은 우리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우크라이나) 장병들은 확고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 러시아에 흑해 곡물 협정 복귀 촉구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7일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종료 결정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같이 보기: 백악관 "러 곡물협정 종료, 위험한 결정...철회해야"

커비 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곡물협정 참여 중단을 결정한 러시아의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을 언급하는 것으로 (브리핑을) 시작하고 싶다"며 운을 뗐습니다.

이어서 "이번 일은 식량 부족을 악화시키고 전세계 취약계층 수백만명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이미 우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서 밀과 옥수수, 콩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즉각 결정을 번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의 선전과는 달리 우리의 제재는 러시아산 식량과 비료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협정 발효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비료만 수출 혜택을 봤을 뿐, 러시아산에 관해서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 젤렌스키, 유엔·튀르키예에 서한

또한 커비 조정관은 흑해 곡물 협정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치솟는 식량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이날(17일) 브리핑에서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곡물 협정을 통해 운송된 곡물과 식량의 절반 이상이 개발도상국으로 갔다면서 협정에 따른 모든 선적이 세계 최빈국의 어려움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곡물 협정을 이어나가기 위한 공식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