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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흑해 곡물 협정 종료' 발표...크름대교 폭발, 차량 통행 전면 중단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흑해 곡물 협정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흑해 곡물 협정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17일 흑해 곡물 협정의 종료를 발표했습니다.

흑해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곡물과 비료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장치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전화회견을 통해 "흑해 곡물 협정은 오늘(자정·18일 0시)부터 효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앞서 밝힌 대로 협정의 데드라인은 17일 자정"이라며 "불행히도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고, 따라서 협정이 종료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차후 상황 변화에 따라 재개 여지는 남겨뒀습니다.

"협정이 중단됐지만, 러시아 관련 사항이 이행되는 즉시 러시아는 협정 이행에 복귀할 것"이라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협정에 대한 입장을 이전에 이미 발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협정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달 13일에도 국영방송 인터뷰를 통해 동일한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 지난해 7월 체결 후 3차례 연장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 곡물 협정은 전쟁 이후 봉쇄됐던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동시에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120일 시한을 둔 협정이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됐고, 올해 3월 다시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2차 연장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기존 협정과 같이 120일 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기대했으나, 러시아 측은 60일 시한을 제시했습니다.

60일 시한 만료가 지난 5월 18일이었습니다.

만료 직전이었던 5월 17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개월 추가 연장에 합의했습니다.

새로운 시한이 18일 0시(17일 자정)입니다.

■ 러시아, 계속 중단 위협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비료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한 만료 때마다 협정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해 왔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0일 걸프협력이사회(GCC) 외교장관들과의 회동 직후, 흑해 곡물 협정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부분의 이행 보장을 위한 유엔의 노력이 "전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취재진에 말했습니다.

유럽과 유엔 등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만들어 국제결제망에 복귀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협정 추가 연장을 중재해왔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제재 해제 없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한편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17일)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에 대해 벌어진 공격은 이번 협정 종료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누가 이번 공격의 배후에 있는지 알고 있다"며 미국과 서방을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협력이 얼마나 깊은지도 알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한, 푸틴 대통령이 사건에 관해 보고받은 뒤 교량 복구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 크름대교 폭발...우크라이나 공격인듯

러시아 본토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에서 17일 폭발이 발생해 차량 통행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17일 폭발로 파손된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일부 구간에서 조사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17일 폭발로 파손된 크름대교(케르치해협대교) 일부 구간에서 조사하고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보안기관의 공격으로 파악됩니다.

러시아 국가대테러위원회는 이날 오전 3시 5분께 우크라이나군 무인항공기(UAV·드론) 2대가 크름대교를 공격해 다리 일부가 손상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 신원을 특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본토(오른쪽)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
러시아 본토(오른쪽)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

러시아 측 인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크름)자치공화국 수반은 이날 "크림반도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의 145번째 기둥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교통부 등 담당 기관과 소통하며 상황 복구를 위한 조처를 했다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으로 무슨 상황이 어떤 배경에서 발생했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비난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크림(크름)대교 공격은 우크라이나 정권 차원에서 진행됐다"면서 "(우크라이나의) 테러리스트 정권이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정치인과 합작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사건 직후, 이같은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의회 방송 인터뷰에서 "크름반도를 점령한 세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는 도발을 덮는 전형적인 방법"이라며 크름대교 폭발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해군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크름대교 폭파 사건의 배후에 있으며, 수중 은폐가 가능한 드론을 사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매체들도 이같은 발언을 확인해 전하고 있습니다.

크름반도는 우크라이나 영토이지만, 러시아가 지난 2014년 불법 병합한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과 크름반도(크림반도) 위치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과 크름반도(크림반도) 위치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양방향 차량 통행 중단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고로 크름대교를 건너던 차량에 탑승한 성인 2명이 사망하고 동승객인 어린이 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현재 양방향 차량 통행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입니다.

크름대교를 통과하는 선박은 이날 오전 10시 이후 정상 운행되고 있습니다.

크름대교를 이용하는 철도 선로도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열차 운행이 일부 재개됐습니다. 러시아 교통부는 상판 일부만 손상됐으며 교량을 떠받치는 기둥은 모두 양호하다고 밝혔습니다.

크름대교는 크름반도 동부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를 잇는 대형 교량입니다. 왕복 4차선 도로에 길이 19km로 유럽에서 가장 깁니다.

러시아는 이 다리를 36억달러를 들여 건설했고, 2018년 개통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트럭을 몰고 건너기도 했습니다.

크름반도는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각종 전략 물자가 오가는 핵심 보급 기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크름대교는 전쟁 발발 약 8개월 만인 작년 10월, 화물차량이 폭파돼 교량 일부가 불에 타 붕괴된 바 있습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주도한 '테러 공격'으로 규정하고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폭발 사고 몇달 뒤 자국 소행임을 인정하면서도, 크름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폭발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점령지를 되찾기 위한 '대반격'을 진행 중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빼앗긴 영토 뿐 아니라, 2014년에 병합된 크름반도 역시 탈환 목표라고 여러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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