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습...러, 다뉴브강 곡물 수출 시설도 타격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상공에서 새벽을 틈탄 러시아군의 무인항공기(드론) 공습 중 섬광이 터지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가 25일 무인항공기(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일원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크이우 군정 당국은 이날 새벽 "(러시아군이) 크이우 시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가했으며, 이로 인해 시 외곽의 방공 시스템이 작동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새벽 1시 40분께 공습 경보를 발령해, 크이우 일대와 우크라이나 동부 대부분 지역에 3시간 이상의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공습 경보가 내려졌던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방공 작전 지역에 접근을 금지하고 당분간 대피소에 머물러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가 이번 공습에 이란제 샤히드 드론을 사용한 구체적 정황을 공개하고, 현재 모든 드론은 방공 시스템에 격추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이번 공격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공습은 이달 들어서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여섯 번째 대규모 공습입니다.

■ 대규모 공습 이어져

현지 언론은 이번 크이우 일원 공습이 전날(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시내 러시아 국방부 청사 인근 건물을 포함해 비주거용 빌딩 2곳이 24일 오전 우크라이나 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드론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인근 공격"...푸틴, 흑해 곡물 협정 복귀 거부 "러시아가 식량 공급"

러시아는 또한 흑해 곡물 협정 종료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 항만과 물류 기반 시설들에 대한 폭격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협정에 따른 주요 곡물 수출항 중에 하나였던 오데사 지역에는 일주일째 공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일 오데사주 레니의 곡물창고 세 곳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받아 파괴됐습니다.

인구 1만8천명 항구도시인 레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루마니아 영토와 강을 사이에 두고 불과 200m 떨어져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레니에서 일어난 폭발은 지금까지 러시아의 공격 중 나토 회원국 영토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과의 직접 충돌 위험을 안고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최근의 긴장 고조는 흑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다만 레니에 대한 드론 공격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나토의 동쪽 측면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다면서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 러, 다뉴브강 곡물창고 첫 공격

러시아는 이날(24일) 새벽, 다뉴브강의 곡물 창고를 비롯한 기반 시설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다뉴브강의 항구도시가 공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란제 샤히드 드론 16대가 다뉴브강 곡물 창고를 겨냥해 발사됐으며 6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다뉴브강 항구도시인 오데사주 이즈마일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는 지역 언론의 보도가 있었으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뉴브강 유역은 우크라이나가 기존의 곡물 수출 경로로 사용했던 크름반도(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후 새로운 경로로 사용해온 곳입니다.

러시아가 흑해 항로를 대체할 다뉴브강 수로마저 공격 대상으로 삼아 식량위기와 안보 우려를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 중입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의 중차대한 결과가 이보다 더 명확했던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 수출 더 어려워질 듯

이전에는 곡물 수출에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다뉴브강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BBC에 따르면 다뉴브강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물량은 전쟁 전인 2021년에는 60만t이었으나 개전 첫해인 지난해 200만t으로 늘었습니다.

17일 자정(18일 0시)부로 흑해 곡물 협정이 종료된 뒤 레니와 이즈마일 등 다뉴브강 항구도시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흑해 항로가 봉쇄돼 우크라이나가 곡물을 내보낼 수 있는 경로는 다뉴브강을 이용한 수로와 루마니아·폴란드를 거치는 육로뿐이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다뉴브강 항구가 공격 대상이 되면서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레니가 공격을 받은 뒤 이곳을 오가던 화물선들의 운항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일부 보험사들은 다뉴브강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보험을 계속 제공할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