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들이 유일하게 일방적으로 조약을 탈퇴한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이 국제 비확산 노력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제1차 준비위원회’가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속개된 가운데 중동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가 북한의 일방적인 NPT 탈퇴를 비판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하마드 알카비 빈 주재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는 “NPT 탈퇴와 같은 도전은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조약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알카비 대사] “The UAE calls on the DPRK to adhere to its international obligations and refrain from actions that escalate tensions regionally and internationally. DPRK'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activities undermine global nonproliferation efforts and pose a threat to regional and international security. Challenges like the withdrawal from the NPT underscore the need to strengthen the treaty to prevent its misuse for clandestine nuclear weapons programs.”
알카비 대사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활동은 세계적인 비확산 노력을 약화시키고 지역과 국제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국제 의무를 준수하고 지역과 세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남미 국가인 칠레도 북한의 NPT 탈퇴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녹취: 오포토 서기관] “We urge the DPRK to renounce non-peaceful nuclear activities, in addition to early regularization of membership in the NPT as a non-possessor state and early accession to the 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오스트리아 주재 칠레 대사관의 르나토 고메즈 오포토 1등 서기관은 “북한이 비평화적 핵 활동을 포기하고, 비핵보유국으로서 NPT 에 조기에 복귀하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CTBT)에 서명하고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남미의 파라과이는 북한이 IAEA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후안 프란시스코 파체티 오스트리아 주재 파라과이 대사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IAEA의 (북한) 복귀에 대한 합의를 목표로 회담에 다시 참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파체티 대사] “We fervently urge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resume negotiations with the objective of reaching an agreement that would allow the IAEA to return to this country in order to dispel doubts on its nuclear program. We underscore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peace and security on the Korean peninsula and in Northeast Asia and to put in place a diplomatic and peaceful solution in support of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파체티 대사는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 유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평화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포르투갈의 안나 마팔다 데 올리베이라 디아즈 빈 주재 국제기구 대표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은 지역과 세계의 평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디아즈 대표] “Renewed efforts must be pursued also to urge the DPRK to engage in meaningful discussions with all relevant parties to build a basis for sustainable peace and security and the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The continuous provocation by the DPRK regime in direct violation of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poses a grave threat to regional and global peace, peace and security.”
디아즈 대표는 또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북한이 모든 관련 당사국들과 의미 있는 논의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새로운 노력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NPT 준비위원회 3일째 토의에서는 비정부기구들도 국제 핵확산과 군축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호주의 ‘핵 군축을 위한 사람들’의 존 할람 국장은 러시아와 북한 등의 핵 사용 위협을 지적했습니다.
할람 국장은 “다른 어떤 정부보다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반복적으로 명시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할람 국장] “Other Governments have, by their nuclear postures and use-policies, contributed to nuclear risk to be sure, and risks of a nuclear exchange continue at an unacceptable level between India and Pakistan, and from North Korea who has also made explicit nuclear threats.”
그러면서 “다른 정부들도 핵 태세와 핵사용 정책으로 핵 위험을 높였다”며 “인도와 파키스탄간 쌍방 핵 공격 위험과 북한의 노골적인 핵 위협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중국 군비통제군축협회(CACDA)의 리치장 사무총장은 한반도 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 탓을 했습니다.
리 사무총장은 “미국이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반응하지 않고 합동 군사훈련 등을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관련국들이 침착과 자제를 발휘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주장에 대해 미 국무부는 역내 위협 증가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입장입니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7일 중국 외교부의 관련 비판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은 현재까지 관여에 관심이 있다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신 북한의 도발 범위와 규모가 눈의 띄게 증가했다”고 비판하며 “이는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우발적 또는 의도치 않은 긴장 격화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날 오스트리아 빈 국제회의장에서는 부대행사로 한국과 프랑스 외교부가 주죄한 북핵 문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이 국제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준다는데 공감하면서 NPT 당사국들의 북핵 대응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행사에는 윤종권 한국 외교부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과 테무라즈 고제스타니 프랑스 외무부 핵군축비확산과장, 존 리핑웰 국제원자력기구(IAEA) 북한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아울러 이번 회의 기간 중 프랑스, 미국, 일본을 포함해 세계 우방국들과 함께 북핵 문제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1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준비회의는 개막 이후 사흘간 일반토의에서 당사국 대표들의 기조연설이 진행됐으며 2일부터 핵군축, 핵비확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에 대한 세부 토의가 시작됐습니다.
또 준비회의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심의하고 채택합니다.
2026년 개최 예정인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 앞서 세 차례의 준비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해 8월 4주간 진행된 제 10차 NPT 평가회의는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종료됐습니다.
당시 채택되지 못한 최종 선언문 초안 수정안에는 북한 핵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확고하게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었습니다.
NPT 평가회의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어 최종 선언문 채택을 위해서는 191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하지만 지난 3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위기를 다룬 부문을 러시아가 반대하면서 문서 채택이 불발됐습니다.
NPT 평가회의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들이 조약 이행상황 점검을 위해 개최하는 국제회의로 5년마다 개최됩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