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흑해에 있던 러시아 해군 함정이 해상 드론 공격으로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등 상선에 무장 군인을 태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습니다. 러시아 야권 정치인인 알렉세이 나발니 씨에게 징역 19년 형이 추가로 선고됐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부터 보겠습니다. 흑해에 있던 러시아 해군 함정이 공격받았다는 보도가 나왔군요?
기자) 네. 로이터통신과 BBC 방송 등이 우크라이나 쪽 소식통을 인용해 4일 보도한 내용인데요. 흑해 노보로시스크항 인근에 있던 러시아 해군 함정이 ‘해상 드론(무인정)’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두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한 우크라이나 정보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 해군 상륙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함이 우크라이나 해군과 보안국(SBU) 합동 작전으로 크게 손상됐고 작전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해상 드론이라면 무인비행기하고 같은 개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사람이 직접 몰지 않고 바다에서 원격으로 조정되는 배를 말합니다. BBC 방송은 해상 드론이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함으로 보이는 선박 좌현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들은 CNN 방송에 지난 7월에 크름대교를 공격했을 때도 이런 해상 드론들을 동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공격에 관해서 러시아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러시아는 드론 공격을 격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4일 텔레그램에 “간밤 우크라이나군이 해상 드론 2척으로 노보로시스크 해군 기지를 공격하려 했지만, 러시아 함정들이 이것들을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노보로시스크항이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항구입니까?
기자) 아닙니다. 흑해 동편에 있는 원래 러시아 영토에 있는 항구입니다. 흑해에서 매우 큰 항구인데 곡물과 원유가 이곳에서 많이 반출됩니다. 특히 카자흐스탄 원유가 송유관을 통해 항구로 들어오는데요. 이곳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산 원유가 매일 평균 180만 배럴 수출되는데, 이게 세계 공급량의 약 2%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최근에 러시아 해군 함정을 겨냥한 공격 시도가 자주 있는 것 같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나 최근 몇 주 새 아주 잦아졌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일에도 흑해에서 해군 순찰정을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BBC 방송은 앞서 우크라이나군이 해상 드론들로 노보로시스크항 뿐만 아니라 세바스토폴에 있는 해군 함정과 기지를 적어도 11번 공격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날(4일) 러시아 해군 상륙함뿐만 아니라 크름반도도 공격받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크름반도 상공에서 드론 13대를 격추했고 사상자나 피해는 없다고 4일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요즘에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름반도도 자주 드론 공습을 당하고 있죠?
기자) 네. 특히 지난 몇 주 사이 공격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반도 내 한 탄약고를 날려버렸고요. 또 러시아 본토로 이어지는 다리를 손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30일에는 우크라이나군 드론 25대가 크름반도 상공에서 격추됐다고 현지 당국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어제(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러시아를 강하게 비난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가 세계 식량 체제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를 겨냥해 굶주림을 무기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이행을 중단한 것을 겨냥한 말이로군요?
기자) 네. 블링컨 장관은 흑해와 우크라이나 곡물을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세계의 굶주리고 취약한 사람들을 그들의 비양심적인 전쟁에서 지렛대로 쓰는 것을 중단하라고 러시아 측에 말할 것을 국제 사회에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곡물협정에서 탈퇴해 우크라이나 곡물이 흑해를 통해 수출되는 것을 막은 것이 세계를 협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군요?
기자) 맞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세계의 고통과 분노에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했냐?”고 반문하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와 광산 항구 입구들을 폭격하고 흑해에 있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회의 초입에 안보리는 민간인들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쓰는 것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전 세계 무장 분쟁 증가를 우려하는 내용을 담은 의장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진행자) 이날(3일) 안보리 회의에 러시아 대표도 있었을 텐데 이쪽에서는 무슨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드미트리 폴랸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서구 제재가 러시아 식량과 비료 수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폴랸스키 대사는 또 “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한 러시아 경제 운용자들 능력에 영향을 주는 서방이 인위적으로 만든 불법 장애물들이 있는 한 공급망 정상 기능을 회복하고 여타 국제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현 식량안보 위기가 서방 탓이라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실은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하면 러시아 곡물을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미국 약속을 믿지 않는다고 4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드나드는 상선을 나포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미국이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무장 군인을 태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AP통신과 AFP통신 등 몇몇 매체가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3일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무장한 군인을 태워서 이란이 상선들을 나포하는 것을 막겠다는 말이군요?
기자) 네. 한 미국 관리는 AFP통신에 “호르무즈해협을 드나드는 상업용 유조선 등 취약한 선박들에 해병대나 해군 병사들을 파견해 선박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호르무즈해협을 운항하는 모든 상선에 군인을 태우겠다는 말은 아니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해당 선박 요청이 있는 한에서만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한 관리는 AP통신에 해당 선박이 등록된 나라 허가도 필요할 수 있어서 실제 절차가 더 복잡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상선에 군인을 태우겠다는 건 일종의 특별 조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조처까지 고려하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네. 이란이 지난 몇 년 새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등 상선을 나포하거나 항해를 방해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미군 당국은 지난 2년 사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나포했거나 나포하려 했던 외국 국적 선박이 거의 20척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4월과 5월 초에도 이란은 한 주에 유조선 2척을 나포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과거에 미 해군과 이란군이 호르무즈해협에서 맞붙었던 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88년 당시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 기뢰를 깔고 상선을 공격해 긴장이 높아졌었는데요. 그런 와중에 미 해군이 이란혁명수비대와 하루 동안 해전을 벌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미군은 상선에 무장 군인을 태우지는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이란 활동에 대응해 이미 군 전력을 파견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구축함 토머스 허드너함과 다른 전함들, 또 공군 A-10 공격기와 F-16, F-35 전투기들을 이미 보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 7월 10일에는 버지니아주 노퍽항에서 강습상륙함 바탄함과 상륙함 카터 홀함이 해병대 병력 수천 명을 태우고 페르시아만으로 떠난 바 있습니다.
진행자) 3일에 나온 언론 보도에 대해 미국 정부 쪽에서는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 문제에 관해 말할 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란 도발에 더 빨리 대응하는 걸 쉽게 하려고 함정과 항공기, 그리고 해병들을 걸프 지역에 추가로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기자들에게 호르무즈해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선을 겨냥한 이란 측 방해 행위에 대한 미국 정부 우려를 전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 씨에게 징역형이 추가됐군요?
기자) 네. 4일 비공개 재판에서 나발니 씨에게 징역 19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이번 재판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40km 떨어진 멜렉호보에 있는 한 교도소에 차려진 임시법정에서 진행됐습니다. 이번에 나발니 씨에게 극단주의 조직 결성과 자금 제공 등 혐의가 적용됐는데요. 나발니 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나발니 씨가 이미 징역을 살고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모두 11년 6개월 형을 받고 지난 2021년부터 교도소에 있었습니다. 이번에 검찰이 20년 형을 구형했다고 하는데요. 검찰 측은 별도로 나발니 씨가 더 보안이 엄격한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교도소는 보통 가장 위험한 범죄자들을 가두는 곳이라는데, 앞으로 나발니 씨가 어디에서 수감 생활을 할지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나발니 씨가 원래 모스크바에서 재판받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서류상으로도 재판이 모스크바 법원 관할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교도소에서 재판이 열린 건 나발니 씨가 재판을 위해 모스크바를 왕래하면서 외부에 노출되는 걸 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걸로 보입니다. 한편 나발니 씨는 3일 SNS에 공개된 메시지에서 반대 세력을 겁주려고 고안한 ‘스탈린주의식’ 장기 징역형을 받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나발니 씨 최후 진술 내용이 공개됐습니까?
기자) 네. 2주 전에 최후 진술이 있었다는데 이를 담은 음성 녹음이나 녹화 영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하는 나발니 씨 진술문이 공개됐는데요. 망명 중인 배우들이나 음악가들을 포함한 그의 지지자들이 이걸 낭독하고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나발니 씨는 최후 진술에서 “새롭고 자유로우며 부유한 나라가 탄생하라면 부모가 있어야 한다”며 “이들은 이런 나라를 원하고 기대하며 이를 위해 희생할 뜻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이제 나발니 씨 재판이 다 끝난 건가요?
기자) 아닙니다. 추가 기소될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나발니 씨는 수사관들이 자신한테 테러 혐의들에 대한 또 다른 재판을 예상하라고 말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나발니 씨가 한때 푸틴 대통령을 위협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10년 이상을 권력 중심에서 벌어지는 부패를 폭로해 왔는데요. 그래서 나발니 씨가 온라인에 영상으로 올리는 조사 결과를 수천만 명이 볼 정도였습니다. 그는 카리스마를 가진 행동가로 러시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할 사람들을 대규모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야권 지도자로 여겨져 왔습니다.
진행자) 나발니 씨가 몇 년 전에 거의 죽을뻔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2020년에 갑자기 쓰러져서 사경을 헤매다가 독일로 가서 치료를 받고 겨우 살아났습니다. 그런데 나발니 씨가 ‘노비초크’라고 냉전 시대 소련이 만든 신경작용제에 중독됐던 것으로 드러나서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 씨를 암살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암살 시도 배후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나발니 씨에게 징역형을 더한 것에 대해 외부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나발니 씨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또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나발니 씨에 대한 또 하나의 엉터리 재판에서 나온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런 자의적 판결은 크렘린 체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려는 그의 용기에 대한 대응”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독일과 프랑스 외무부도 이번 판결을 비난하면서 나발니 씨를 바로 조건 없이 풀어주라고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도 나온 반응이 있습니까?
기자) 네. 부당한 재판에 대한 부당한 결론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4일) 성명에서 “몇 년 동안 크렘린 측은 나발니 씨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고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그의 요구가 러시아인들에게 다다르지 못하게 막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