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40여 공장 부지에서 통근 버스가 포착됐습니다. 3개월 전보다 2배 늘어난 건데 북한의 무단 가동 정황이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에서 또다시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이달 4일 자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개성공단 내 42곳의 건물 앞에서 버스와 승합차, 트럭 등이 발견됐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4월 촬영된 위성사진을 토대로 개성공단 내 21곳의 건물과 공터에서 버스와 인파, 자재 등이 발견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만에 움직임이 2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차량은 건물 앞 주차장 혹은 공터에 1~2대씩 정차한 형태로 발견됐습니다.
특히 버스가 가장 많았는데 대부분 지붕 일부분이 하얀색인 파란색 버스였습니다.
이는 해당 버스가 과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북한 근로자 출퇴근 편의를 위해 제공한 현대자동차의 대형버스 ‘에어로시티’라는 점을 추정케 합니다. ‘에어로시티’는 지붕에 하얀색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위성사진만으로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한때 근로자 통근용으로 운행됐던 한국 측 버스가 개성공단 건물에 정차한 정황은 북한이 해당 공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추론으로 이어집니다.
VOA가 개성공단 폐쇄 직전의 업체 지도를 위성사진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번에 버스가 발견된 곳은 재영솔루텍과 남광엔케이, 에이스힌지텍, 신원에벤에셀 2공장, 대일유니트, 경동흥업, 제일상품, SK어페럴 1공장, DMF, 만선, 케이투, 한스산업, 로만손, 용인전자, 부천공업, 오오엔육육닷컴, 범양, 풍양상사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업종 별로는 섬유와 봉제, 의복 제조 업체가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가죽∙가방, 신발 제조 업체와 복합 업종이 각각 6곳씩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그 밖에 전기∙전자 업체 3곳, 기계∙금속 2곳, 기타제조업 2곳, 화학업종 1곳 등에서 버스가 발견됐습니다.
또한 개성공단 내 기술교육센터와 관리위원회 건물 등 지원시설에서도 버스가 정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성공단 내 도로에선 승합차 혹은 소형 트럭으로 보이는 차량 2대가 발견됐습니다.
아울러 일부 건물 앞에는 자재 더미로 추정되는 물체가 놓여 있고, 지난 4월 건물 한 켠에 쓰레기가 가득한 장면이 포착됐던 일부 공장 부지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습니다.
이 역시도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개성공단 내 공장 건물과 각종 장비와 설비는 모두 한국 측 자산으로, 북한이 이를 이용하는 건 명백한 자산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6월 14일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한국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구병삼 대변인] “북한에 우리 정부 및 우리 국민의 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원칙 있는 통일 대북정책을 통해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정립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현재 개성공단 무단 가동과 관련해서도 소송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들에게 개성공단의 북한 측 무단 사용과 관련해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