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남북교류법 위반 제재 강화 추진… 전문가 “원칙있는 대북관계, 북한 비핵화 압박 차원”

한국 파주 통일전망대에 설치된 '통일미래비전' 안내판 (자료사진)

한국 정부는 북한과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북한 비핵화와 인권 문제 해결에 방점을 둔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교류와 협력사업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해 다음달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사람은 형 집행 종료 또는 면제시부터 1년, 과태료 납부시부터 6개월 범위 내 접촉 신고 수리가 제한됩니다.

법 위반자에 대해선 북한 측 사업파트너와의 소통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과태료 부과 사유에 방북과 반출입, 협력사업, 수송장비 등 승인 조건을 위반한 경우가 추가됩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방북이나 협력사업 승인에 달린 조건 중 결과보고서 제출 항목이 있는데 이를 누락하거나 극도로 부실하게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사후관리가 잘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과태료 부과 대상을 승인 조건 위반으로 확대함으로써 결과보고서 제출 조건을 이행하게 하면 사후관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입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해외에서 북한 사람을 대한민국 사람이 접촉했을 경우 사전 사후 신고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또 가장 중요한 취지는 결국 북한에 암묵적으로 지금까지 이뤄졌던 대북 지원이나 남북 간 교류 위한 사람들의 접촉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을 이젠 명확하게 법적으로 제재하겠다는 의미인 것 같고요.”

법 개정 이외의 조치들도 곧 시행에 들어갑니다.

법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에 남북교류협력 위반신고센터를 설치해 오는 17일부터 운영합니다.

신고 편의를 위해 센터는 온라인 상시 접수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접수한 사안에 대해선 법률자문 등을 거쳐 수사기관의 형사처벌이나 통일부의 행정처벌, 농산물품질관리원 등의 북한산 농수산물 원산지 현장 조사 등 사안에 맞는 후속 조치들이 이뤄집니다.

아울러 통일부는 부처 훈령인 ‘과태료 부과징수 업무에 관한 처리 규정’을 다음달 초부터 새로 시행합니다.

훈령엔 과태료를 부과하는 명확한 기준과 과태료부과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명시됩니다.

통일부는 위반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법 준수를 유도하고 꼼꼼한 교류협력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 구축에 방점을 뒀던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엔 대북 접촉 등 교류행위에 대한 법 적용에 융통성을 부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에 방점이 있었지만 윤석열 정부는 남북관계 관행이 잘못됐다는 인식이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정책기조를 갖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남북 교류에 있어서도 원칙적인 법 적용을 하겠다, 따라서 법 적용을 엄격히 하겠다는 차원에서 최근 법 정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이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대북 압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결단을 하게 만들고 그런 정책기조를 갖고 있다 보니까, 기본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데 우선순위가 있다 보니까 거기에 걸맞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남북교류협력도 수정 보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렇게 평가를 해야 되겠죠.”

한편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8일 유민봉 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과 간담회를 갖고 질서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협력 문화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문 차관은 이 자리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교류협력 추진 기조를 강조하고 위법한 추진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자치단체와 사전, 사후 협조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달 말에는 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정책협의회를 열어 자치단체 교류협력을 평가하고 통일부와 자치단체 간 협의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자치단체의 남북 교류와 협력 조례는 광역자치단체에 16건, 기초자치단체에 148건이 있습니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광역자치단체가 15개 총 1천722억원, 미화로 약 1억 3천만 달러, 기초자치단체가 44개 총 533억원, 미화로 약 4천만 달러를 각각 운영 중입니다.

강동완 교수는 경기도와 강원도 등 북한과의 접경지역 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의 수요가 있어왔다며 대북 제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앙정부로선 자치단체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지금 상황에선 중앙정부가 대북 제재라든지, 북한 인권 문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상황인데 지자체가 엇박자로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면 그것은 사실 중앙정부 정책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라는 거죠.”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해 먼저 대남 접촉과 소통을 막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라며 남북 교류 중단이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