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잔해 정리 막바지...대형 구조물 설치도 관측

북한이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 주변에 흩어져 있던 건물 잔해가 상당 부분 사라진 모습(사각형 안). 도로에선 알파벳 L자 모양의 구조물(원 안)이 들어섰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폭파한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의 잔해가 상당 부분 정리되고 그 앞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대형 구조물이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단 내 북측 시설이 일부 철거되고 길목에 차량통행 차단 시설이 들어서는 등의 변화도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 주변에서 또다시 변화가 관측됐습니다.

이달 4일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건물 주변에 흩어져 있던 건물 잔해가 상당 부분 사라진 장면이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 2020년 6월 개성공단 내 이들 2개 건물을 폭파한 뒤 최근까지 잔해를 그대로 방치해 왔습니다.

이후 올해 4월 말 VOA는 북한이 잔해 정리 작업에 나선 정황을 포착했는데, 약 3개월 만에 건물 주변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잔해가 치워진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특히 위성사진의 촬영 각도로 인해 건물 바로 앞 상황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기존에 잔해로 뒤덮인 주차장이 선명한 주차 선을 드러낸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정리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또 건물 앞 도로변에 쌓인 건물 잔해도 그 양이 눈에 띄게 줄었으며, 잔해가 쌓여있던 자리에 푸른 잔디가 돋아난 곳도 있습니다. 정리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개성공단 남동쪽 끝자락에는 차량통행 차단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됐다. 사진=Planet Labs

흥미로운 점은 이들 건물 앞 도로에 알파벳 ‘L’ 모양의 구조물이 설치됐다는 점입니다.

현재 이 구조물은 한쪽 면이 도로의 양쪽 통행로를 막고 90도 각도로 연결된 또다른 면이 도로의 끝부분과 맞닿은 형태로 세워져 있습니다.

짧은 면과 긴 면의 길이는 각각 10m와 25m로 측정됐고 구조물 바로 옆으로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또 구조물 아래로 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등은 판독이 불가능하지만 만약 차량 통행이 어려운 상태라면 개성공단 내 주요 도로 중 한 곳인 이곳을 이 구조물이 막고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현재로선 이 구조물의 용도나 설치된 목적 등은 알 수 없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변화가 관측된 곳은 또 있습니다.

개성공단 서쪽 북측 관리 지역에 자리하던 건물(사각형 안)이 철거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은 지난 4월, 오른쪽은 이달 4일 자 위성사진. 사진=Airbus (via Google Earth) (왼쪽), Planet Labs (오른쪽)

개성공단 서쪽 북측 관리 지역에 있던 건물 약 7개 동이 철거된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지대는 한국 측 공장에서 불과 약 130m 떨어진 곳으로, 주변엔 북한 측 지도총국 사무소와 현대 아산 사무소 건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이 폐쇄된 2016년 이후 이곳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 건물 여러 동을 일시에 철거한 것입니다.

특히 이 건물은 지난 4월까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철거 시점은 올해 4월과 이달3일 사이로 추정됩니다.

개성공단 남동쪽 끝자락에는 차량통행 차단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됐습니다.

구조물은 개성공단의 한국 방면 출입구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도로에 자리했습니다. 이전까진 한국 방면 출입구를 통과한 차량이 개성공단에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이 구조물을 한 번 더 거쳐야 하는 형태로 바뀐 것입니다.

또 이 구조물 바깥쪽 바로 앞에는 개성공단 옆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이 개성공단을 출입하기 위해선 이제부터 차단 시설을 거쳐야 합니다.

앞서 VOA는 개성공단 남단 약 1~2km 지대에 있던 단층 주택 약 170개가 철거되고 해당 지대 중 일부에 아파트 형태의 건물이 새롭게 들어섰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 개성공단까지는 한 도로로 연결되는데, 이 도로의 끝부분에 이번에 새로운 차량 차단용 구조물이 발견된 것입니다.

따라서 새롭게 건설된 아파트 형태의 건물과 이 구조물 사이의 연관성이 주목됩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앞서 VOA는 8일 개성공단 내 40여 공장 부지에서 통근 버스가 포착됐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4월에 비해 2배 늘어난 것으로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가동이 더 확대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