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자료에 대북 원유 공급액 누락…북중 송유관 가동 정황 포착

지난해 12월 봉화화학공장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공장 내 주요 굴뚝 2곳에 연기가 나오는 장면(사각형 안)을 볼 수 있다. 자료=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중국 정부가 공식 집계한 북중 무역 통계가 한국의 추산치와 약 5억 달러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과 중국 사이 송유관이 여전히 가동 중인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KOTRA)는 2022년 북중 무역 총액을 15억 3천만 달러로 집계해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국 해관총서가 공식 발표한 작년 북중 무역액 10억5천만 달러보다 약 5억 달러 많은 것입니다.

두 기관 사이에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건 중국의 ‘대북 유류 공급량’ 포함 여부 때문입니다.

해관총서는 북한에 공급한 유류, 특히 원유 수출분을 사실상 ‘0’으로 표시했지만 코트라는 이를 약 5억 달러로 추산해 두 나라 무역액에 합쳤습니다.

코트라 관계자는 14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류 등을 포함한) HS 코드 27류에 대한 (북한의 대중) 수입실적을 집계할 때 원유(HS코드 2709) 부분이 중국 해관총서에 반영돼 있지 않아 매년 제공 예상량 약 50여만t을 반영해 집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원유 수출분이) ‘0’으로 표시돼 있지만 북한 내 원유 소비 정황이 지속되고 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예전 수준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종합하면 중국이 자체 무역 자료에 북한에 제공한 원유와 기타 유류량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코트라가 자체적으로 중국의 대북 유류 공급량 추정치를 합산해 매년 발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1960년대부터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제공해 오고 있습니다.

중국 세관 당국은 이후 대북 원유 공급량을 자체 무역 자료에 기록했지만, 돌연 2014년부터 이를 기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이 북한에 공급한 원유는 연간 약 50만t 수준. 코트라의 예상치도 이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

세관 기록상으론 두 나라 사이에 원유 거래가 전혀 없지만 여전히 원유가 송유관을 타고 북한으로 향하고 있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원유는 단둥 외곽에 위치한 바싼 유류 저장소를 출발점으로 하는 송유관을 통해 남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북한 평안북도 봉화화학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이후 봉화화학공장에서 휘발류 등 연료용 유류로 정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VOA가 구글어스를 통해 지난해 12월 봉화화학공장 일대를 촬영한 맥사테크놀로지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공장 내 주요 굴뚝 2곳에서 연기가 나오는 장면이 확인됐습니다.

원유가 휘발유 등으로 정제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압록강변 중국 가압시설에서 연기가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주변 도로와 달리 가압시설 부지엔 눈이 치워진 모습이다. 자료=Maxar Technologies (via Google Earth)

또 바싼을 출발한 원유는 압록강에서 북한으로 넘어가기 직전 중국의 가압시설을 거치는데, 이곳 가압시설 내 건물에서도 연기가 포착됐습니다. 또 이 일대에는 도로를 포함해 곳곳에 눈이 쌓여 있지만 유독 가압시설 내 공터에는 눈이 치워진 모습입니다.

이 역시도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중국의 송유관 가압시설이 운영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위성사진 자료를 통해 지난해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한 정황이 확인되지만 공식 무역 자료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자체는 대북제재 위반은 아닙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의 연간 대북 원유 공급량을 52만5천t, 약 400만 배럴로 제한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공급하는 원유가 상한선을 넘기지 않는다면 제재 위반 논란은 피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북 원유 공급량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얼마만큼, 또 얼마나 자주 보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량을 기입해 자체 무역 자료를 더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 누락은 국제 규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China, in effect, acknowledges that they ship the crude oil. They just do not put it in their customs data, which they certainly should by the rules of custom by the WTO. They should put it in their customs data, but they haven't since 2014. Why did they suddenly stop? They used to report it, and then they stopped it, right? Why? That's a question that should be asked the Chinese.”

브라운 교수는 “중국은 사실상 원유를 (북한에) 보낸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단지 그들은 세관 자료에 이를 기재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 규정에 따라 당연히 따라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들이 매번 기재하던 항목을 (2014년도에) 왜 멈췄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는 중국에 물어볼 내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 정부가 핵 실험을 일삼는 정신 나간 정부에 원유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자국민이 알지 않길 바랐을 수 있다”며 중국의 원유 공급분 기재 누락 요인을 해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m suspicious that they don't want Chinese people to know that they give North Korea crude oil. They don't want their own public to know: by the way, we're giving crude oil to this crazy government that's exploding those nuclear weapons… So somebody needs to ask that point blank and the person to ask that is the State Department.”

그러면서 “미 국무부를 비롯한 누군가가 (중국 정부에) 기록 누락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는 미국 국무부와 중국 정부에 관련 내용을 질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