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대한 ‘담대한 구상’ 제안을 재확인하면서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미한일 안보 협력의 당위성과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5일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1년 전 내놓았던 대북 제안인 ‘담대한 구상’을 재확인하고 힘에 의한 평화 구축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정부는 또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한국의 경제, 정치, 군사적 조치의 동시적이고 단계적 이행을 통해 비핵과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의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북한이 관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열중하는 상황을 고려해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북 핵 위협 고도화로 남북관계가 악화된데다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이라는 큰 틀 안에서 공산 전체주의 체제인 북한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남북관계의 현 상황에서 비춰보면 작년보다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에 유화적인 대화나 협력, 지원 쪽에 의미가 있는 그런 제안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의 기본 시각이 남북관계를 좀 더 큰 틀에서 보자, 세계적 관점에서 자유와 평화, 번영을 같이 만들어간다 그런 틀 속에서 보면 북한 문제는 부각되는 게 아니란 말이죠.”
윤 대통령은 대신 압도적 힘으로 평화를 구축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안보를 튼튼히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미한동맹의 당위성과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한미동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입니다.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입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한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3국 공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대내외에 발신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안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대서양과 유럽의 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 선상에 놓여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을 미한일 안보 협력의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특히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 벗어난 광복절 경축사에 한국 내 반일 여론이 여전히 높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일본과의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며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유엔사령부가 제공하는 후방기지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보여지거든요. 결국은 한미일 안보 협력과 함께 북한을 확실하게 힘으로 제압해서 도발을 하지 않게 하고 비핵화도 관철시키겠다는 목표 의식이 반영된 경축사가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이번 경축사엔 일본 유엔사령부의 후방기지 역할에 대해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설명이 담겼다며 북한 위협의 엄중함을 드러내면서 일본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에 대해 한국 국민 여론을 설득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광복절인 이른바 ‘조선해방의 날’ 78주년을 맞아 축전을 주고받았다고 15일 보도하고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축전에서 “두 나라 간 강력한 상호 지지 연대”를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도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안정을 공고화하는 데 쌍무 협조를 강화하자”고 밝혔습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북러 정상들은 매년 광복절 친서를 교환했다면서도 지난달 말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계기로 이뤄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이후 안보 협력 의지를 노골화하면서 북러 간 밀착이 급속하게 강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