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용병 수장' 프리고진 사망 공식 확인...암살 가능성에 바이든 "놀랍지 않다"

23일 러시아 서부 트베리주 쿠젠키노 인근에 추락한 여객기 잔해가 불타고 있다.

러시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가 23일 전용 여객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러시아 항공 당국이 공식 확인했습니다.

당국은 이날 러시아 서부 트베리주에서 바그너 전용기가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숨진 사고에 관해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이 해당 항공기에 탔다"고 밝혔습니다.

우트킨은 프리고진 창립자의 최측근으로서 바그너 그룹을 함께 만든 인물입니다.

이 같은 발표에 앞서, 이날 러시아 재난 관리 당국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주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재난 당국은 이어서, "초기 조사 결과 승무원 3명을 포함해 탑승자 10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탑승자 명단에 프리고진 창립자가 포함됐다고 확인했으나 실제 탑승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었습니다.

곧이어 항공 당국이 프리고진 창립자의 탑승을 확인함으로써, 사망이 확실시된 것입니다.

■ "러시아군 방공망에 격추"

바그너 측 소셜미디어 채널인 '그레이존'도 이날 프리고진 창립자가 전용기 사고로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레이존은 텔레그램을 통해 "해당 항공기는 러시아군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사건 당시 바그너 그룹의 전용기 두 대가 동시 비행 중이었다"면서 "한 대가 격추된 뒤 나머지 비행기는 모스크바 남부의 오스타피예포 공항으로 회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추락한 바그너 전용기의 목적지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제2 도시로, 프리고진 창립자의 활동 근거지였습니다.

바그너 그룹 본사를 비롯해 프리고진 창립자가 소유한 각종 사업체 본사와 자택이 있는 거점입니다.

추락 지역인 쿠젠키노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약 300km 떨어진 곳입니다.

■ 바이든 "놀랍지 않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FSB(연방보안국)에 프리고진 암살 명령을 내렸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한 바 있습니다.

휴가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23일) 여객기 추락 관련 보고를 받고, 예견했던 일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한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면서 "난 '내가 (프리고진 창립자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프리고진 창립자 암살 전망을 에둘러 내놓은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내일이라도 전쟁 끝낼 수 있다"...푸틴 "바그너 그룹에 정규군 편입 제안"

23일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사건 배후에 있냐는 질문에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난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과 연계 사업체들의 자금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프리고진 창립자의 사업체 몰수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FSB 요원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패트리엇 미디어 그룹'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같이 보기: 바이든 "스웨덴 나토 합류 애타게 바란다"...젤렌스키 전격 불가리아 방문 무기 지원 논의

■ 최근 '아프리카 동영상' 공개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에 적극 참가했던 집단입니다.

그러다 러시아군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지난 6월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당일 철수한 뒤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겼습니다.

이후 프리고진 창립자가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는 모습이 수 차례 확인됐고,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라스그루스카 바그네라'에 이달 21일 올라왔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이 영상에서 위장복을 입고 소총을 든 채 사막 지역에 등장했습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창립자가 지난 21일 텔레그램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위장복을 입고 소총을 든 채 발언하고 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촬영지의) 기온은 (섭씨) 영상 50도, 모든 것이 우리가 좋아하는 대로"라면서 "바그너 민간용병기업은 모든 대륙에서 러시아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고 아프리카를 더 자유롭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을 뗀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에서 활동 기반을 넓힐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러시아는 내전이 잦고 치안이 불안한 아프리카 국가들과 접촉해 현지 독재자들에게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며 돕고 있습니다.

또 반서방 쿠데타를 배후 조종하거나 친서방 인사를 축출하는 과정에도 깊게 관여했습니다.

이 과정의 실무를 주도한 집단이 바그너 그룹입니다.

바그너 소속 병력은 러시아 정규군 대신 민간인 살상 등을 저지르며 현지 독재 정권을 도왔습니다.

■ 용병 모집 계속

프리고진 창립자는 또한 해당 영상에서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정의와 행복을(가져다준다)"이라며 "우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와 알카에다, 그리고 다른 도적들의 삶을 악몽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용병을 계속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관해 "바그너는 진정한 영웅을 고용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처리할 수 있다고 약속한 임무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