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85일만 2차 정찰위성 발사 또 실패…한국 “안보리 결의 상습 위반 응분 대가 치를 것”

24일 한국 서울역 내부 TV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북한이 85일만에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또 다시 실패했습니다. 북한은 10월 3차 발사를 예고했고,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상습 위반하는 북한이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4일 오전 3시 50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자신들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남쪽 방향으로 발사했다”며 "발사 시 즉각 포착해 지속적으로 추적, 감시했고 실패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6시 15분 ‘제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 시 사고 발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차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의 1계단과 2계단은 모두 정상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며 “국가우주개발국은 해당 사고의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을 발사했지만 발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추락해 실패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발사 후 2시간 30분만에 “천리마 1형은 정상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한국 합참에 따르면 2차 발사는 기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3㎞ 떨어진 바닷가에 조성된 새 발사장에서 이뤄졌습니다.

또 1단 로켓과 1단과 2단 연결부위인 페어링, 그리고 2단 로켓은 모두 북한이 지목한 낙하 예상지점 밖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2일 일본 정부에 24일 오전 0시부터 3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하면서 1단 로켓과 페어링, 2단 로켓의 낙하지점으로 북한 남서 측 서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을 지목했습니다.

합참은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 잔해의 탐색과 인양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며 “한국 관할에서는 한국 함정이 탐색과 인양 작전을, 먼바다에서는 미국 측이 하는 것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해상에 떨어진 1단 로켓과 페어링은 한국 군의 작전이 가능하지만 필리핀 동쪽 해상에 떨어진 2단 로켓은 한국 군 단독으로는 사실상 작전이 불가능합니다.

한국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발사체 도발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강력 규탄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북한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해외 북한 노동자 착취, 사이버 해킹행위, 해상 밀수 등의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미한일 공조를 강화하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논의 결과를 보고받고 “분석 결과를 미국, 일본과 공유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 비상폭발체계가 로켓이 궤도에 따라 정상비행하지 않거나 통제가 안 될 때 안전을 위해 로켓을 폭발시키는 장치로 보고 있습니다.

장영근 전 한국항공대 교수는 비상폭발체계는 비행종단시스템(FTS)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발표는 발사체의 다른 문제는 없고 FTS 자체적인 결함에 따른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장 전 교수는 북한이 10월에 바로 3차 발사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1, 2, 3단 로켓의 작동과 단분리 등에는 문제가 없고, 텔레메트리 데이터 수신을 통해 비상폭발장치의 문제를 확신하기 때문에 바로 재발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장영근 전 교수] “자기들 발표에 의하면 1단, 2단, 3단 다 작동을 잘 했는데 다만 비상폭발체계라는 게 비의도적으로 오작동을 일으켜서 폭발했다는 얘기거든요. 비상폭발체계라는 게 이건 의무사항이 아니거든요 원래. 다른 건 다 문제가 없다고 하면 그걸 떼고 발사해도 돼, 막말로 얘기하면. 그러니까 자기들로선 이건 사소한 문제다, 그러니까 10월에 발사하겠다 이런 얘기죠.”

하지만 1단과 페어링, 2단 로켓 잔해물이 예상낙하지점을 벗어났다는 점에 주목해 단순히 비상폭발체계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장 전 교수는 낙하지점이 예상지점에서 과도하게 벗어났다면 비행궤적이 정상을 그리지 못하고 뭔가 오류가 발생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원하는 궤도로의 발사가 불가능해지고 궤도 안정화가 어려워 비상폭발체계를 가동해 공중폭발시켰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도 북한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추후 분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낙하물이 떨어진 지점을 보면 북한이 예고했던 지점과는 전혀 다른 곳에 떨어졌기 때문에 궤도를 이탈하고 나니까 자동폭파장치가 작동한 게 아닌가 추정합니다.”

전문가들은 위성 발사 실패시 사소한 원인이라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두고 재발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북한은 정치적 이유로 서두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1차 발사 실패 후 3개월 만에 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나선 것은 다음달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인 이른바 9·9절 75주년을 앞두고 축포를 쏘아 올리려는 의도였다는 관측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념하는 날인 8월 25일 ‘선군절’을 의식한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10월 3차 발사를 예고한 것은 김 위원장의 조급함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최고 지도자의 정치적 목표 달성에 과학기술을 다루는 합리적 사고가 뒤로 밀리고 기관 간 과도한 충성 경쟁이 빚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발사체 쪽을 하는 사람이 있고 위성을 하는 사람이 있고 발사장을 하는 사람들 따로 따로 있단 말이에요. 기본도 다르고. 그러면 충성 경쟁 같은 게 벌어지거든요. 위성은 우리 문제 없다, 사실은 아직 문제가 드러나지도 않은 거죠. 그 다음에 발사장은 마친 거잖아요. 발사체가 계속 문제가 생기는 거잖아요. 발사체가 계속 깨지는 거잖아요 지금.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목숨을 걸고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10월 중 3차 발사를 예고한 데 대해 “당 창건 기념일인 10월10일을 중심으로 날짜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날짜에 대한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한 당국은 지난 5월 1차 발사 때 서해에 추락한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주요 부분을 인양해 공동 조사한 결과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이 당장의 군사정찰위성 확보 보다는 발사체 발사 성공 자체에 정치적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9〮9절을 앞둔 경축 이벤트에 실패함으로써 대내외에 자존심이 구겨진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박사는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에 대한 대응무기체계를 과시하려는 의도, 그리고 을지프리덤실드, UFS 미한 연합연습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이를 만회하기 위해 향후 도발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정찰위성은 대미 차원에서 또 대남 차원에서 뭔가 자신들이 가장 중요한 과업을 완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이게 일단 실패함에 따라 군사 도발 카드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준비돼 있는 카드를 더 공세적으로 펼치는 방식으로 이를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요.”

한국 합참은 “군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 하에 진행 중인 UFS 연습과 훈련을 강도 높게 지속 시행하면서, 북한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한 가운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초로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