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의 북한 담당자가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 난민들의 상황을 우려를 나타내며 강제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국의 고위 관리들과 국회의원도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7일 한국 통일부가 개최한 ‘북한인권 상호대화’ 1차 토론회에서 탈북민을 강제북송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재중 탈북민 북송 위기와 대응 방안’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신뢰할 수 있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 이상 북중 국경 폐쇄로 중국에 남아 있는 북한인 구금자가 상당수 있다며 국경이 다시 열리면 이들은 언제든 강제북송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위험에 처한 개인들(대부분 불법적으로 북한을 떠난 사람들)은 긴급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히난 소장] “Any individuals at risk of forced repatriation to the DPRK (which is mostly those who have been left DPRK illegally) are thus in urgent need of protection. Moreover, they require humanitarian support while they are outside their country, in particular those vulnerable to violations such as women, children and persons with disabilities.
또 “특히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인권 침해에 취약한 탈북민들은 국외에 있는 동안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이런 조치는 고문 당할 위험의 근거가 있으면 본국으로 추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법에 근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탈북민들 면담과 조사 결과 비자발적으로 강제북송된 주민들이 고문과 구금, 성폭력, 자녀와의 강제 분리 등 심각한 인권 침해에 노출되며 북한의 형벌 시스템에 따라 강제실종의 위험에도 처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그러면서 “국제 관습법에 따라 개인에게 해당 국가에 체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이들 개인에 대한 긴급한 국제적 보호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히난 소장] “We call for urgent international protection of these individuals, including giving the individuals a legal basis to remain in the country, in line with customary international law… These concerns have also been consistently raised by our Office in public reports and the media, as well as by the Special Rapporteur on human rights in the DPRK and other special procedures,”
또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공개 보고서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다른 특별절차 등을 통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며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최근 유엔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언급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지난달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인권 공개회의 보고를 통해 “모든 국가는 북한 주민들을 강제 송환하는 것을 중단하고 필요한 보호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녹취: 튀르크 최고대표] “I therefore urge all States to refrain from forcibly repatriating North Koreans, and to provide them with the required protections and humanitarian support.”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탈북민들은 탈북민 보호를 위해 경제 제재 등 보다 강력한 대응과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폴란드 출신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은 북한 정권이 북송된 탈북민들을 구금한 뒤 강제노동을 통해 중국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며 수익을 계속 창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을 심층 조사한 결과 북한 당국은 몇몇 교화소 여성 수감자들을 동원해 ‘중국산’으로 표기된 섬유, 가발, 인조 속눈썹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녹취: 호사냑 부국장] “노예노동을 이용해서 하는 거예요. 그래서 국제사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지린성에서 나오는 여러 등록된 물품에 대해선 제재 체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경제적 레버리지(영향력)를 이용해야 합니다.”
호사냑 부국장 등 여러 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가 내년 초에 실시할 중국에 대한 제4차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 맞춰 국제사회가 탈북 난민 강제북송 문제와 구금시설 내 강제노동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기 위한 국제 협력 행보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방한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에 대한 협력을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본부장은 최근 북한의 인적 교류 재개 움직임에 따라 탈북민들의 강제북송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들이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희망하는 곳으로 안전하고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살몬 특별보고관의 각별한 관심을 당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는 살몬 특별보고관 역시 김 본부장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고, 본인 역시 지난 두 차례의 보고서를 통해 모든 국가에 탈북민을 강제북송하지 말 것을 요구한 바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의원이 중국에 더 강력하게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문에 대해 관련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탈북민도 우리 국민이니 강제로 북송하지 말라고 요구도 좀 하고…(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강제북송을 막아 달라고 꼭 강조해 주십시오”
[김영호 장관]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난민 지위를 가지게 되고 그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그들이 한국으로 온다고 하면 저는 수용 원칙을 공개적으로 수차례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대중국 의회 간 연합체(IPAC)도 최근 프라하에서 총회를 개최한 뒤 발표한 ‘프라하 코뮤니케(공동선언문)’을 통해 국제사회에 탈북민 보호를 촉구했습니다.
IPAC은 “중국이 탈북민들을 난민이 아닌 불법 체류자로 계속 분류해 북한 정권의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28개 회원국 의원들에게 외교적으로 탈북민 송환 중단을 촉구하도록 중국을 압박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IPAC 프라하 코뮤니케] “The PRC persists in categorizing these defectors as illegal immigrants rather than refugees, facilitating the crimes of the North Korean regime. Press our governments to make diplomatic representations to the PRC urging them to cease repatriating North Korean defectors.”
이 총회에는 한국의 탈북민 출신 지성호 국회의원이 처음 참석해 2천 명에 달하는 중국 내 탈북민들의 강제북송 중단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높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