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관한 첫 청문회가 다음 주로 잡혔습니다. 지난 12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절차인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피하지 못하는 미국의 탄핵 제도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권력 견제 장치, 탄핵”
탄핵은 신분이 강력하게 보장돼 있어 일반적인 사법 절차로는 처벌 또는 징계하기 어려운 대통령이나 법관 등 고위 공직자가 헌법을 위반하거나 위법 행위를 저질렀을 때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합법적 절차를 거쳐 파면하는 제도입니다. 일종의 권력 견제 장치라고 하겠습니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크게 소추와 심리로 나누게 됩니다. 소추라는 말은 간단히 말해 소송을 위해 혐의를 추적하는 일종의 사전 절차라고 이해하면 되고요. 심리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행위라고 하겠습니다. 미국 헌법은 탄핵 소추 권한은 하원에, 탄핵 심리 권한은 상원에 나눠서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상원이 탄핵 소추 대상을 정할 수 없고요. 하원이 탄핵 심리 일정 같은 것을 정해서도 안 됩니다.
탄핵 절차는 연방 하원이 탄핵소추결의안을 발의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하원 법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는데요. 법사위가 다수결로 탄핵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면, 탄핵소추장을 만들어 본회의 표결에 부치게 됩니다.
여기서 하원 재적 의원 과반수가 탄핵을 지지하면 하원은 이를 상원에 넘깁니다.
상원의 탄핵 심리는 보통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진행하는데요. 하지만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탄핵 대상일 경우에는 연방 대법원장이 맡게 됩니다. 상원 재적의원 100명의 3분의 2 이상, 즉 67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이 최종 결정됩니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과 탄핵”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대통령은 1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건국 이래 탄핵이 거론된 대통령은 여럿입니다.
토머스 제퍼슨, 해리 트루먼, 그리고 1981년 이후 취임한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서 44대 바락 오바마 대통령을 뺀 나머지 대통령은 모두 다 적어도 한 차례 또는 그 이상 하원에 탄핵 소추결의안이 상정됐었는데요. 하지만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원에서 탄핵소추결의안이 통과됐지만 구사일생으로 상원에서 부결된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3명입니다. 17대 앤드루 존슨, 42대 빌 클린턴, 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이들은 모두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된 경우입니다.
37대 리차드 닉슨 대통령의 경우, 하원 본회의 표결 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 소추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탄핵 시험대 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금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 탄핵 가능한 위법 행위를 저질렀는지 조사하는 단계라고 하겠는데요. 지난 12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하원 감독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사위원회, 세입위원회 등 3개 위원회에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바이든 일가에 대한 부패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조사에 착수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조사의 핵심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씨의 부정행위에 바이든 대통령이 연루됐는지를 밝혀내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9년부터 2017년 초까지 미국의 47대 부통령을 지냈는데요. 일부 공화당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기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들 헌터 씨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외국 기업들과의 사업을 하면서 부당 이익을 취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관한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관한 첫 청문회는 오는 28일로 잡혀 있는데요. 제임스 코머 하원의원이 이끌고 있는 하원 감독위원회는 헌터 씨와 더불어 바이든 대통령 동생 제임스 바이든 씨의 개인∙사업 관련 은행 기록을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하원 감독위원회 대변인은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의 부패, 권력 남용 등의 의혹을 둘러싼 ‘헌법적, 법적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일부 중도 성향 의원들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 탄핵 추진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악관 반응”
백악관은 공화당 의원들의 탄핵 움직임에 최악의 극단적인 정치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카시 의장의 탄핵 지시 다음 날인 13일, 버지니아에서 열린 대선 자금 모금 행사 자리에서 공화당이 왜 탄핵을 추진하는지 모르겠으며, 탄핵 같은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정부를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하고 싶어 나를 탄핵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의회가 이달 말까지 2024 회계연도 지출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 상태에 빠질 수 있는데요.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하지 않으면 예산안에 합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한편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 탄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지금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탄핵 조사에 대한 미국민의 생각은 찬성과 반대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가장 최근 조사의 하나로, 여론 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유권자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48%가 찬성, 42%가 탄핵 조사에 반대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정당별 조사에서는 차이가 좀 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36%가 찬성, 반대가 56%로 나타났고요. 반면 공화당은 63%가 탄핵 조사를 찬성했고요. 반대는 31%에 그쳐 정당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조사에서 매카시 의장에 대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9월 초의 42%에서 49%로 올랐습니다. 반면 비호감도는 25%에서 18%로 떨어져 눈길을 끕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입니다.
1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가 개막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첫날 연설에서 유엔을 새롭게 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일반토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빼고,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들이 모두 불참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유엔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더 키우게 했습니다. 현재 유엔은 안보리 내에 진영 대립이 심화하면서, 설립 목표인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를 위한 실제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지난 2017년부터 유엔을 이끌어 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은 1949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태어났습니다. 원래는 과학자를 꿈꿨다고 하는데요.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해, 전국 최우수 학생에게 주는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포르투갈 최고 명문 공과대학인 리스본대학 고등기술연구소(IST)에서 물리학과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대학 시절 빈민가에서 봉사 활동한 것을 계기로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1974년 사회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정계에 뛰어들었습니다.
1992년 사회당 당수가 된 그는 1995년 총선에서 사회당의 승리를 이끌어 포르투갈의 114대 총리가 됩니다. 구테흐스 총리의 사회당 정부는 국민들의 복지 혜택을 확대하고, 정부의 재정 적자는 줄이면서 견고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1999년 재선에도 성공하는데요. 하지만 두 번째 임기는 썩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야당과의 마찰 속에 경제도 후퇴했습니다. 결국 2001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사회당이 참패하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포르투갈 정치권에서 물러난 뒤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ocialist International)’이라는 국제 조직의 의장으로 활동했는데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은 1951년에 전 세계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들이 공산주의에 대항해 결성한 국제 조직입니다.
2005년 유엔 총회는 그를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인 고등판무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10년간 일하고 2015년 12월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UNHCR을 이끌 당시 그는 사무국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대신 현장 구호 인력을 크게 확충하는 등 UNHCR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구테흐스 총장은 한국 출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2016년 제9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됐습니다. 그리고 5년 임기가 끝난 지난 2021년 재선에 성공해 현재 유엔을 이끌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탄핵 제도에 대해 알아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