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24일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그룹’이 무장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부터 선봉장을 자처해 관심의 대상이 돼 왔는데요. 반란은 하루 만에 종결됐지만 국제 사회는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바그너그룹’ 의 무장 반란 배경과 전개 과정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발단”
지난 주말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무장 반란이 일단락되면서, 러시아는 전쟁 중 내전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면하게 됐습니다.
만 하루 동안 러시아를 극도의 긴장 속에 몰아넣고 국제 사회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는 러시아 군 수뇌부와 바그너그룹 간의 묵은 갈등에서 비롯했습니다.
바그너 용병 집단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에 서서 싸워 왔는데요. 하지만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닌 프리고진 씨는 무기력하고 타성에 젖은 러시아 군 관료들 때문에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해 왔습니다.
프리고진 씨는 특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겨냥했는데요. 이들 러시아 군 수뇌부가 전쟁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자신들을 경계해 탄약 등 무기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병력 철수를 무기 삼아 수시로 러시아 정부를 압박해 왔습니다.
“사건 전개”
프리고진 씨는 23일 저녁, 러시아 군 수뇌부를 향해 무장 반란을 경고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이날 미사일과 헬기로 후방에 있던 바그너 용병 부대를 공격해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이제 이 난장판을 끝낼 때가 됐다”고 선언했습니다.
프리고진 씨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으면 모스크바로 진격하겠다며 “이런 일을 할 사람이 2만5천 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4일 아침 7시경, 프리고진 씨는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러시아 남부 주요 도시인 로스토프나도누의 모든 군사 시설을 접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어 “우리의 길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파괴할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계속 진격할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일련의 영상과 음성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쏟아냈고요. 탱크와 병력 수송차 등으로 이뤄진 바그너 용병 행렬은 모스크바를 향해 빠르게 북상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24일) 아침 10시,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등에 칼을 꽂는 배신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단호한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바그너 용병 행렬은 모스크바에서 약 300km 떨어진 보로네시 지역을 거쳐 계속 북상했습니다.
모스크바 도심에는 장갑차와 무장 병력이 등장하고 극도의 긴장감이 감돌았는데요.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약 200km 앞둔 지점까지 진격한 상황에서 이날(24일) 저녁 8시 프리고진 씨는 돌연 용병들에게 모스크바 행진 중단을 지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혈 사태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여러 의문점과 비화들”
일일 천하로 끝난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놓고 여러 가지 의문점과 뒷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프리고진 씨가 병력을 돌리는 데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가 있었는데요.
가장 큰 의문점은 왜 프리고진 씨가 모스크바를 코앞에 두고 회군을 결정한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보부가 프리고진 씨를 비롯한 바그너 수뇌부 가족의 신변 안전을 위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반란에 투입된 용병의 수가 프리고진 씨의 주장에 크게 못 미쳤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프리고진 씨는 가담 인원이 2만5천 명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8천여 명으로 이 병력으로 모스크바 장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물러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통해 입지를 넓히고 바그너그룹을 통한 병력 강화를 추진하는 모양새입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합의하에 벨라루스에 오길 원하는 용병들은 받아들이기로 했는데요. 바그너 용병들이 벨라루스 군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자국에 있는 오래된 군사기지 사용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프리고진 씨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자처해 온 루카셴코 대통령이 프리고진 씨를 언제까지 보호할 수 있을지는 의문점으로 남아있습니다.
프리고진 씨가 벨라루스에 온 용병들을 다시 규합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도 있지만, 이미 용병들의 신뢰를 잃어 설 자리가 없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대응”
러시아 정부는 반란 세력을 모두 무혐의 처리하면서 사태 파장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바그너그룹의 실질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그너그룹의 무기와 군사 장비 이전 준비에 착수했고 용병들은 그들의 의지에 따라, 러시아 국방부와 새로 계약을 맺거나 귀가 또는 벨라루스로 갈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그룹의 자금 용처에 관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바그너그룹에 10억 달러, 프리고진 씨의 개인사업에 10억 달러 등 20억 달러의 정부 돈이 들어갔다며 이 돈의 용처를 조사하겠다고 말했는데요. 반란 혐의로는 처벌하지 않겠지만 부패 혐의로 옭아맬 가능성이 있는 대목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또한 오랫동안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부의 연관설을 부인했던 것과는 상치되는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 국민들에게 반란은 어떻게든 진압됐을 거라며, 애써 태연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무장 반란이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에 일정 부분 타격을 가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 정보 당국은 이번 반란 사태에 서방이 연루됐는지 조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는 러시아 체제 내에서 벌어진 내부 투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의 실체”
바그너그룹은 2014년부터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기 시작한 사설 용병 회사(PMC) 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법으로 용병 자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버젓이 회사 건물이 우뚝 서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러시아의 위장 부대로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러시아 행정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치외법권적 존재로, 설립자가 누구인지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사업가인 프리고진 씨가 바그너그룹을 만들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돌았지만 프리고진 씨는 이 같은 소문을 내내 부인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자신이 바그너그룹 설립자라고 시인했습니다.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리비아, 시리아 등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지역에서 주로 활동해 왔는데요. 이 과정에서 고문, 학살, 성폭력 등 이른바 ‘더러운 행동’을 자행해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바그너그룹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던 만큼 바그너그룹이라는 이름을 놓고도 여러 이야기가 나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좋아했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리고진 씨와 함께 바그너그룹을 설립했다고 알려진 특수부대(스페츠나츠) 지휘관 출신의 드미트르 우트킨의 콜사인, 즉 작전 호출명이 바로 이 ‘바그너’였다고 하는데요.
우트킨의 몸에 나치 문신이 있는 것 등으로 보아 ‘네오나치(Neo Nazi)’ 신나치 추종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며 우크라이나 내 신나치 세력을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던 주장과 충돌하는 대목인데요. 즉 우크라이나 나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나치 추종 세력을 쓰고 있다는 모순이 발생합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창립자입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씨는 1961년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자, 현재 바그너그룹의 본사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프리고진 씨는 어릴 때 아버지가 사망해 어머니가 생계를 이끌어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년 시절,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소질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운동선수가 되지 못하고 거칠게 살았습니다.
그는 18세 나이에 처음 절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이때 집행유예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2년 후 또다시 강도와 절도 혐의로 13년 징역형을 선고받게 됩니다.
그는 9년 복역 후 사면을 받아 1988년 출소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가족과 함께 핫도그 장사를 시작했는데, 다른 지역에 지점을 낼 정도로 장사가 번창해 돈을 많이 벌게 됩니다.
이어 고급 식당 운영에도 손을 댔는데요. 이 역시 성공하면서 이른바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반열에 들게 됩니다.
특히 ‘뉴아일랜드’라는 고급 선상 식당은 러시아의 고위 권력층과 외국 정치인들이 즐겨 찾았는데요.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리고진 씨는 이후 크렘린궁 연회 음식을 조달하면서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을 갖게 됐고요. 러시아 학교와 군대 급식 계약도 따내는 등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고진 씨가 지난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창립자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