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재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론…“표현의 자유 침해 지나쳐”

한국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주차장에서 지난 2014년 탈북자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대북전단 풍선을 띄우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과의 접경지역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한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26일 서울 헌재 대심판정에서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등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습니다.

사건 접수 약 2년 9개월만에 내려진 결론이었습니다.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은 북한을 향해 특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이 중 헌재의 심판대에 오른 것은 3호가 정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금지한 부분입니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국가의 규제는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며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단 살포를 금지하고 처벌하지 않더라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행위자에게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살포를 직접 제지하는 등 유연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단 살포 전에 시간과 장소, 방법 등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관할 경찰서장은 관련 법률에 저촉될 여지가 있는 경우 ‘살포 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입법적 보완을 하면 경찰이 이에 대응하기 용이해진다고 부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해당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너무 포괄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어 어느 정도 예상된 판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접경 지역에서 주민 안전을 위해하는 전단은 다른 법으로도 지금 충분히 행정적으로나 통제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우발적 군사적 충돌을 막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렇다고 해서 헌재의 판단이 무차별적인 어떤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고 접경지역의 안전을 해하는 그런 쪽으로 가선 안되는 거죠.”

남북관계발전법은 지난 2020년 6월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남북관계가 악화한 이후 발의됐습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당시 담화를 통해 한국 내 탈북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비난했습니다.

문재인 당시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과 단속 의사 등을 밝혔습니다.

집권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이 대북 전단 살포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관계발전법을 발의했고 같은해 12월 본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이에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과 큰샘, 물망초 등 북한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며 그 해 12월29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지난해 말 권영세 당시 통일부 장관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비례성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