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투입 의용군 부대 창설 지시...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후계자 면담 "전투 다시 잘하는 과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크렘린궁에서 안드레이 트로셰프(오른쪽) 바그너 그룹 의장과 면담하고 있다. 가운데는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국방차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 안드레이 트로셰프 의장을 28일 크렘린궁에서 만나, 소속 병력으로 새로운 부대를 조직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다시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당신들은 1년 이상 전투(우크라이나 전쟁)를 해 왔고 그 전투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전투를 다시 잘하기 위해 선결돼야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도 알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지난 회의에서, 당신이 의용군 부대를 조직해 특별군사작전(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다양한 전투 임무를 수행할 것을 논의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관련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음을 시사한 것입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참전자에 대한 사회적 지원 방안을 얘기하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바그너 소속 병력의 우크라이나 전쟁 재합류를 적극 독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자리에는 유누스베크 옙쿠로프 러시아 국방차관이 배석했습니다. 옙쿠로프 차관은 최근 주요 분쟁 지역에서 바그너 그룹의 활동을 점검한 인물입니다.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서도 이날 회동 장면이 방송됐습니다.

■ '회색 머리카락'

트로셰프 의장은 앞서 푸틴 대통령에 의해 바그너 그룹의 새로운 수장으로 지명된 사람입니다.

안드레이 트로셰프 바그너 그룹 의장이 28일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일명 '세도이(Sedoi 혹은 Sedoy)' 또는 '회색 머리카락'으로 불리고, 바그너 창립 멤버입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로셰프 의장이 현재 러시아 국방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에 설명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을 러시아 정부가 직접 통제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28일) 회동에서 트로셰프 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말을 받아적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전쟁 장기화 의도

바그너 그룹 병력을 재조직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는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 당국의 전쟁 장기화 계획의 일환입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2025년까지 전쟁 계속' 예고..."목표 달성 가능" 우크라이나군 패퇴 주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6일,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최소한 2025년까지 이어갈 방침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에 관해, "특별군사작전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식 무기 공급과 훈련 개선 등 전투력을 지속 향상시키고 있다"면서 "2025년까지 행동계획의 일관된 이행은 우리가 의도한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당국 "바그너 전장 복귀"

이날(2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로셰프 바그너 그룹 의장의 크렘린 회동은 바그너 병력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 현장에 복귀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힌 다음 날 이뤄졌습니다.

같이 보기: "바그너 용병들 전투 현장 복귀"...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러시아 구멍 막는 계약 체결"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군 동부사령부 공보담당 부사령관은 전날(27일) "현재 동부전선 여러 지역에 (바그너 용병) 수백 명이 있다"면서, 다만 "전황에 중요한 영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해당 병력이 바그너 조직을 유지한 것은 아니고 "러시아 국방부나 그 산하기관 소속으로" 형태를 바꿔 전장에 들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리야 예울라시 우크라이나군 동부사령부 대변인은 전장에 복귀한 바그너 출신 병력이 어림잡아 500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관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바그너 용병들이 러시아 국방부와 "바흐무트 쪽의 러시아 '구멍'을 막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현지 매체들에 말했습니다.

■ 창립자 프리고진 지난 달 사망

바그너 그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가 이끌던 조직입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창립자가 항공기 추락으로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 달 24일 모스크바 시내에 추모 공간이 조성돼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 정규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동부 전투에 적극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격전지 바흐무트를 점령한 후 지난 5월 러시아 정규군에게 현지 임무를 넘기고 철수했습니다.

그러다 러시아군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지난 6월 24일 무장 반란을 일으키고 당일 철수한 뒤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겼습니다.

벨라루스에서 캠프 등을 꾸려 머문 병력은 최대 6천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가 이후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오가는 모습이 수 차례 확인됐고, 아프리카에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아프리카에서 바그너의 활동이 지속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프리고진 창립자는 지난 달 23일 전용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했습니다.

같이 보기: '바그너 용병 수장' 프리고진 사망 공식 확인...암살 가능성에 바이든 "놀랍지 않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건 다음 날(24일) 조의를 밝히면서 "그(프리고진 창립자)는 힘든 운명을 타고 났던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인생에서 심각한 실수도 저질렀다"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항공기 추락 배후에 크렘린궁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건 이틀 후인 25일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부인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