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유해 감식을 담당하는 미 국방부 산하기구가 지난 회계연도에 3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가 한국전 참전 미군의 신원 확인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방 당국이 2023 회계연도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참전용사 38명의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 공보실은 3일 VOA에 이같이 밝히고, 이로써 현재까지 모두 671명의 한국전 참전 미군 신원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DPAA 공보실] “As of today, we have identified a total of 671 Americans from the Korean War to include 38 this fiscal year.”
미국의 2023 회계연도는 2022년 10월에 시작돼 2023년 9월에 끝났습니다.
앞서 지난 2019 회계연도엔 62명의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의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지난 2021년에는 30명, 2022년에는 모두 27명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가 지난 회계연도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체 한국전쟁 참전 미군은 모두 671명으로, 지난 2016년 353명에서 6년여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해 DPAA의 감식 작업이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PAA 공보실은 미 국방부가 한국전 참전 미군의 신원 확인을 매우 중요한 과제로 여기며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기존 유해 감식 개별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한국전쟁 전사자 신원확인 프로젝트(KWIP)’를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DPAA 공보실] “All cases from Korea are under the purview of the Korean War Identification Project, including unilateral turnovers (the K208 and K55), field recoveries (JROs), and cemetery disinterments (Punchbowl Unknowns), representing the largest identification project within the DPAA. Cases from Korea represent highly commingled human remains involving thousands of missing persons from varied proveniences, while the Korean War Identification Project highlights the challenges and successes of a multi-disciplinary approach involving historians, anthropologists, odontologists, and DNA and isotope specialists working with family members towards identification and resolution. KWIP has continues to seek ways to innovate and improve both the pace and quality of its work.”
미 국방부는 과거 북한이 1990년에서 1994년 사이 미국에 넘긴 600구 가량의 미군 유해를 감식하는 ‘K208 프로젝트’와 1954년 하와이 호놀룰루의 전쟁 기념 묘지에 묻힌 한국전쟁 미군 참전 용사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펀치볼 미확인 감식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습니다.
또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이 북한에서 진행한 유해 발굴작업을 통해 확보한 200여 구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는 ‘미북 공동 유해 발굴작업(JRO) 프로젝트’와 지난 2018년 북한으로부터 받은 55개 상자에서 나온 유해 감식(K55)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전 관련 미군 유해 감식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DPAA는 이 모든 사업들이 현재 ‘한국전쟁 전사자 신원확인 프로젝트’의 관할 아래 운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DPAA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신원확인 프로젝트”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전쟁 전사자 신원확인 프로젝트는 신원 확인을 위해 가족들과 협력하는 역사학자와 인류학자, 치의학자, 유전자(DNA) 및 동위원소 전문가가 포함된 다양한 접근 방식의 도전과 성공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 전사자 신원확인 프로젝트는 업무의 속도와 질을 혁신하고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 미군 실종자의 신원 확인을 위해 14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한국전쟁 전사자 신원확인 프로젝트(KWIP)’에 소속돼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되찾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DPAA 공보실은 또 기존 프로젝트와 별도로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MAKRI)’과 협력해 한국 내 유해발굴 현장에서 수습된 모든 잠재적 유해에 대해 합동 법의학 검토를 실시해 미군 유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DPAA 공보실] “We also work with The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Agency for Killed in Action Recovery Identification on excavations of recovery sites in South Korea and conduct Joint Forensic Reviews of any potential osseous remains recovered MAKRI to determine if they might be Americans.”
앞서 캘리 맥키그 DPAA 국장도 지난 8월 민간단체인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대담에서 한국 당국과의 협력이 한국전 미군 유해 발굴과 감식에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전문성과 뛰어난 인력, 지식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파트너는 단연 한국”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녹취: 맥키그 국장] “By far, our most accomplished partner in terms of the professionalism, talent, and expertise, is the republic of Korea. They are very, very fast, very accomplished learners their laboratory rivals ours in terms of expertise. We have had joint scientific exchanges we've had joint operations.”
미군 전쟁포로 실종자 가족 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릭 다운스 회장은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실종된 한국전 참전 미군 용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입장에서는 유해 감식 속도가 다소 더딘 것이 안타깝다”며 “하지만 DPAA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다운스 회장] “Men are being identified and it is a lot slower than anyone wants including DPAA but it is probably at its optimum for now. My impression is that they are doing all that they can do within the time frame that is given to them.”
다운스 회장은 북한의 비협조 등 제한되고 복잡한 여건 속에서도 DPAA가 단계별 계획을 세우고 신원 확인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인한 어려움이 풀리면 신원 확인에도 좀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또 ‘한국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MAKRI)’과의 협력 성과를 매우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 당국은 매우 잘하고 있고, DPAA와의 협력도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습니다.
다운스 회장은 그러면서 한국전 미군 참전용사 신원 확인에서 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는 여전히 북한에 묻힌 수많은 미군 유해를 DPAA가 감식할 수 있도록 북한이 협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다운스 회장] “Our big goal is to get back into North Korea but that's probably our next question. The complicated relationships between the US and DPRK governments involves many issues.”
미 국방 당국은 지난 2011년 9월 DPAA가 한국전 참전 미군의 유해 감식을 전담하는 ‘K208 프로젝트 팀’을 출범시킨 뒤 신원 확인에 뛰어난 성과를 거둬왔습니다.
한국계 인류학자인 제니 진 박사가 이끈 K208팀은 출범 다음 해인 지난 2012년 28구를 시작으로, 2013년 26구, 2014년 23구, 2015년 29구 등 2015 회계연도까지 모두 151구의 미군 유해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불과 61구의 신원을 확인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입니다.
특히 2016 회계연도에는 한 해에 모두 69구의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신원을 확인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2019 회계연도에도 2018년 북한으로부터 송환된 55개 상자에서 나온 유해 감식에 최신 유전자 동위원소 감식법을 적용해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면서 총 62구의 신원 확인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동위원소 분석법은 뼈에 축적된 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 전사자가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지 파악하는 기법으로, 유해의 지역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화학적 지문’으로 불리는 최신 유해 분석 기술입니다.
DPAA는 지난 2019년 1월에 동위원소 분석 실험실을 설립해 북한으로부터 넘겨받은 55 상자의 유해 분석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 결과 2023년 8월 현재 55 상자에서 501개의 유골, 250명에 해당하는 유골을 감식하고 그 중 88구의 미군 신원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전쟁에서 실종된 미군은 약 7천 600여 명이며, 이 중 약 5천 300여 명의 유해가 여전히 북한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