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동맹 70주년 기획] 4.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 자유민주주의 지키는 더 강한 동맹

지난 4월 미국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백악관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군사적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체결한 ‘미한상호방위조약’이 10월 1일로 70주년을 맞았습니다. VOA는 이를 계기로 미한동맹의 지난 70년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조망하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동북아 역내와 세계 질서의 급변 속에서 미한동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미한 정상회담 환영사에서 “양국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세계적 도전 과제에 함께 맞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people, united still by our democratic values, are taking on the challenges of the world, and we’re taking them on together. We’re standing strong against Russia’s brutal aggression against Ukraine, advancing an Indo-Pacific region that is free and open, building secure and resilient supply chains and pioneering the clean energy economy, investing together to ensure our future will be grounded in the values that we share, which have always — always — made us strong.”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답사에서 “한미동맹은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거래 관계가 아니다”라며 “한미동맹은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가치동맹”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미한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 규정했습니다.

70년 전 북한을 비롯한 공산주의 진영의 침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수립된 군사 안보 중심의 미한동맹은 군사와 경제 분야를 넘어 이제는 가치를 공유하며, 호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현안을 아우르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은 날로 고도화하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중국의 타이완 위협 및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 세계 정세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에 맞서 동북아 역내를 포함한 세계 평화와 번영,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미한동맹은 더욱 긴밀한 상호 보완적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 ‘니미츠’함이 이끄는 제11항모강습단이 지난 3월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안보 석좌는 “미한 동맹 덕분에 한반도의 절반은 오늘날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며 “미한 동맹이 나아가야 할 미래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유지하고,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안보석좌] “Half of the peninsula is free and prosperous today because of the alliance. The future of the alliance is both to keep the peace in Northeast Asia and assert a positive influence in shaping a rules-based order.”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세계 안보 질서에 대한 위협이 거세질수록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정상회의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미한일 3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울과 도쿄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역내의 어떤 중요한 안보나 경제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일 두 나라 정상 간의 협력을 높이 평가하며 “다른 길을 택하기에는 (역내) 상황이 너무 위태롭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는 “상징적이며 실질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It’s crucial for our 3 nations to work together to enhance our security cooperation and preserve the international rules-based order. This is why trilateral cooperation between the U.S., ROK, and Japan is so important. The reality is that no important security or economic issue in the region can be addressed without both Seoul's and Tokyo’s active involvement. This is also why I'm encouraged by the bilateral outreaches between President Yoon and Prime Minister Kishida. The stakes are too high to take any other course.”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워싱턴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에 이어 공동회견을 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미한동맹의 핵심은 여전히 국방과 안보”라며 “따라서 여전히 이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한국석좌] “The core of the U.S.-Korea alliance is still, I think, defense and security. So there’s still has to be the emphasis

북한의 핵 위협뿐 아니라 중국의 권위주의적 팽창 정책으로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지역 안보가 위기에 처하면서 미한동맹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동맹이 됐습니다.

실제로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최근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반세기 전 20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며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토를 둘러싼 중국의 위협이 날로 커지자 지난달 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습니다. 앞서 지난 6월엔 미국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다낭에 입항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992년 미군 철수 이후 중국의 군사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필리핀은 2일부터 남중국해에서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등과 합동 해상 군사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굳건한 미한동맹을 바탕으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은 미한동맹과 미한일 삼국 안보 협력을 넘어 중국 견제에 나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 안보 지원 ‘수혜자’에서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새로운 아시아 질서를 수립하려는 미국에 중요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회의에는 나토 동맹국 31개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파트너 4개국(AP4) 정상이 참석해 상호 안보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 의제 전면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유럽-북미 군사동맹 의제뿐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확장이 주요 안건으로 부상했습니다. 북미대서양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서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한 것입니다. 나토 동맹국들은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규탄했습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북러 간 무기 거래 등 밀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방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러, 또는 북중러 간의 공조는 미한동맹이나 미한일 3국 공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성공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미한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확실히 새로운 권위주의의 축 또는 편의를 위한 삼각 관계가 중국과 북한, 러시아 간에 진전되고 있다”면서도 “이것은 결코 미-한-일 삼국 공조와는 같을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그들의 관계는 거래 관계”라며 “무엇보다도 권력을 쥔 자들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공통된 믿음 외에는 공동의 가치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 “Certainly, a new axis of authoritarians or a threesome of convenience has evolved among the PRC, north Korea, and Russia. While troubling, it will never be an equal to JAROKUS (Japan- ROK-US) because theirs is a transactional one and most importantly not built on trust of shard values except for their common belief in authoritarian rule but those that are currently in power.”

맥스웰 부대표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당시 마오쩌둥과 스탈린에게 했던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서로 대립하게 하는 것이 김정은의 ‘DNA’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 “Most importantly, it is in Kim Jong Un’s ‘DNA’ to play China and Russia off against each other just as his grandfather did with Mao and Stalin during the Korean War. But together the three will seek to thwart JAROKUS efforts.”

과거 냉전 시절 소련과 중국이 공산 진영 내부의 패권 경쟁으로 1969년 중소 국경 무력 분쟁까지 벌이는 과정에서 김일성은 중소 어느 한쪽편을 들지 않고 등거리 외교를 펼치면서 실리를 챙겼습니다. 소련과 중국은 북한의 충성을 얻기 위해 경쟁했고, 김일성은 이 같은 분쟁을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는 데 지렛대로 활용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은 “안타깝게도 김정은이 한국이나 미국과 외교를 재개하는 데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한다면 한국은 우크라이나 무장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Unfortunately, Washington and Seoul cannot prevent North Korea from moving closer to Russia and China because Kim Jung Un does not seem interested in resuming diplomacy with Seoul or Washington. If North Korea supplies weapons and ammunition to Russia, the ROK should consider helping to arm Ukraine.”

전문가들은 미한동맹의 범주를 ‘전통적 안보’에서 경제, 첨단기술 등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인공지능(AI)·로봇·양자컴퓨터 기술 등이 국가 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핵심 분야가 된 만큼 첨단기술 협력은 국방 및 안보 협력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한 양국을 비롯해 일본, 타이완, 호주 등 주요 우방들이 첨단기술 분야 선두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방문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미래로 나아갈수록 새로운 이슈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한국석좌] “The core of the U.S.-Korea alliance is still, I think, defense and security. So there’s still has to be the emphasis. But certainly as we move into the future, there’s a lot new issues on the forefront.”

여 석좌는 전통적 안보 동맹 외에도 첨단기술 동맹으로까지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래에는 양자 컴퓨터나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전쟁을 치를 수 있기 때문에 미한 양국이 첨단기술과 산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여 한국석좌] “When it comes to technology, because the future of warfare may be fought with thanks any required quantum computing or artificial intelligence. So that's one area where the U.S. and South Korea can maybe invest further in and that relates to also defense technology, industrial cooperation.”

북한과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위협은 단순히 핵이나 재래식 무기뿐만이 아닙니다. 해킹을 통해 첨단기술과 국가 기밀 등을 탈취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북한이 해군 군사력 강화를 위해 한국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해킹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8~9월 북한의 해킹 조직이 국내 주요 조선사에 공격을 시도한 사례를 여러 건 포착했다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여 석좌는 “북한이 사이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한국이 계속 주시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여 한국석좌] “We've seen North Korea increasing its cyber capabilities and that's something that I think the US and South Korea needs to stay on top of. The threats that are coming are not just nuclear these days. There's not just about conventional military, so our cyber is one area.”

이어 “미한 양국이 이 사안에 있어서 앞서 나가고, 관련된 역량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을, 경제는 중국을 우선시)’ 정책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2047년까지 세계는 아니더라도 동아시아를 지배하고 싶어한다”며 “이를 위해 중국은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국가들에 비용을 부과하는 경제 전략을 채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China wants to dominate East Asia if not the world by 2047—Xi has announced that. To achieve that domination, it has employed an economic strategy to impose costs on countries that don’t do what China tells them to. Remember what China did to the ROK over THAAD. The ROK needs to face up to the fact that if it is economically dependent on China, China will have serious leverage on ROK decisionmaking.”

베넷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도입 당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라며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면 중국은 한국의 의사 결정에 극심한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주한 미국 부대사를 지낸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했지만,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 등으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며 “미국, 한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과 나토 모두 중국을 어떻게 다룰지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토콜라 부소장] “The United States, like South Korea, hoped to create a cooperative, mutually beneficial, relationship with China. China, through its economic coercion, violation of commitments to respect Hong Kong’s system, militarization of the South China Sea, human rights abuses, and belligerent rhetoric has made that very difficult to achieve. The US, South Korea, Japan, Australia, and the European Union and NATO are all considering and
reconsidering how to deal with China.”

토콜라 부소장은 또 “중국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호주, 미국, EU에 대해서도 경제적 강압을 시도해 왔지만 매번 해당 국가에서 강한 여론의 반발을 받았고, 대상 국가들을 더욱 긴밀하게 만든 반면 경제적 강압 효과는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중요성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우주산업, AI, 양자 컴퓨터 등 핵심 첨단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시도해 왔습니다.

반도체 분야에선 한국, 대만, 일본을 아우르는 ‘칩4동맹’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일본의 반도체 소재, 대만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은 또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이 대미 투자를 늘리면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달 15개 미국 기업을 포함한 사이버안보 무역 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전략적 투자’와 ‘국가 및 경제 안보 보호’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미한 양국 간 경제와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 “The U.S.-Korea partnership is pivotal to two important aspects of our economic and technology cooperation agenda: our strategic investments in computing, clean energy, and other 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 and economic measures we are taking with allies to protect our collective national and economy security from malign actors.”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