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탈북민 61명 증언집 발간 “주민 일상 통해 북한 인권 실태 알 수 있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발간한 탈북민 61명의 증언집 ‘60+ Voices - 북한에서의 일상을 돌아보다’ 표지.

국제 인권단체가 한국 내 탈북민 61명의 목소리를 담은 증언집을 발간했습니다. 평범한 주민들의 일상을 통해 북한 인권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 지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초급중학교까지 다녔던 김문성 군이 과거 학교생활을 소개합니다.

학교에서 모두가 자아비판을 해야 했던 생활총화, 잘 사는 집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연한 뇌물 문화, ‘김일성과 김정일 대원수님 어린 시절’에 대해 배우는 우상화 교육 등을 설명합니다.

라선 출신으로 무역업에 종사했던 김성미 씨는 뇌물을 줘야 장사할 수 있는 환경과 한국 영화나 드라마 시청을 단속하는 당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고, 쿠웨이트 파견 건설 노동자였던 오근철 씨는 휴일도 없이 ‘충성으로 노동해서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자’며 강제 노역을 해야 했던 과거의 경험을 나눕니다.

세계 15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앰네스티의 한국지부가 24일 탈북민 61명의 증언집 ‘60+ Voices - 북한에서의 일상을 돌아보다’를 발간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 발간한 이 증언집은 평범한 탈북민이 북한에서 경험한 최근까지의 인권 실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특징입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발간한 탈북민 61명의 증언집 ‘60+ Voices - 북한에서의 일상을 돌아보다’ 속 삽화.

다른 보고서나 증언집과 달리 북한 주민들이 공개하는 일상의 어려움들을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게 단체의 설명입니다.

이 단체 최재훈 북한인권 담당관입니다.

[녹취: 최재훈 담당관] “지금처럼 일반 사람들이 북한 내부 정보를 좀 접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최근 북한의 모습뿐 아니라 인권 실태에 대해서 그동안 가졌던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단체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 9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했다며 탈북민 대다수는 면접 시점을 기준으로 2년 내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 밀수업자, 군인, 간호사, 합영회사 직원, 해외 노동자, 돌격대, 장마당 상인, 예술인 등 북한에서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던 탈북민들의 당시 일상을 증언했습니다.

약을 약국이나 병원이 아닌 장마당 또는 “개인 집에서 더 많이 사는 편입니다”, “아이들도 일을 해야 해요”, “아파트에서도 나무로 불을 때요”란 증언은 북한인들에게는 어쩌면 평범한 일상이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삶입니다.

또 외부의 부정적 시선과 달리 코로나 방역 등 일부 부분에서는 북한 당국이 주민 보건에 나름 신경을 썼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녹취: 최 담당관] “독자들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탈북민의 증언을 서로 비교해 본다면 이 시기에 북한 인권 변화와 흐름을 좀 쉽게 파악해 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예를 들어서 구금 시설 내 처우 변화라든지 아니면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 변화 같은 모습은 우리가 특히 이제 눈여겨볼 만한 변화입니다.”

실제로 증언집에는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북한 밖 소식 등 외부 정보를 통해 세상을 알게 됐다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많이 담겨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4일 발간한 탈북민 61명의 증언집 ‘60+ Voices - 북한에서의 일상을 돌아보다’ 속 삽화.

또 외부 정보를 더 많이 유입해야 주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탈북민들의 제언도 이어졌습니다.

최 담당관은 북한 지도부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 등 정보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최 담당관] “당국이 그만큼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합니다. 당국이 정보 통제를 더 강화할수록 주민들의 외부 정보에 대한 욕구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당국에 대한 반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증언집 끝에 북한 정부에 표현과 이동의 자유를 허용하고 주민들의 노동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모든 인민은 기본적 인권을 향유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지적은 “정치적 대결의 산물로 전적으로 배격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대성 제네부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지난 4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 등은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권 증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음모를 담은 문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