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북한인권주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행사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행사들은 특히 영국에서 활동하는 탈북민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해 열리고 있어 주목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25일, 런던의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 행사.
강제북송의 아픔을 겪은 탈북민들을 통해 자유와 인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린 다큐 영화 ‘유돈노우(You Don’t Know)’ 시사회가 끝나자 런던을 방문 중인 한국의 민간 단체 ‘프리덤스피커즈인터내셔널(FSI)-글로벌 교육센터’의 탈북민 대표단이 영어로 중국 내 탈북민과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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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김은주 씨] “Silencing North Korean defectors are silencing victims and witnesses of forced repatriation.”
탈북민 김은주 씨는 이날 행사에서 “탈북민들을 침묵시키는 것은 강제북송 피해자와 목격자들을 침묵시키는 것”이라며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케니 라툰데-다다 북한 담당 공동 코디네이터는 VOA에 많은 영국인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누리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을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영국) 지역 뉴스나 전국 뉴스에서는 큰 관심이 없다”며 “사실상 은둔의 왕국이나 다름없는 나라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라툰데-다다 코디네이터] “There's not much awareness in the news in our local news, in our national news. It is just to remember that there's still a country there which is an effectively Hermit Kingdom. It's still as bad as it was in the 90s.”
영국에선 지난 20일 옥스퍼드 대학에서 열린 탈북민 토크 콘서트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닷새 동안 북한인권을 다룬 다큐 영화 상영과 탈북민 댄스 공연, 뮤직 토크 콘서트, 의회 토론회 등 북한인권주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습니다.
21일에는 영국의 한 호텔에서 영국 밴드와 탈북민 댄스팀 공연, 북한인권 영화 ‘엄마의 낯선 땅’ 상영, FSI 탈북민 대표단의 증언회가 열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탈북민 대표단은 또 세계기독교연대(CSW), 인덱스 온 센서십(Index On Censorship) 등 다양한 영국 단체들을 방문해 행사를 열었고, 24일에는 영국 민간 친선 협회인 브리티시코리안소사이어티(BKS)와 함께 소아스 런던대학교(SOAS)에서 ‘자유의 이야기들”이란 주제로 역시 증언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가운데 많은 민간 행사는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영국 지방선거에도 출마했던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가 발로 뛰며 현지 대학과 시민사회단체들, 전직 외교관, 정치인들을 설득해 지난 8월부터 기획한 것입니다.
박 대표는 25일 VOA에 세계 여러 나라를 방문해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증언하며 느꼈던 부족한 점을 채우고 싶어 행사들을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행사가 끝나도 여운을 줄 수 있는 영화와 탈북민이 직접 연주하는 음악과 댄스 등 예술과 영어로 대중에게 직접 증언할 때 효과가 더 강력하다”는 것을 느껴 FSI와 협력해 행사를 계획했다는 것입니다.
박 대표는 이런 시도는 북한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탈북민들이 주도하는 북한인권 운동의 또 다른 진화”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저희 탈북자분들이 누군가의 컨트롤로 해서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야만 나설 수 있었다면 이제는 저희도 세계를 바라보는 눈, 지식 같은 것도 많이 넓어져서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그 위치까지 온 것 같아서.”
전날인 24일 영국 의회와 한국 통일연구원이 웨스트민스터 상원에서 공동 개최한 유럽 북한인권포럼 역시 탈북민 출신인 영국 의회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NK)’의 티머시 조 사무국장이 행사 기획과 공동성명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셰필드 대학이 25일 개최한 북한인권 토론회에도 한국의 전문가들을 소개하는 등 적극 관여한 조 국장은 “이런 새로운 시도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희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국장] “저희가 당사자들이에요. 저희가 겪었고 저희가 눈앞에서 어떤 광경들이 일어났고 저희들이 그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 참상과 모든 것을 저희가 안고 나온 상태이고 지금도 안고 있는데, 이것을 저희가 직접 나서서 그 메시지를 전하니까 전달력이 가슴에서부터 나오는 메시지가 다이렉트로 느껴지고. 이것을 통해서 많은 한국에 있는 탈북민들, 다른 탈북민들에게 기회를 더 드릴 수 있고.”
FSI의 이은구 공동대표는 “옥스퍼드대의 젊은 리더들부터 전직 외교관들, 의원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데 박 대표와 조 국장의 기여가 컸다”면서 이 단체가 한국 내 탈북민들의 역량 강화를 돕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은구 대표] “이분들 없이 영국 내에서 컨택도 그렇고 연결하는 것도 그렇고 이분들의 도움이 정말 중요했죠. 막상 와서 보니까 오랫동안 일하시다 보니 잘 닦아 놓으셔서…그런 것 보면 각자 사명감을 갖고 역할을 성실하게, 정말 북한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셨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저희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국 방문 중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적극 제기했던 FSI의 탈북민 출신 김은주 씨는 런던에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며 탈북 역사가 30년이 되면서 “탈북민들도 상황을 주체적으로 이끌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은주 씨]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고 봤을 때 바닥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를 벗어나 엘리트들이 양성되고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건강한 시민의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장착한 탈북민들이 늘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더 많은 탈북민이 수동적 증언자로 남기보다도 주체적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박 대표와 조 국장은 지난 닷새 동안 대부분의 행사장이 꽉 찰 정도로 영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북한과 세계를 모두 경험하고 공부한 탈북민들이 앞으로 북한인권 관련 행사들을 적극 주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노력을 더 강화하기 위해선 재정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채택해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이 북한의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도록 돕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이런 탈북민들의 활동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탈북민은 조국을 배신한 “인간쓰레기”란 비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020년 발표한 담화를 통해 탈북민에 대해 “사람값에도 들지 못하는 쓰레기”,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 추물”이라며 막말을 쏟아낸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