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에 한글이 적힌 북한제 대전차무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의 알론 레프코위츠 연구위원이 말했습니다. 레프코위츠 연구위원은 2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현재 가자 지구에 북한 전문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중동 내 최대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에 화학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 무기가 전쟁에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레프코위츠 연구위원을 조상진 기자가 화상으로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 연구위원님께서는 현재 이스라엘에 계신데요. 하마스의 지난 7일 기습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한마디로 전쟁터와 같은 상황입니다. 우리는 여러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검은 토요일’이라고 부르는 지난 7일에 공격이 시작됐고, 하마스와 지하드가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번 공격의 가장 큰 문제는 이스라엘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국경 근처 키부츠 지역 민간인들을 학살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끔찍한 일을 보여주기 위해 액션 캠을 부착하고 촬영을 했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가자 지구로 납치된 사람들이 약 225명으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을 납치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을 전쟁 행위로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 악’입니다.
기자)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단체로 지정된 하마스가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 가자 지구에 대한 장기간의 봉쇄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갈등을 키웠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러시아는 하마스를 자유를 위한 투사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자유 투사가 러시아를 공격한다면 그들은 자유 투사가 아닌 테러리스트라고 부를 것입니다. 미국의 9.11 테러 사태 당시에도 어떤 사람들은 알 카에다를 자유의 투사 조직으로 정의했겠지만, 그들은 자유의 투사가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수천 명의 민간인을 공격하고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죠. 심지어 일부 같은 이슬람 국가조차도 하마스가 한 악행을 비판했습니다. 가자 지구에 수십억 달러가 지원됐지만, 가자 지구 아래 터널을 건설하는 데 그 돈이 낭비됐습니다. 그 수십억 달러가 시민 사회 발전에 쓰이지 않고 미사일을 만드는 데 낭비됐습니다. 우리는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분리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가자 지구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마스와 지하드 군대를 건설하는 데 낭비되는 수십억 달러의 돈은 민간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입니다. 북한 김정은과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보건과 교육에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김정은은 이를 자신의 군사력 개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과 중동 내 테러 단체들과의 연계 문제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최근 이스라엘 군 발표에 따르면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 중 북한제 무기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하마스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데요. 북한 무기가 하마스에 제공됐고, 실제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네, 물론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북한으로부터 선적된 무기의 일부가 적발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외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상에 관계 없이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다른 중동 테러조직이 필요로 한다면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죠. 이미 알려진 F-7 로켓 외에도 107mm, 122mm 대전차로켓 등이 북한으로부터 제공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스라엘 군이 발견한 것을 보면 이 로켓에 한글이 쓰여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란과 북한이 미사일과 핵 문제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은 외화가 필요하고 북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누구에게든 기꺼이 팔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자 지구에서 이러한 경무기를 볼 수 있고 헤즈볼라가 있는 북쪽 전선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북한 선적이 확인된 예멘 후티 반군에서도 북한 무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에서 가자 지구와 이란의 후원을 받는 무장 단체 헤즈볼라로 향하는 화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기자) 가자 지구는 꽤 오랫동안 봉쇄돼 있었고 모든 거래가 면밀히 감시돼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마스는 어떻게 북한산 무기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요?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100% 차단된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의 국경을 지나는 화물을 이스라엘이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가자 지구와 국경을 맞댄 또 다른 지역인 이집트 시나이 반도 일부 지역에서 터널을 통해 가자 지구로 물건이 보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이집트 국경 밑으로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터널이 있고, 이집트에서 가자지구 전역으로 무기를 들여올 수 있습니다. 또 이집트에서 가자 지구로 가는 화물의 일부는 바다를 통해 운반됩니다. 이스라엘 해군이 차단할 수 있지만 모든 화물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가자 지구는 미사일 제조 공장을 자체적으로 건설했는데, 북한과 이란을 통해 관련 기술을 가자 지구로 가져갔습니다. 따라서 현재 가자 지구에서 관련 북한 전문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합니다.
기자) 하마스가 북한과 직접 거래 했을까요? 아니면 이란 또는 헤즈볼라를 통해 북한과 연결 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하마스와 지하드에 대한 자금은 주로 이란에서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류는 북한과 이란 간 관계를 통해 이뤄졌을 것입니다. 하마스와 지하드의 무장 세력들이 이란에 가서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과거에는 북한에 가서 훈련 받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쪽 병력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레바논에 있던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시리아로 이동한 것도 포착됐었습니다. 과거 북한이 시리아에 건설한 핵시설이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됐는데, 이 공격으로 북한 사람들이 사망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기자) 하마스에 제공된 북한산 무기가 실제로 이스라엘에 어느 정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이스라엘의 존재에 대한 위협이라고 봅니다. ‘아이언 돔’ 방공시스템 덕분에 북한과 이란의 도움으로 개발된 하마스 미사일 중 일부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국경 키부츠 마을을 공격하는 데 사용된 탄약 중 일부가 북한산이었다는 것입니다.
기자) 지금까지 알려진 것 외에 북한산 무기가 더 사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하마스와 지하드의 경우 북한산 대전차무기를 사용하는데, 이들은 무인비행기 드론을 이용해 이것을 운반한 다음 떨어뜨려 탱크를 파괴했습니다. 기존 탱크는 대전차 지뢰나 대전차미사일 등에 대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이제 우리는 드론을 사용한 대전차로켓포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언급하는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이 이란, 시리아와 협력한 화학무기를 테러조직들이 사용할 잠재적 위협이 있다는 것입니다. 헤즈볼라에 화학무기가 반입됐다는 징후가 있었다는 추정과 함께 큰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헤즈볼라는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북한 전문가들이 헤즈볼라에 화학무기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이스라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자) 이란의 후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비롯한 다른 여러 중동 내 무장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이들 중동 테러단체들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습니다만, 하마스 연계 못지 않게 북한과 헤즈볼라의 협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까요?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북한이 헤즈볼라와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북한이 정상 국가가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미사일이나 방사포에 한글이 적혀 있는 것을 제시해도 그들은 이스라엘이 조작했다고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이란이 주도하는 ‘악의 축’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넓은 지역을 바라봐야 합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파괴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고 하마스와 예멘 후티 반군,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위협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모두가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클 것입니다.
기자) 이스라엘군이나 정부는 북한과 중동 내 테러조직들과의 연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평가하십니까? 이스라엘 정부나 국제사회는 앞으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이스라엘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와 비재래식 무기가 중동의 국가와 테러조직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할 수 있는 일은 전 세계 정보기관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 등 다른 정보기관들과 협력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기관, 특히 주로 미국과 협력해 중동 지역으로 이동하는 선적을 차단하도록 설득하는 것이죠.
기자) 북한이 중동 지역 내 주요 무기 공급국가이자 주요 위협 세력으로 부상할 것으로 우려하십니까?
레프코위츠 연구위원) 북한을 주요 공급국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테러조직에 많은 탄약을 제공하는 이란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해제하지 않고 대북제재가 계속될 경우 북한은 어떻게 할 것인가’는 가장 큰 우려 사안입니다. 북한은 제재를 해제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무기를 판매할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하겠죠. 이에 따라 현재는 러시아가 북한의 주요 고객입니다. 또 북한은 중동의 테러 조직에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 시리아와 헤즈볼라 및 중동 지역으로 점점 더 많은 무기가 판매되는 것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알론 레프코위츠 연구위원으로부터 이스라엘 현지 전황과 북한과 중동 내 테러단체들과의 무기 협력 문제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상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