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서울에서 열린 연례 안보협의회의를 통해 북한의 고도화된 위협에 대한 달라진 인식과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군 조기경보위성의 정보 공유에 합의한 것은 한국의 대북 미사일 방어의 빈틈을 메우는 핵심적 조치라고 진단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한 국방장관이 제55차 미한안보협의회의(SCM)를 갖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데 주목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 SCM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표현만 담기거나 한반도와 북한의 비핵화가 함께 쓰인 것과 달리 이번에 ‘북한 비핵화’가 단독으로 명기된 것은 노골적으로 가속화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한 양국의 달라진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overall the threat from North Korea has gotten worse over the last year. And the US and the allies have responded by taking measures in order to strengthen their military cooperation including the Washington declaration to enhance extended deterrence between the US and South Korea and then the camp David summit with the US, ROK and Japan. So I think this SCM agreement shows we see the allies responding to the growing North Korean threat with increased defense cooperation and intelligence sharing and so forth.”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탄도미사일과 정찰위성을 발사하고,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통해 탄약을 제공하는 대가로 첨단 무기 시스템을 지원받으려 하는 등 위협이 더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미한 양국은 지난해부터 더욱 고도화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워싱턴 선언과 미한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응 조치를 취해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SCM 합의는 증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동맹국들이 국방 협력과 정보 공유 등을 강화해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이번 SCM 공동성명에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외에도 악의적 사이버 활동과 불법 해상 환적 등 위법 활동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점을 거론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the leaders of the military for both countries are trying to have a more comprehensive view of the threat North Korea is posing. That while certainly the nuclear part of the threat is very serious, their cyber threats and other threats are also of serious concern. And so they're trying to provide a more comprehensive picture and give the populations of both of our countries a sense that something needs to be done about those threats more than we're currently doing in order to rein them in.”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번 SCM에서 사이버 위협 등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인식이 구체적으로 담긴 것은 “양국 군 지도자들이 북한의 위협에 대해 포괄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미한 국방장관들은 보다 포괄적인 관점을 제공하고 양국 국민들에게 북한 위협 억제를 위해 현재 양국이 취하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은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미한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처음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양측은 동맹의 압도적 힘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대화와 외교를 추구하는 노력을 위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맞춤형 억제전략(TDS)를 10년만에 개정했습니다.
TDS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미한 두 나라 국방장관 간 전략문서로, 지난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SCM을 계기로 처음 작성됐습니다.
이후 빠르게 고도화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한은 2021년 서울에서 열린 SCM 때 TDS 개정 추진에 합의하고 논의를 진행해왔습니다.
아울러 공동성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외에 ‘악의적 사이버 활동과 암호화폐 탈취,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 불법 해상 환적’ 등을 공동 대응해야 할 북한의 위법적 활동으로 처음 열거했습니다.
이밖에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모든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공동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언급하면서 제재 이행을 촉구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더 나아가 국제 무대에서 추가 대북제재 단행을 거부권을 통해 가로막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과 아프리카, 특히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포함한 분쟁 지역에 무기 확산과 악의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 같은 위협에 기초한 미한동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다만 미한 정상회담과 미한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자유롭고 통일된 한반도를 추구한다’는 목표가 SCM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However it is a real disappointment to me that there was absolutely no mention of the pursuit of a free and unified Korea and nor was there any mention of denuclearization. And so but the fact that there was no mention of pursuit of a free and unified Korea means that the military is not acknowledging and accepting the guidance of both presidents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Republic of Korea which clearly stated in April in the Yoon-Biden summit and in the camp David summit in both the camp David principles and the spirit of camp David that the alliance is pursuing a free and unified Korea. But there's one thing that we must keep in mind there is no military victory unless it accomplishes the political objective. And in the case of Korea the political objective is a free and unified Korea. And the military must acknowledge that.”
맥스웰 부대표는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군사적 승리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한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통일 목표는 양국의 모든 대북 정책 및 군사 정책에 근간이며, 이에 대한 양국 군의 명확한 인식이 향후 SCM 공동성명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SCM 회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 중 하나로 양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군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에 합의한 것을 꼽았습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군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를 통해 한국이 과거 갖지 못했던 위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더 잘 파악하고 자체 미사일 방어를 지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밴 디펜 전 부차관보] “I mean to the extent that South Korea is getting from the information it didn't have before from satellites in real time that gives it a better picture of the North Korean missile threat to be able to direct its own missile defense forces and more reaction time because it's getting the information quicker. And obviously missiles going from North Korea to South Korea have a pretty short flight time. So that extra time is important.”
특히 “북한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미사일은 비행 시간이 굉장히 짧은 만큼 신속한 위성 정보 획득은 더 많은 대응 시간을 얻는 이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정지궤도와 저궤도 등 다양한 범위의 위성을 활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은 24시간 감시를 통해 미사일 탐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미한 국방장관은 SCM 공동성명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 체계를 통해 동맹의 탐지 능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 우주군은 10여개의 조기경보위성을 운용하면서, 지구 곡률이나 지형, 장애물과 관계없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화염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군은 그동안 미군이 운용하는 조기경보위성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 받지 못했었습니다.
로버스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미국의 위성 정보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모든 미사일 시설에 대한 24시간 감시를 통해 발사 시도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른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피터스 연구원] “I think it could be powerfully effective in that if you can demonstrate to North Korea we are able to shoot down their missiles that makes it less likely that they'll take the shots to begin with. Using a shared set of data that can have multiple shots at the missile at various places from launch to boost to when it hits a zenith to then when it's coming down by having all these systems that engage the enemy missile at different stages of launch then you have a much higher chance of intercepting and destroying the missile and therefore defending the people in Korea.”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의 위성 정보 공유를 통해 “미사일 발사 시 상승 단계에서부터 정점 고도 도달, 그리고 하강 시 모든 단계에서 적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추면 미사일을 요격하고 파괴해 한국 국민을 보호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개발한 미사일들이 하강 시 변칙적인 기동을 하면서 탐지나 요격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정보 공유는 한국 군의 미사일 요격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북한이 애초부터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부대표는 미한 양국이 서로 다른 감시 자산과 체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정보 역량이 매우 뛰어난 것은 맞지만 홀로 운용했을 때보다 한국과 공유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hen you have an integrated missile defense system, then you can track the right systems the missile from launch with the right systems you can queue the right missiles to shoot it down and you prevent the gaps and seams that exist when there is only one country looking at the threat. So the sharing of information improves defenses immensely because the right system can be used to track the missile and the right system can be used to shoot it down whether it's a US system or a South Korean system.”
“통합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있으면 미사일이 발사되는 것을 올바른 시스템으로 추적해 그에 맞는 미사일을 준비시켜 격추할 수 있으며, 이는 한 국가만이 그 위협을 주시할 때 발생하는 공백과 틈을 메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보 공유는 미국과 한국의 체계를 가리지 않고 최적화된 시스템을 사용해 북한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방어 역량을 크게 향상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위성 정보 제공은 단순히 한국의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미한 양국이 다양한 관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판단하고 요격할 수 있도록 하는 종합적 역량을 키우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ll, it's not just that you might have some blind spots. It's that looking at the threat from different perspectives is very helpful in determining exactly where a missile is, where it's going, and how you would intercepted. If someone is going to shoot a bullet at you looking straight at the shooter sometimes it's hard to tell exactly where the bullet is. Even if you could very rapidly do that looking at it from the side you get a much more accurate ability to track the bullet and be able to facilitate an effective intercept.”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미한 간 미사일 위성 정보 공유가 향후 미한일 3국의 미사일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 확립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