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한 ‘맞춤형 억제전략’ 10년만 개정…북 핵 위협 고도화 반영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 국방장관과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미한안보협의회(SCM) 현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왼쪽) 미 국방장관과 신원식 한국 국방장관이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미한안보협의회(SCM) 현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해 맞춤형 억제전략, TDS를 10년만에 개정했습니다. 또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군 조기경보위성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방한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55차 미한안보협의회, SCM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10년만에 ‘맞춤형 억제전략’ 즉 TDS 첫 개정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TDS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미한 두 나라 국방장관 간 전략문서로, 지난 201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SCM을 계기로 처음 작성됐습니다.

이후 빠르게 고도화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한은 2021년 서울에서 열린 SCM 때 TDS 개정 추진에 합의하고 논의를 진행해왔습니다.

기존 TDS가 작성된 이후 북한은 세 차례의 추가 핵실험을 벌였고 이를 통해 핵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소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게 됐다는 추정도 나옵니다.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이번에 개정된 TDS에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비한 미한동맹의 실효적 대응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술핵 미사일 등으로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 공격 작전에 대응한 내용이 새롭게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기존의 핵 능력이 훨씬 확충된 것도 있고 두번째는 한국을 우선적으로 겨냥하는 형태로 그들의 핵 작전계획이 다 짜지고 맞춰져 있다는 거죠. 그런 면에서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TDS 자체가 전쟁 초반에 북한이 핵을 사용해서 한국을 공격한다는 것을 상정하고 거기에 대한 맞춤형 억제전략을 개정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개정 TDS는 특히 미한 정상이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양국이 함께하는 확장억제’에 합의함에 따라 이에 상응한 전략적 방향성을 반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존의 확장억제가 미한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한 재래식 전력 위주로 운용됐다면 이젠 핵 전력을 포함한 미한 동맹의 모든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담았으리라는 겁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입니다.

[녹취: 양욱 박사] “기존 맞춤형 확장억제 전략에선 한국 역할이 재래식 전력을 활용한 핵 억제 즉 한국형 3축 체제에만 맞춰져 있고 한미가 통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번 SCM에서는 한미 양측이 핵 억제 측면에서 각각의 역할을 더욱 명백히 하고 통합하려는 방향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번 SCM에선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핵협의그룹, NCG 운영의 구체화를 비롯해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미한 국방장관은 공동성명에서 “NCG가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측의 재래식 지원을 위한 공동기획과 실행 등의 과업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핵 사용에 대비한 미한동맹의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 장관은 “NCG를 통해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공조하고, 향후 SCM에서 NCG의 진전 상황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받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장관은 또 공동성명에서 “고도화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미국 조기경보위성 정보공유 체계를 통해 동맹의 탐지 능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은 그동안 미군이 운용하는 조기경보위성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미 우주군은 10여개의 조기경보위성을 운용 중인데 이를 통해 지구 곡률이나 지형, 장애물과 관계없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화염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한 양측은 이와 함께 올해 양국 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번 SCM을 계기로 향후 동맹 100주년을 준비하는 미래 청사진 ‘미한동맹 국방비전’도 승인했습니다.

이번 비전을 통해 북한에 대응한 확장억제 노력 향상, 과학기술동맹으로의 진화를 통한 동맹능력 현대화, 유사 입장국과의 연대와 지역안보협력 강화를 향후 30년간 동맹 협력의 3대 핵심 축으로 제시했습니다.

미한 국방장관은 아울러 이번 SCM에서 9.19 남북군사합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SCM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한이 이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원식 장관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북한군 장사정포 등 군사표적에 대한 한국 군의 감시와 정찰 능력을 제한한다며 최대한 빨리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한국 정부 내에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오스틴 장관은 또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지속적으로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에 전략자산 전개를 지금과 같은 빈도로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고,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어디서 전략자산을 전개하든 단독으로 하는 게 아니라, 동맹과 파트너와 협력해서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전개 빈도를 높인다는 워싱턴 선언 내용을 상기하면서 또 다른 항모가 곧 한반도에 올 예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