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현인그룹’ 인사들 “무대응은 옵션 아냐…전략 수립 기여할 것”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이달 말 7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북한인권 현인그룹’ 참여 인사들이 효율적 정책 구상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무대응은 ‘옵션’이 아니라며 정부 당국자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기적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설명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14일 VOA에 ‘북한인권 현인 그룹(The Sages Group on North Korean Human Rights)’의 재출범 취지를 설명하며 국제사회의 부족한 대응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반인도 범죄 사례를 밝힌 COI 최종 보고서는 유엔의 강력한 찬사를 받았고, 매우 드물게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인권 침해 보고서였지만 대응은 미흡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북한의 인권 상황이 개선된 것으로 보고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고 또한 위험하다”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 “Despite this, and although conditions in North Korea are not reported as having improved since the time of the COI report, the reaction of the global community is profoundly disappointing. It is also dangerous. This is why steps have been taken to reconvene The Sages Group. Tactics, strategies and appropriate action will be discussed. It is premature to predict the outcome of those discussions. However, for the peace and safety of the world, doing nothing about North Korea is not an option.”

커비 전 위원장은 이런 이유로 현인 그룹을 재소집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며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할 회의에서 “전술, 전략, 그리고 적절한 조치가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논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이지만,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옵션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현인 그룹 창립 회원인 미국의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는 회원들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현직 관리들의 정책 구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는 모두 3~4년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북한인권을 담당했다가 다른 자리로 옮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it's a good idea because there is turnover, particularly in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and the State Department, the turnover tends to be, you know, every three or four years you get a new group of people coming in. And these are people who've had longer experience dealing with North Korea. I think one of the things that they are not people are currently in positions on it and so they can bring a longer-term perspective.”

킹 전 특사는 그러나 현인 그룹 회원들은 “북한을 오랫동안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라며 “현재 북한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정훈 전 한국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한국의 이정훈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앞서 VOA에 현인 그룹이 6년 8개월 만에 활동을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대사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힘을 얻었고, 답보 상태에 빠진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서 오는 29일 서울에서(웨스틴조선호텔) 심포지엄을 갖고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내년 2월 17일이면 (COI 최종보고서) 권고안이 발표된 지 딱 10주년입니다. 그런데 북한인권 관련 상황은 사실 답보 상태잖아요. 진전이 없고 해서 나름 우리 현인 그룹 멤버들이 다시 모여서 힘을 실어줄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다시 활동을 재개하게 됐습니다.”

북한인권 현인 그룹은 COI 보고서를 계기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해 사상 처음으로 회의를 소집하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2016년 신설됐습니다.

당시에는 이 전 대사를 비롯해 커비 전 위원장, 킹 전 특사,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소냐 비세르코 COI 위원,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태국의 비팃 문타폰 초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8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그룹 출범 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7대 권고안을 발표하고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 때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어 안보리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고 여러 인권 개선을 위한 건설적 대안들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7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 행사를 끝으로 활동을 접었습니다.

이 전 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인권을 사실상 외면했던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활동을 지속할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결국 움직이려면 예산 지원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평화 공세, 평화 정책으로 가면서 북한인권을 언급하는데 굉장히 거부 반응이 있었고. 그래서 예산 확보도 어렵고 뉴욕을 가든 제네바를 가든 우리 공관으로부터의 협조와 지원도 쉽지 않죠. 정부 입장이 다르니까. 그래서 일단 활동이 중단된 거죠.”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

영국의 알톤 상원의원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핵·미사일 등 안보 사안에 여전히 쏠림 현상이 심한 국제 시각에 현인 그룹이 균형을 맞추도록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의 곤경에 대해 많은 시간과 생각을 쏟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희망적으로 지혜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유익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알톤 의원] “It's good to be able to use the experience, knowledge and hopefully wisdom of a small group of people who have given a great deal of time and thought to the plight of North Kore's people. It is a mistake to believe that human rights violations- including documented crimes against humanity- are somehow irrelevant in challenging a regime that threatens the world with weapons of mass destruction. Security and human rights are two sides of one coin and must be tacked together.”

알톤 의원은 “대량살상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정권에 도전하는 데 있어, 문서화된 반인도적 범죄를 포함한 인권 침해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믿는 것은 실책”이라며 “안보와 인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 반드시 함께 다루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인 그룹의 여러 회원들은 특히 29일 열릴 회의에서 ‘디지털 자유’를 주제로 대북 정보 유입 관련 토론회가 함께 열리는 것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지속해서 알리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알톤 의원은 북한 정권이 75주년을 맞은 세계인권선언의 많은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이 정보와 뉴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한 19조를 콕 집어 지적했습니다.

[알톤 상원의원] “North Korea is in breach of many of the 75 year old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Article 19 insists that all people should freely access information and news. The information blockade in North Korea flies in the face of that right. In a digital age we have new opportunities and must harness every possible means of sharing knowledge and information.”

이어 “북한의 정보 봉쇄는 이러한 권리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있으며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10년 된 UN COI 보고서가 지적한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나라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강조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옛 독일 통일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적용해 점진적 변화를 추진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스포츠, 문화 및 음악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학술 및 과학적 노력을 장려하고 후원하며, 처음에는 제한적으로나마 남한과 북한을 연결하는 방송의 개방”을 제의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커비 전 위원장] “These will include participation together in sporting, cultural and musical events; encouraging and sponsoring academic and scientific endeavours; opening, at first on a limited basis, broadcasting connection between South Korea and North Korea; commencing restoration of railway, airline and postal services; permitting access (if necessary by AVL in the first instance) to relatives across the border; and promoting links such as sister city agreements.”

아울러 철도, 항공 및 우편 서비스 복구를 시작하고, 국경 너머에 있는 친척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자매 도시 협정 등의 연계를 추진하길 제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더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현인 그룹에 탈북민을 참여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북한 정부도 초청해야 한다며 북한이 거절하더라도 이런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그러나 “우리의 역할은 현재 이런 문제에 관여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라며 탈북민의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정훈 전 대사는 비팃 문타폰 전 특별보고관이 건강 등의 문제로 빠져 현재 현인 그룹 회원은 현재 7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는 29일 회의 뒤 북한인권 개선 권고안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